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잔디 빛깔의
표지가 '풀친구'라는 예쁜
이름처럼 색감으로 먼저 다가오는 그림책이다.
첫장을 펼치면 파릇파릇 잔디들이 페이지 가득하다.
"우리는 잔디, 여기에 산다."
드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고양이가 뛰어
다니고, 새들도 날아
다닌다. 잔디밭 한 곳에서는
스프링클러가 시원하게 물을 뿜어낸다. 이곳에선 결코 목마를 일이 없다고 말하는 잔디들의 말이 들려 온다. 주기적으로 물을 주고, 관리를 해주는 곳이니 아마도 인공적으로 조성된 잔디밭일
것이다.
잔디들은 시원한 물을 마시며 쑥쑥
자라나고, 기분 좋은 바람에
민들레 홑씨가 날려 오기도 한다. 그리고 애기똥풀, 토끼풀, 질경이, 망초
등이 잔디의 친구들이다. 그리고 조금 낯선 친구들인 개비름,
소루쟁이,
까마중,
방동사니 등도 있다.
고양이와 강아지는 뛰어 놀며 여기저기 응가를 하고, 그것들은 잔디들에게 자연 거름이
된다.
자,
그리고 잔디들이 덥수룩하게 자라면 어김없이 나타나 이발을 해주는 친구도
있다. 화려한 형광 빛깔의
옷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장한 친구가 오고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기자기하고 예쁘고 귀엽게 시작되었던 이야기의 결말은 깜짝 놀랄 만큼
당혹스럽다. 그리고 그만큼
인상적인 여운을 남겨준다.
이 작품은 제2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대상
수상작이다. 그
동안 <가래떡>(2016, 반달) <고구마구마>(2017, 반달)를 통해
관습적인 상상력에서 벗어나 독자적이고도 인상 깊은 자신만의 세계를 펼쳐 온 작가, 사이다의 작품이다. 아주 짧은 이야기 속에 현실이 반영되어 있고, 아름다우면서도 뭔가 낯선 느낌이 드는 그림들도
작품이 가진 목소리를 돋보이게 만들고 있다.
자본이 건설하고 조성하는 인공 낙원을
위해 사라져야만 했던 수많은 것들에 대해 돌아보게 만드는 그림책이었다.
점점 사라지고,
망가지고,
달라지는 우리의 환경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다. "우리는 여기에 산다" 라고 말하는 수많은 자연 속 그것들을 우리가 삶의
편리함을 위해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나도 모르게 우리가 누구와 함께 살고 있는지를 잊어 버리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