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 - 쉽게 읽고 깊게 사유하는 지혜로운 시간 하룻밤 시리즈
토마스 아키나리 지음, 오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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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변화를 면할 수 없다. 삼라만상의 온갖 것들이 이 섭리를 벗어날 수가 없는 처지다. 생각해보면 고민이라는 것은 모두 변화에서 탄생한다. 몸이 변하지 않으면 질병에 걸리지 않을 것이고 죽지도 않을 것이다. 연인끼리의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면 실연도 없고 이별도 없을 것이다. 변화가 없으면 서로 빼앗는 일도 없을 테니 다툼도 없고 항상 채워져 있는 상태일 것이다.   p.67

<하룻밤 시리즈>는 역사, 철학, 고전, 종교 등 다양한 분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시리즈 중에서 이번에 새롭게 개정판으로 출간된 것은 바로 '서양철학' 이다. 저자인 토마스 아키나리는 서문에서 이 책의 목적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깊게 고민할 때 그 고민을 잘 살필 수 있는 거울, 해결할 수 있는 도구 같은 철학을 제시'하고 싶다고. 그러니까 딱딱한 이론과 복잡한 학문으로서의 철학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는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것이다. 서양의 사상가들이 3천 년 동안 도출해낸 성과를 일상에서 마주하는 것들에 응용하기라니, 굉장히 기대가 되었다.

저자는 '철학적인 사색이 사실 대단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특별할 게 없는 빨간 꽃을 보고 빨간색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 또한 훌륭한 철학적 실천이라는 것이다. 빨간 꽃을 보며 빨간색에 대해 생각하는 과정은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을 모두 포섭한 주장을 제시했던' 플라톤의 이데아로 연결된다. 눈앞에 있는 꽃은 이윽고 시들어 없어지겠지만, 이후에 어딘가에서 또 다른 형태의 빨간색을 만나 그 꽃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 생성과 소멸을 되풀이하는 이 세계의 일정한 질서가 유지되도록 하는 만물의 원형이라는 것이다.

 

연인에게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해보자. 친구가 어깨를 두드리며 "네가 차인 것은 변증법에 따른 현상이었어. 연애라는 안정된 관계에 모순이 생겼고 그 모순을 계기로 발전된 결과가 현재라고. 그러니까 모든 게 잘될 거야" 하며 위로를 한다면 전혀 위로 받은 느낌이 들지 않을 것이다. "지금 버림받은 상태를 부정하는 새로운 만남이 찾아오면, 새로운 연애가 시작될 거야" 라고 말해주면 다소 격려를 받은 느낌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변증법에 따르면 앞으로의 그 만남도 다시 헤어짐으로 이어진다.   p.163~164

이 책은 고대, 중세의 사상과 근대의 사상, 그리고 현대의 사상으로 크게 카테고리가 나뉘어, 그 속에서 소크라테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스피노자, 칸트, 니체, 프로이트 등으로 각각 철학자들의 사상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각 카테고리 안에도 짧은 글들이 여럿 수록되어 있어서, 읽기에 전혀 부담이 없는 것도 흥미로웠다. 왜 남을 위해 봉사하면 행복해지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해 '성서'에 대해 이야기하고, 복권에 당첨되어 수십억 원을 손에 넣으면 행복해질까에 대한 의문으로 아우구스티누스와 고백론을 이야기한다. 현상을 보고 그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철학자의 모습을, 일상에서 문제나 고민을 떠안는 익숙한 우리의 모습으로 빗대어 설명하는 식이라 굉장히 술술 읽히는 글들이었다. 서양철학을 이렇게 쉽게, 막히지 않고 읽을 수 있다니 놀라웠다.

물론 가장 큰 장점은 '난해하고 어려울 것 같은' '추상적이고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철학이 사실 우리 삶에 넓게 퍼져 있고, 인생의 걸림돌을 극복할 유용한 지침이라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던 철학 이론들에 대해 알아 보고 싶다면, 일상의 수많은 고민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다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부족한 점들을 채워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내면을 깨우고 삶을 채우는 19가지 사색들이 생각의 폭을 넓히고, 일상을 비춰줄 거울이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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