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힘은
밀도다. 브롱스에는 전통적으로
캐리비안 해안과 미국 남부에서 인종차별을 피해 북부로 도망친 흑인들이 정착했다. 퀸즈에는 그리스, 동유럽 그리고 한국과 중국 이민자 동네들이 있다. 그보다 남쪽에 있는 브루클린은 전통적으로 유태인과
이탈리아인의 동네로, 수많은
마피아 영화의 명소이기도 하다. 뉴욕에 있는 약 800가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수많은 민족들은 뉴욕 자체를 다채로운 색채를 가진 수채화로 만든다. p.66
《시크:하다》에서 우리와는 다른 프랑스인들의 ‘행복’에 대한 관점을 소개했던 조승연 작가의
신간이다. 《리얼:하다》에서는 ‘가식적이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뉴요커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는 한 도시의 매력은 화려한 랜드마크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거라고 말한다. 뉴욕을 뉴욕답게 만드는 것은 바로 뉴요커들 덕분이라고 말이다.
터무니없이 비싼 호텔 숙박비에다가 엄청난 팁을 지불하면서도 웨이터에게 온갖 푸대접을 받는
곳, 세상에서 가장
열악하면서도 주거비용이 비싼 도시 중 하나인 뉴욕!
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 살아보고 싶어 하고 심지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스스로
자부하는 파리 사람들까지 동경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사업가, 디자이너, 예술가들은 뉴욕에서 인정받는 것을 최고의 성공으로
여기고, 수많은 사람들이 평생
뉴욕에서 한번쯤 살아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뉴욕은 판타지를 안고 오는 이들에게 반전을 제시한다.
뉴요커는 말이 빠르고 거칠며,
무례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뉴욕을 찾는다. 왜 그럴까?
저자는
1999년 대학 신입생으로 뉴욕에서 살기 시작했고, 중간에 1년 휴학하는 동인 할 일 없이 뉴욕의 길거리를
배회하고, 할일 없이 공원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들과 말동무를 하면서 학교나 사무실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뉴욕의 속내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이 책에서 '뉴욕'보다는 '뉴요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뉴욕이라는 도시를 만들어낸 뉴요커의
철학, 세상을 사는 방식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말이다.
동네마다 색채가 전혀 다른 뉴욕은 마치
전 세계의 문화를 압력솥에다 넣고 끓이고 있는 곳 같다.
그리스와 중국이,
자메이카와 아프리카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며 서로 경계하면서도 생각과 삶의 방식을
주고받고 배우면서 또 싸우는 과정에서 세계에서 가장 유기적이고 역동적인 도시문화를 형성하며 거듭난 것이다. 이것은 프리드먼이 “납작하고, 덥고, 사람이 너무 많다”라고 묘사한 지구 전체의 미래 모습과도
비슷하다.
p.161
뉴요커는 이민 이후의 생존 경험을
통해, 주변 사람의 부러운
시선이나 허울 좋은 체면치레 같은 것은 생존에 도움이 전혀 안 된다는 것을 안다. 진정한 자유와 존재감은 경제적 자립에서만 온다는 것이 뉴요커의 행복
공식이다. 또한 뉴요커들은
일할 때 고도의 집중력과 긴장도로 임하지만,
인생을 즐길 때는 아예 풀어져 있다. 즉,
'할 때는 하고,
안 할 때는 안 한다'를 철저히 지키는 것이 그들의 인생에 대한 태도인 것이다. 뉴요커들의 무례함은 가히
전설적인데, 사실 알고 보면
그들의 무례함은 겉치레가 없는 것이지, 진짜 필요한 순간에 인간성을 저버리는 무도함은 아니라고 한다.
그 밖에도 뉴욕의 부자가 사는 방법, 뉴요커가 가르쳐주는 외롭지 않게 사는 법, 뉴욕의 사교육에 관한 것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시선을 사로잡는 책이었다.
아웃사이더의 천국,
끊임없이 새로운 문화를 생성하고 전파하는 도시 뉴욕이 가진 힘의 원천은, 전 세계에서 건너온 수많은 민족의 독특한 스타일과
말투, 제스처, 색감, 안목이다. 인간은
좋은 것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고, 그러니 굳이 타인의 호불호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다르다는 것만 인정하면 된다.
이것이 바로 뉴욕이라는 도시가
‘다양성’이라고 하는 과제와 끊임없이 씨름하며 깨달은 결론이라는 거다. 이 책을 통해 뉴요커들이 일과
가족, 연애, 우정, 문화, 역사를
어떻게 생각하고 인간관계와 삶을 영위하는지,
문화적 맥락 속에서 관찰한 그들의 삶을 만나고 보니 내가 막연히 생각해왔던 뉴욕과 뉴요커에 대한
이미지가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항상 생존모드를 장착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면서도 인생의 멋을 스스로 터득하고, 언제나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뉴요커들의
모습이 멋졌고, 그렇게 내
멋대로 사는 삶 속에서 진짜 행복을 발견하는 그들의 삶에 대한 태도를 배우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