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서른, 세계여행 - 현실 자매 리얼 여행기
한다솜 지음 / 비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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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를 타고 들어가자마자 엄청난 풍경이 펼쳐졌다. 눈이 채 녹지 않은 어마어마한 산 아래, 동화 속 마을에 온 것 같았다. 내가 보아온 할슈타트의 사진은 겨울이었는데, 또 다른 푸릇한 할슈타트를 경험하다니. 페리에서 내려 돌아가는 배편의 시간을 확인하고 동생과 나는 본격적으로 할슈타트 여행에 나섰다. 우리처럼 당일로 온 사람도 있고, 며칠 묵으며 천천히 여행하는 여행자들도 있는 듯했다. 문득 예쁜 숙소가 가득한 이 마을에 머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107

215일 동안 인스타그램으로 공유되어 4만 팔로워의 뜨거운 응원을 받은 한자매의 세계여행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이제 딱 서른 살, 나는 무엇을 이뤘을까. 그동안 적어놓은 버킷 리스트 속에는 언제 이룰지 모르는 꿈들이 가득했다. 그녀는 자신의 오랜 꿈이었던 세계여행을 떠나기로 마음 먹는다. 이 결정을 누군가와는 상의하고 싶었고,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은 동생이었다. 그녀의 결정을 듣던 스물다섯 살 동생은 대번에 이렇게 말한다. "언니 나랑 같이 가자." 그렇게 '한자매'의 세계여행이 시작되었다.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백배 낫다'는 말에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더 늦기 전에 버킷 리스트를 실현해보겠다고,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다소 무모해 보일 수도 있는 일에 도전하기란 웬만큼 추진력이 있어서는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게다가 서른이라는 나이는 대학 졸업 후 어느 정도 직장 생활에 적응이 되어 경력을 포기하기가 참 어려운 시기 아닌가. 그리고, 거창한 세계 여행으로 수많은 경험을 하고 돌아와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다녀와서 계획은 있냐는 엄마의 물음에 그녀는 이렇게 대답한다. 뚜렷한 계획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벌써부터 걱정하며 여행하고 싶지는 않다고. 그렇지만 다녀와서는 더 멋진 사람이 되어 멋진 인생을 살겠다고. 딸의 이야기에 대한 엄마의 대답은 "우리 딸들, 인생 참 멋있게 산다." 였다. 그렇게 믿고 지지해주는 엄마, 아빠의 응원으로 한자매는 본격적인 세계여행 준비에 집중하기 위해 회사에 사직서를 낸다.

우여곡절 끝에 숙소에 도착해서 체크인했다. 다행히 배낭은 방수가 되는 재질이라 많이 젖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내 배는 눈치도 없이 밥을 달라며 보챈다. 동생도 배가 슬슬 고파오는 표정이다. 우리는 이른 저녁이나 먹자며 밖으로 나갔는데 주변을 둘러봐도 낡은 건물에 상점들뿐, 마땅한 식당이나 슈퍼가 보이지 않는다. 저 멀리 과일을 파는 상인이 보인다. 그거라도 사야겠다 싶어 가보았지만 과일 상태가 안 좋았다. 바로 옆, 옥수수와 고구마를 파는 상인이 보인다. 동생과 나는 이게 최선이란 걸 직감하고는 옥수수 하나와 고구마 두 개를 골라 700짯을 냈다.    p.324~325

이 책은 출발 215일 전부터 시작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시작으로 24개 나라, 54개 도시 곳곳을 누비는 여정을 담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영원히 꿈일 것만 같던 세계여행을 떠난 스물다섯, 서른 살 자매의 여정은 20킬로그램이 넘는 배낭을 메고 비를 쫄딱 맞고 현실 자매의 싸움도 매일같이 이어지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리얼함으로 인해 진짜 여행처럼 느껴진다. 그녀들의 세계 여행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시작된다. 러시아를 가로질러 모스크바에서 체코로 들어간다면 여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데다, 평소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대한 로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여정의 첫 유럽 여행지는 체코의 프라하, 그리고 헝가리의 로맨틱한 부다페스트,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 꿈꾸는 여행지라는 터키의 카파도키아를 거쳐, 오스트리아, 독일, 영국, 크로아티아, 스위스, 그리스 등등...으로 이어진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는 누룽지 한 조각에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뉴욕에서는 현실 자매의 다툼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도 하고, 페루의 숙소에서 만난 크고 작은 벌레에 기겁하기도 하고... 다양한 풍경들을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하게 된다.

여정이 끝나고 후반부에 수록되어 있는 장기여행을 위한 다양한 팁들도 매우 흥미로웠다. 출발 준비부터 귀국까지, 장장 400여 일의 노하우를 고스란히 담은 체크리스트와 여행 루트, 교통비와 여행경비, Q&A까지 꼼꼼하게 정리한 부록이 수록되어 있어 실제로 세계여행을 떠날 수 있는 여행 가이드로서의 역할도 해줄 것 같으니 말이다. 각 국가별 비용도 식비, 교통비, 숙소, 입장료, 액티비티 등으로 나뉘어 있고, 원화로 환산했을 때 금액도 표기되어 있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여행 비용이었다. 나도 동생과 둘이서 해외 여행을 떠나 본 적이 있는데, 확실히 친구나 연인과 함께하는 것과는 다르게 더 편한 부분들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자 마자 동생에게 이런 책이 있다고 소개를 해줬는데, 언젠가 나도 이렇게 리얼한 자매 여행을 떠나볼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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