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의학의 열쇠는 데이터가 쥐고
있다. 최대한 많은
생체표지자에 대한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 선별된 데이터 말이다.
미국의 약국에서는 최고의 약효를 얻기 위해 이미 유전자 테스트와 마이크로비옴 분석을 실시하고
있다. 기계가
수집, 평가, 분석, 저장해둔
데이터를 기업에서 '처리'한다. 우리의
건강 데이터로 돈을 벌기 위해서다. 이제 의사는 단순한 치료자이자 처방전 발급자가 아니라 건강 코치이자 건강 데이터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p.15
인간의 평균 수명은
현재 80세
안팎이다. 70년대만
하더라도 63세
안팎이었으니.. 그 동안 꽤
높아졌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고령화 사회가 되었고, 지금은 '100세
시대'라는 말로 미리
노후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그런데,
'200세 시대'라니 웬말인가.
과연 인간이
200세까지 산다는 것이 가능한 말인가. 전혀 실감이 되지 않는다.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영생에의 꿈이 실제로 다가 오고 있다면
말이다. '무병장수'는
인류의 오랜 숙원이었지만, 사실 그것은 결코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우리의 욕망이 아니었던가.
여기서 더 흥미로운 대목은 질병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인간 수명을 연장시키려는 것이 바로
'실리콘밸리'라는 점이다.
저자인 《슈피겔》 실리콘밸리 지사 편집장이자 미국 수석 특파원인 토마스
슐츠는 2015년 IT 기업
구글이 궁극적으로 꿈꾸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고자 그들의 미래 전략을 집요하게 취재해 <구글의 미래>를 썼다.
당시 많은 독자의 주목과 극찬을 받았던 그가 이번에는 실리콘밸리의 극비 연구소를
취재했다. 이
책에는 10년간 실리콘밸리의
대기업 본사와 연구소를 취재하며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연구자,
기업 경영인,
투자자,
생명공학 전문가,
의학자,
윤리학자와 함께했던
150건의 인터뷰도 수록되어 있다.
이것은 복잡하고 세계적으로 중요한
질문이다. 모두 2~3년
전만 하더라도 단지 윤리학 연구를 위한 이론 혹은
SF소설 소재로나 등장하던 질문들이다. 하지만 이제 이런 질문들은 더 이상 이론에만 머물지 않는다. 앞에서 묘사된 시나리오는
지난 6개월 동안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다. 배아
단계에서 DNA 조작으로 심장
질환을 차단했다. 더 강한
식물로 성장하도록 유전자에 명령을 내려 토마토 덤불에 세 배나 많은 열매가 열렸다. 뿔의 성장과 연관된 유전자를 제거해 뿔이 없는 소가
태어났다.
p.169~170
2011년,
췌장암 말기였던 스티브 잡스는 치료 가능성이 매우 희박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아직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들을 찾았다. 암은 유전
질환이기 때문에 유전자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자신의 게놈과 종양에 대한 분석을 의뢰하기에 이른다. 불가능에 가까운 무질서하고 방대한
데이터였기에, 분석에만 몇
주가 걸리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물론
우리 모두 알다시피 잡스는 끝내 암을 극복하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그가 자신의 암을 분석해달라고 의뢰했던 것은 신기술에 속했지만, 현재 기술로는 게놈 전체를 분석하는 데 반나절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만약 그렇게
분석한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분자의 특성과 개인의 변이 상태에 맞춘 새로운 맞춤형 치료제를 찾았더라면, 종양의 성장을 억제했을 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우리는
세기의 천재를 그렇게 빨리 떠나 보내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이 책에서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유전자
조작, 3D프린터 등을 결합해
질병을 극복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디지털 의학 연구의 흥미로운 현장들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기존의 첨단 의학 기술에 IT 기술이 더해짐으로써, 실리콘밸리는 이제 의학 혁명의 최전선이 되었다. 이미 유니콘 기업들은 유전학, 생물학, 로봇 공학, 빅데이터와 AI 등을 이용해 암과 알츠하이머를
정복하고 200세 시대를 열
수 있는 각종 신약과 기술을 임상 실험하는 단계에 있다고 하니 머지않아 이러한 기술들이 상용화된다고 해도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닐
것이다. AI 주치의가 우리의
건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미리 처방을 내려주고,
태어나기도 전에 유전자 치료를 받고, 장기는 부품처럼 대체되어 수명은 한없이 연장될 것이다. 이들이 도전하고 있는 알츠하이머와 암은
물론, 노화와 죽음에 대한
궁극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IT 기술을 등에 업은 지금이
바로 의학 개발의 황금기이고, 바로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심대한 변화가 이루어지는 중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