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반복되는
하루, 오늘 아침도 만원
지하철에 끼여 헐레벌떡 출근하고 보니 또 지각이다.
상사에게 눈치를 받고 시작하는 아침, 어제와 같은 오늘이다.
"자네,
나 대신 어디 좀 다녀오지옹."
하지만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곤 하는 것이 또 인생이다. 바로 야옹 사장님으로부터 바캉스 티켓을 받게 된 것이다.
그렇게 그는
'식당 바캉스 패키지'
여행을 떠나게 된다.
아침부터 바쁘게 보내지만, 뭐 하나 내 마음대로 되는 것 없는
하루. 아마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숱하게 겪는 일상이 아닐까 싶다.
그러던 어느 날,
전혀 예상치 못한 여행 티켓이 생긴다면 어떨까? 지긋지긋한 일상을 잠시나마 벗어 던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릴 것이다.
게다가 이 여행 티켓은 어쩐지
수상하지만, 또 어딘가
재미있어 보인다. 여느 패키지
여행이 다 그렇듯 이 여행 또한 온천에서의 휴식과 공연 감상,
쇼핑과 꿀잠을 잘 수 있는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따끈따끈한 붕어빵 버스를 타고 출발하는 이
여정에선 뭔가 맛있는 냄새가 난다.
구불구불 골짜기를 따라가서 만나게 되는 풍경은 마냥
신기하다. 꽃게와 어묵이 가득
들어 있는 향이 좋은 어묵 온탕과 아삭아삭 오이와 반숙 달걀이 고명으로 얹어진 시원한 냉면 냉탕에서 피로를 풀고, 시금치와 애호박, 버섯과 반숙 달걀이 노른자가 터질 정도로 열정적인
공연을 선사한다. 귀여운 밤
가방과 새콤 달콤 딸기 가방, 가지 모양 부츠와 바삭바삭한 돈까스 소파 등을 보며 즐겁게 쇼핑도 한다.
무엇보다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마음에 쏙 드는 침대를 골라 쉴 수 있는 꿀잠 시간.
폭신폭신한 식빵 침대,
달달한 계란말이 침대,
알록달록한 피자 침대,
따끈한 오무라이스 침대까지... 이불을 덮고 먹을 수도 있는 귀여운 침대 속에 들어가 잠시 일상 속 불안과
걱정은 잊어 버리고 꿈나라로 떠나 보자.
이 작품은 제2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이다. <대단한
수염> <앗! 내
모자> 등을 쓰고 그린
심보영 작가는 어머니가 오랫동안 운영했던 식당에서 바캉스를 즐기곤 했다고 한다. 지치고 힘들 때면 그곳에서 언제나 맛있는 이불을 덮고 꿀잠을 자곤 했다고
말이다. 그 따스한 온도에서
비롯된 유쾌한 상상이 이렇게 아기자기하고 신선한 그림책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보면 너무 좋아할 만한
그림동화이지만, 어른들에게도
힐링이 되는 마법 같은 시간을 선사할 그림책이기도 하다.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음식들이 얼마나 사랑스럽게 이야기 속에서 재탄생하는 지 보는
것도 흥미롭고, 피곤하고
힘겨운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판타지로서도 매력만점이다.
특히나 바쁜 일상에 치여 휴가 조차 떠나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이렇게 맛있는
여행이라면, 책을 읽는 동안
만이라도 우리의 근심, 걱정들을 모두 날려 버려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