꿀벌 마야의 모험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28
발데마르 본젤스 지음, 천은실 그림, 강민경 옮김 / 인디고(글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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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꿀벌 집보다 이곳 바깥세상이 훨씬 넓고 천 배는 더 아름답구나! 다시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 꿀이나 나르고 밀랍이나 만들 수는 없지. 절대 그런 일은 하지 않을 거야. 나는 꽃이 가득한 세상을 돌아다닐 거야. 나는 다른 벌들과는 달라. 내 마음은 즐거움과 놀라움, 그리고 경험과 모험을 원하고 있어. 나는 어떤 위험도 두렵지 않아. 나에게는 힘과 용기와 침이 있으니까."     p.21~22

이제 막 고치에서 깨어난 꿀벌 마야는 다른 모든 꿀벌과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행동하고 싶지 않았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하고, 겁이 없어 꽃과 다른 곤충들과 인간들을 직접 보고 싶었다. 금색과 녹색 햇살이 반짝이는 어느 날, 첫 비행을 나서게 된 마야는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모른다. 날아다니는 게 이렇게나 멋진 일이라니, 햇빛이란 이렇게 향기로운 것이구나, 오늘만큼 아름다운 날이 또 있을까!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 라고 말이다. 그렇게 처음 마주한 세상의 아름다움에 이끌린 마야는 모험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마야는 행복하고 자유롭게, 자신만의 방식대로 삶을 즐기고 싶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견뎌낼 자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아직 세상 속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어떤 일도 미처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야는 무례한 딱정벌레를 만나고, 그들의 식량을 가져가는 불량배 개미들을 만나고, 거대한 잠자리에게 잡혀가는 쇠파리를 만나고, 자신을 말벌과 혼동하는 메뚜기를 만난다. 그러다 거미줄에 붙들려 거미의 먹이가 될 뻔하는 하지만, 쇠똥구리의 도움으로 무사히 탈출한다. 마야는 생긴 것도 다르고 성격도 가지각색인 곤충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세상을 경험하면서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마침내 밖을 내다보자, 온 세상이 마법에 걸린 것처럼 보였다. 수천 개는 될 법한 은빛 진주알들이 잔디밭을 뒤덮은 채 반짝반짝 빛을 발했다. 저 멀리 보이는 풀밭은 부드러운 베일에 덮여 있었고, 자작나무 가지와 잠든 잎사귀들은 은색 물감으로 칠해져 있었다. 고요하고 축복에 찬 먼 곳까지, 주변이 온통 은은한 푸른빛으로 물든 상태였다.

"이게 바로 밤이구나. 오직 밤만이 이럴 수 있지."     p.167

이 작품은 꿀벌 마야를 비롯해 여러 곤충들을 의인화하여 자연의 신비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그 안에 인간의 모습을 녹여내고 있다. 곤충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먹이사슬부터 인간과 곤충의 관계, 서로 우정을 맺게 되는 과정, 친구가 적이 되고, 적이 동지가 되기도 하고.. 곤충들의 이야기는 인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나 마야가 느끼는 감정처럼, 인간 역시 자신이 경험한 세계 밖에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마야가 모험 중에 '정말 상상도 못했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경험하기에는 삶이 너무 짧구나.'라고 생각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도 그와 같다. 세상 바깥으로 나가 직접 경험해보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으니 말이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스물여덟 번 째 책이다. <꿀벌 마야의 모험> 1912년 처음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고전으로 연극과 뮤지컬은 물론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며 어린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새벽 공기를 머금은 숲 속의 신비로운 풍경,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꽃밭 위를 행복하게 날아가는 마야의 비행, 투명하고도 아름다운 날개를 지닌 나비의 모습, 은은한 달빛이 비추는 밤의 숲 속 풍경까지 아름다운 장면들이 가득한 책이라 아이와 함께 읽어도, 어른들이 읽기에도 너무 예쁜 작품이다. 게다가 천은실 작가의 맑고 투명한 그림들이 아기자기하게 이야기를 수놓고 있는데, 너무도 사랑스럽다. 인디고의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는 소장용으로도, 누군가를 위한 선물용으로도 최고의 책이 아닐까 싶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이 작품을 읽게 되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힐링 하는 듯한 기분을 맛보게 해주고, 아이와 함께 페이지 가득한 숲 속의 마법을 느껴본다면 아마도 잊지 못할 순간이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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