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톺아보기
찰스 로버트 다윈 지음, 신현철 옮김 / 소명출판 / 201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자연선택은 매일 매시간 전 세계에 걸쳐 아주 사소한 변이라도 모든 변이들을 속속들이 조사하는데, 나쁜 변이는 버리고, 좋은 것들은 보존하고 더해간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자연선택은 기회가 언제 또는 어디에서 나타나든지 상관없이 아주 조용히 알아차리지 못하게 살아가는 생물적, 무생물적 조건과 관련하여 생명체 하나하나를 개선하도록 작동한다. 시계 바늘이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지나갔음을 표시할 때까지 우리는 서서히 발전해가는 변화들을 전혀 볼 수는 없다. 게다가 우리는 과거에 지나가 버린 지질학적 시대를 바라볼 수 있는 시야가 너무나 불완전하기 때문에 생명 유형이 과거와 현재가 다르다는 점만 알 수 있다.    p.122~123

인류를 뒤흔든 과학적 발견이야 많지만 다윈의 진화론만큼 심하게 세상을 흔든 것은 없을 것이다. 다윈의 이론은 인간 자신의 의미와 본질에 대한 시각에 혁명을 일으켰다. 그의 주장은 '생명은 신이 직접 개입할 필요 없이 유전의 법칙에 따라 일어나는 변화에 이끌려 조금씩, 그리고 영원히 달라져간다는 그의 말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신의 창의 정점에 서 있는 존재가 아니라 진화의 산물은 수많은 종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사실 진화론은 교과 과정에서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전공자가 아닌 이상에야 접하기 어렵다. 그저 '진화론'을 다루고 있는 교양 과학서를 통해서 만날 수 있을 뿐이다. 나 역시 그러했고 말이다.

사실 <종의 기원>은 그 유명세만큼이나 읽기 어렵다는 악명이 높은 책이기도 하다. 다윈 시대의 생명과학 지식과 용어에 대한 이해 부족, 엄청나게 다양하고 또 매우 생소한 생물들에 대한 관찰 결과와 수많은 인물들의 조사 결과가 인용되어 있으나 이들을 거의 알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본문에 소제목이 없어 읽어 내려가기가 매우 힘들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 등이 그 요인이라고 한다. 그러던 차에 이번에 만나게 된 책은 1859년에 출간된 '종의 기원' 초판을 주석과 함께 완역하여, 더 깊이, 낱낱이 톺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매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주석이 무려 2,200여 개에 달하는데다, 굉장히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많은 용어들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어 전공자가 아닌 일반 독자가 읽기에도 조금 수월해졌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좀 더 자세히 내가 의도하는 바를 설명해야만 한다. 다른 무리와의 연관성과 종속성에 따라 강 하나하나의 무리를 배열할 때 자연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엄밀한 계보에 근거해야만 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러나 몇몇 분지나 무리들에서 발견되는 차이의 정도가, 비록 이 무리들이 공통조상에서 시작한 혈통에서 같은 수준으로 묶인 동류일지라도, 이들이 겪은 변형의 서로 다른 정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서로 다른 속, , 절 또는 목이라는 계급에 유형이 소속되는 것으로 표현된다.    p.546~547

1859, 모든 생물은 완벽하게 창조되었기에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던 시대였다. 신이 이 자연을 설계했다고 주장하는 자연신학이 주류였지만 찰스 다윈은 그러한 믿음에 의심을 품었다. 그는 남미와 대서양·태평양·인도양을 넘나들며 수많은 동물·식물을 채집하여 연구한 것을 바탕으로 20여 년 동안, 진화론을 입증할 방대한 증거와 자료들을 수집했다. 그리고 그가 발표한 <종의 기원>은 당시 사회의 시대사조를 뒤집어엎는 혁명적인 사건이 된다.

생물학 전공자들도 어렵게 느낀다는 <종의 기원>이기에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이 읽고 이해하기에는 여전히 낯선 내용들이 너무 많은 책이긴 했다. 하지만 역자의 친절하고 자세한 주석들이 길을 잃고 헤맬때 마다 붙잡아 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생물학 강의를 듣는 것처럼 어려운 대목, 설명이 필요한 용어들이 등장할 때마다 잠깐 멈추고 주석을 읽으면서 숨을 고른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읽어야 하는 책이다. 누구나 다윈의 <종의 기원>을 알고 있고, 그가 말하는 진화론의 요지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바로 지금이야말로 진짜 <종의 기원> 완역본에 도전해 볼만한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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