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씽 인 더 워터 아르테 오리지널 23
캐서린 스테드먼 지음, 전행선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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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것을 건너다본다. 구겨진 방수포 둔덕. 그 아래 살과 피부와 뼈와 이가 놓여 있다. 죽은 지 세 시간 반 된 시체가.

아직 따뜻할지 궁금하다. 내 남편. 만져보면 따뜻할 것이다. 구글로 이미 검색해봤다. 어느 쪽이든 놀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p.17

한밤중 깊은 숲 속에서 혼자 무덤을 파고 있는 여자가 있다. 꽉 찬 두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땅파기를 멈춘 그녀, 구덩이의 깊이는 대략 90센티미터가 조금 넘는다. 성인 남자도 혼자 무덤을 판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대체 왜 그녀는 이 오랜 시간과 힘을 들여, 땀을 뻘뻘 흘리면서 무덤을 파고 있는 걸까. 그녀의 곁에는 죽은 지 세 시간 반밖에 안 되어 아직 몸이 따뜻한 시체가 놓여 있다. 그녀의 이름은 에린, 지금 파묻으려는 시체는 남편 마크이다. 은행가인 마크와 다큐멘터리 감독인 에린은 뜨거운 연애 끝에 결혼식을 올린 신혼 부부였다. 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나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건 아마도 당신이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극중 화자인 에린은 이렇게 말하며 독자들을 세 달 전, 그들의 기념일 아침으로 데려간다. 그날은 그들이 처음 만난 날을 기념하는 날이었다. 그렇게 이야기는 그들이 서로에게 한 눈에 반했던 순간부터,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과 결혼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으로 이어진다. 그들은 보라보라섬으로 신혼여행을 떠났고, 그곳 열대의 바다에서 셀 수 없이 많이 지폐와 다이아몬드, 그리고 한 자루의 권총이 든 가방을 발견하게 된다. 그 아래 깊은 바닷속에는 추락한 비행기와 가방 주인으로 보이는 시체들이 가라앉아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뭔가 잘못되어가기 시작한다. 과연 이들을 파멸로 이끄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의 적응 능력은 놀라울 정도다. 그렇지 않은가? 식물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담겨 있는 그릇에 맞게 자란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때로는 자신의 그릇을 선택할 수 있다. 몇몇은 그러한 기회를 얻는다. 그것은 얼마나 멀리 나아가고 싶은가에 따라 다를 것이다. 나는 알렉사를, 그녀의 어머니를, 그들의 결정과 그들의 작별을 생각한다. 때때로 우리가 하는 선택은 놀랄 만큼 아름답다. 현재 상황에 나는 확실히 적응했다. 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나는 거울에 비쳐 사방에서 나를 에워싼 그녀의 모습을 본다. 확고하고, 인정사정없는.      p.251

<다운튼 애비>, <어바웃 타임>의 배우 캐서린 스테드먼의 소설 데뷔작이다. 그녀는 뜨거운 나미비아 사막에서 촬영하던 중 눈부시게 반짝이는 바다를 생각하다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3개월 만에 글을 써 내려가 이 소설을 탄생시켰다고 한다. 영화배우 리즈 위더스푼은 이 책을 직접 읽고첫 페이지부터 나를 사로잡은 심리스릴러다. 책을 덮을 때까지 멈출 수 없었다.”라고 극찬하며 그녀의 북클럽인 헬로 선샤인 북클럽 도서로 선정했다. 이후 위더스푼의 영화사 헬로 선샤인 프로덕션이 소설의 영화 판권을 사들이면서 영화화 또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갓 결혼한 행복한 커플이 신혼여행 중에 돈과 다이아몬드, 권총이 든 가방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는 심리스릴러로서 어느 정도 예상대로 진행되는 부분이 있지만 가독성만큼은 매우 뛰어난 작품이었다. 만약 당신이 우연히 돈과 보석으로 가득 찬 가방을 줍게 된다면? 게다가 주인은 이미 죽은 것이 분명하고, 당신이 가져가는 걸 아무도 목격하지 못한다면? 살짝 위험해 보이는 이 행운을 움켜잡을 것인가, 아니면 외면하고 안전한 일상에 머무를 것인가? 차가운 물 속으로 뛰어드는 시원한 표지만큼 올 여름 더위를 잊게 해줄 만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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