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 나는 나일 때 가장 편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투에고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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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구름이 하늘 위에 있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막상 비행기를 타고 높이 올라가 보니 구름도 하늘 밑에 있더라.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이 눈에 보이는 것과 다를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

내가 가진 불안과 긴장도 다시 보면 별거 아닐지도 몰라. 모두 내 안에서 비롯된 거잖아.    p.51

카카오프렌즈 에세이 시리즈 그 네 번째 작품은 토끼옷을 입은 단무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무지가 주인공이다. 그 동안 라이언과 전승환, 어피치와 서귤, 튜브와 하상욱이라는 조합에 이어, 무지는 투에고 작가와 만났다. 무지는 그냥 보면 장난기 가득한 토끼처럼 보이지만, 사실 토끼옷을 벗으면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단무지이다. 그리고 묵묵히 무지의 뒤를 지켜주는 캐릭터인 콘도 함께 등장한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 받는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들이 젊은 작가들과 만나 진행되는 이 시리즈는 툭툭 가볍게 읽히는 글들이지만, 페이지 구석구석에서 사랑스럽고, 귀여운 캐릭터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느낌을 안겨 준다.

누구나 한두 가지쯤은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 모습이나,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것들을 숨기고 싶은 마음이란 사실 두려워서 도망치고 싶고, 부끄러워서 피하는 일종의 방어기제 같은 것이다. 무지가 단무지인 자신의 모습을 토끼옷으로 감추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콘은 가장 미스터리한 캐릭터인데, 항상 곁에서 무지를 지켜주는 모습은 누군가의 뒷모습처럼 익숙하기도 하다. 곁에 있을 때는 공기처럼 소중함을 모르다가, 그 존재가 사라지고 나서야 우리는 누군가의 소중함을 깨닫곤 하니 말이다. 그래서 무지와 콘은 사실 우리가 현실에서 쉽게 투영해볼 수 있는 내 모습, 혹은 우리 주변에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다.

우리는 무지해. 나도, 너도 무지해.

모든 걸 완벽히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

때로는 내가 모르는 걸 수도 있다고, 때로는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고

그렇게 전제하고 출발해보기로 했어.

그러면 다수가 손을 들었다고 무조건 옳은 것도 아니지.

'우리' '모두' 같은 말로 뭉뚱그려서 누구에게 강요할 수 없어.   p.122

이 책에 수록된 글들 중에 가장 마음이 와 닿았던 것은 바로 기억의 옷장에 관한 대목이었다. 어쩌면 나 역시 '걸려 있는 옷의 개수만큼이나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제법 괜찮은 사람, 누군가에게는 고민이 많은 진지한 사람, 누군가에게는 슬픔에 젖어 우울한 사람,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줬던 매정한 사람으로.. 기억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나 역시 그러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물론 모두에게 좋은 모습으로 남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사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에 가까울 테니 말이다. 중요한 것은 그 어떤 모습이든 나를 기억하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것, 내가 나를 기억하는 것이 정말 소중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를 기억하는 것이 그다지 나쁜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진심과 가식과 거짓과 진실이 모두 뒤섞여 있지만, 그 모습 그대로가 자신의 모습이라면 그것도 그런대로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모든 사람이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말하게 된다면, 세상은 더 심각한 소통 불능으로 아마 대혼란이 일어날 테니 말이다. 그러니 내 마음 속 두 얼굴, 내 속의 서로 다른 ''들에 대해서 너무 스트레스 받지는 말자. 세상이 나를 바라보고, 누군가 나를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짜 필요한 것은 스스로 가장 편한 모습으로 있는, 보이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찾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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