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재일 수 있다 - 당신의 재능을 10퍼센트 높이는 신경과학의 기술
데이비드 애덤 지음, 김광수 옮김 / 와이즈베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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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의 본질은 철학적 정의나 학문적 고민을 넘어서는 것이다. 지능이 어떻게 작동하고 어떻게 향상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은 능력과 잠재력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끼친다. 더구나 지능은 변하지 않는 수치이므로 높아질 수 없다고 믿는다면 성적이 낮은 학생들을 방치할 수도 있고, 학생들이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   p.77

그는 아침 8시에 약간의 시리얼과 토스트를 먹은 다음 하얀색 십자무늬의 마름모형 알약을 복용한다. 그리고 두 시간 뒤 평소처럼 카페에 앉아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 중이다. 무언가 다른 느낌을 기대하면서. 한층 집중해서 글을 쓰는 듯한 기분이었고, 규칙적으로 들리는 음악도, 뛰어다니는 아이들도 작업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 문장을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노트북에 입력했으며, 쓰고 있는 글과 노트북 화면서 자신이 연결된 느낌이었다. 그가 먹은 약은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고 인지 능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약물 모다피닐이었다. 그리고 정말로 감각이 예민해지고 인지 능력이 높아지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이 약물이 인간의 뇌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추적하기는 무척 어렵다. 다른 신체기관들과 달리 뇌에서 벌어지는 일을 혈액 샘플 검사로 설명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신경과학자들은 여러 실험과 연구를 통해 모다피닐이 신경전달물질의 활동을 촉진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직접 스마트 약물을 복용해보고 그것이 뇌의 작동 방식을 어떻게 개선하는 지 실험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의 뇌는 약 860억 개의 세포들로 뒤엉켜 있다고 한다. 이들 세포가 서로 결합하고 연결되는 방식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두뇌는 수많은 세포들의 연결과 배열을 통해 작동한다. 그러니 지능이란 누구나 인식하고 있지만 구체화하기는 까다로운 모호한 개념이다. 우리는 점수, 수치, 백분율, 등급, 반사작용, 반응, 대응, 말과 행동 등과 같은 정신 능력을 지능이라고 부른다. 이 책은 인간의 지능을 높이고 인지 능력을 강화하는 획기적인 신경과학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자신의 뇌에 직접 전기 자극을 시행하기도 하고, IQ 최상위 2퍼센트만이 등록할 수 있는 멘사에 가입하는 과정도 직접 경험을 통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매우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멘사 시험을 다시 치르는 날까지 아직 몇 개월이 남았을 때 나도 한번 해보기로 했다. 내 정신 능력을 강화하기에 앞서 뇌 자극으로 신체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지 직접 시험하기로 한 것이다. 일단 뇌 전기 자극기부터 구입했다. 컴퓨터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장비는 매진되었다. 하지만 자체 제작하는 다른 회사들을 인터넷 검색으로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그중 가장 저렴한 제품을 샀다. 가격은 55달러였고, 미국에서 우편으로 2주 만에 도착했다.    p.218

저자의 말에 따르면 어느 세대든 그 시대의 과학 혁명을 누리는데, 지금은 바로 '신경과학'이라고 한다. 그 전에는 유전학이었고, 더 이전에는 물리학이었으며,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화학, 의학, 해부학이었다. 20세기 말부터 뇌를 스캔하는 기술이 일상화되었고, 지금은 신경과학의 혁명이 '뇌를 변화시키고 개선하는 것, 즉 뇌의 신경강화'에 대한 것이 우리의 시대와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지능을 강화하는 과학 기술이라는 것이 가당찮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일부 사람들은 실제로 그 가능성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연구와 결과로서 인간의 지능 자체를 향상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서 보여주고 있다. 스포츠 선수들의 약물 복용처럼 인지강화를 위한 스마트 약물은 좋은 시험 성적을 올리기 위해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는 모다피닐로 대중화가 되어 있어 생각보다 머나먼 이야기는 아니다. 지금보다 더 똑똑해질 수 있다면, 지금보다 내 능력을 더 발휘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일에 집중해서 효율적으로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면... 아마도 누구나 바라는 것 아닐까.

이 책은 흔히 똑똑해지는 약이라고 부르는 스마트 약물과 뇌 전기 자극의 실체, 지능검사의 어두운 역사와 함께 서번트와 뇌 해커들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인지강화의 미개척 영역을 탐구하는 책이지만 전혀 어렵지 않고, 우리에게 숨겨진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획기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신경과학 혁명의 최일선에서 나온 보고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저자가 직접 인지강화 기법으로 자신의 지능을 향상시켰고 그 과정과 결과가 고스란히 수록되어 있으니 그 효과를 어느 정도는 신뢰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엄청난 노력과 기나긴 연습 없이 간단한 처방만으로 뇌의 숨은 능력을 일깨우는 방법이 있다면, 누구라도 그걸 선택하지 않을까. 당신의 뇌 어딘가에 해방되기만을 바라는 천재가 숨어 있다면 말이다. 그저 우리가 사용하지 않던 90퍼센트의 뇌를 활용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대부분은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신체적 능력에 비해 사람의 지능은 후천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사고방식을 보기 좋게 벗어나는 획기적인 시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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