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 모두의
그림책 19권은 에런 베커의
아름다운 아트북이다. 에런
베커하면 <머나먼
여행> <비밀의
문> <끝없는
여행>으로
이어진 ‘여행 3부작’ 시리즈로
유명한데, 이번에 만난 책은
기존의 작품들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책이었다.
아름다운 빛을 어딘가에 고이 담아
소중한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시작된 작은 생각이
3년의 치열한 연구와 실험을 거쳐 이 책으로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책의 실물을 보게 되면 더욱 놀랄 수밖에
없는 독특한 형태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책이다.
우선 책 표지를
보면 12개의 작고 둥근
창들이 알록달록한 빛깔을 뽐내며 태양의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작은 창들이 모두 반투명 상태로 앞에서 보아도 책 뒷면까지 보이는
상태이다. 책을 뒤집어
보면 '해를 향해 책을 펼치면
아름다운 빛이 책에 담겨요'라는 문구가 있다. 책을 빛에 비추어 읽으면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책이라니,
첫 번째 페이지를 펼쳐보기도 전에 기대감에 설레이는 기분이었다.
빛이 있어요.
첫새벽을 부르는.
첫 장을 넘기면 뜨겁게 타오르는 태양의
이미지를 마주할 수 있다. 그리고 한 장씩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다양한 색상의 빛들이 쌓이게 된다. 표지의 작고 둥근 창들에 있던 여러 색상들이 다채롭게 겹쳐지면서 책을 들어
배경을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선사하는 것이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책을 펼쳐보고, 초록빛깔의 잔디를 배경으로도 들어보고, 알록달록한 꽃들을 배경으로도 책을
펼쳐보았다.
제목인 '당신은 빛나고 있어요'라는 말에 숨어 있는 의미도 뭉클하게
다가온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빛이 숨겨져 있게 마련이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드러나 보이는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직 드러나지 않아 다를 뿐이지 우리는 모두 각각 소중한 존재라는 의미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에런 베커의 <머나먼 여행>에서 모두들 너무 바쁘기만 해서 혼자 외롭고
심심했던 소녀가 방 한구석에서 마법의 펜을 발견하고,
그 펜으로 벽에 문을 그려 환상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던 순간을 기억한다. 글이 없는 그림책이라서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각자의 판타지 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 있었던 그 작품처럼,
<당신은 빛나고 있어요> 역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아트북이다. 그야말로 상상력을
풍부하게 자극할 수 있는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그림책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 낯선 아트북을 대체 어떻게
읽어야 하는 건지, 어떤
방법으로 활용해야 하는 건지 감이 안 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이리 저리 들여다 보면 어느 순간, 빛에도 다채로운 빛깔이 숨어 있는 것처럼 우리
안에도 빛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빛을 담고 있는 책'이라는 것만으로도 놀랍지 않은가. 나는 그 아이디어와 상상력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에런 베커의 그림책을
인상적으로 읽었다면, 그의
새로운 시도인 이 아트북도 함께 경험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