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까만 단발머리
리아킴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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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람들이 너한테 오면 다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진짜 그런 줄 알지? 근데 아니야. 네가 다른 사람들 말도 안 듣고, 네가 제일 잘났다 하니까 다들 네 비위 맞추느라 그러는 거지. 이제 아무도 네가 제일 잘 춘다고 생각 안 해. '진짜 그런 사람' 정말 없을걸? 시대는 바뀌어. 당연한 거야. 근데 너는 그걸 몰라. 안다면 인정하기 싫은 거겠지. 이제 네 시대는 갔어. 지금은 그냥 쟤네들의 시대인 거야. 누구의 잘잘못이 아니라고."   p107~108

세계 대회 팝핀 우승자, 빛나는 K팝 안무의 숨은 주인공, 구독자 1,600만 유튜브 채널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의 안무가, 모두 한 사람을 지칭하는 화려한 수식어이다. 바로 트레이드마크인 까만 단발머리를 흔들며 때론 파워풀하고 때론 섹시하게 넘치는 에너지를 몸으로 발산하며 춤추는 그녀, 리아킴이다.

선미의 <24시간이 모자라>, <가시나>, 트와이스의 <T.T>, 아이오아이의 <너무너무너무> 등등.. 이름만 들어도 안무가 바로 떠올려질 정도로 유명한 이 음악의 안무를 만든 것이 바로 리아킴이다. 그녀는 랑킹과 팝핀 장르로 세계 댄스 대회에서 우승을 했고, JYP, CJ엔터테인먼트 등의 댄스 트레이너와 안무가로 활동해왔다. 이력만 보면 태어날 때부터 반짝반짝 빛나는 삶을 살았을 것 같은 그녀이지만, 지금의까만 단발머리 리아킴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둘 중 하나야. 계속 혼자 집에서 네가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살든지, 아니면 새로운 것을 찾아 네 세계를 깨고 밖으로 나오든지. 네가 널 깨고 나오지 않으면, 지금처럼 밤마다 맥주 마시고, 자고, 자기관리 안 하고 그렇게 하루하루 야금야금 갉아 먹으면서, 그렇게 평생 살다 가는 거야. 언젠가는 그만할 수 있겠지. 누구 탓할 수 없어. 네가 그 느낌대로, 매일 선택해서 가는 거니까. 매일 네가 그러기를 선택하고 있는 거라고. 넌 이제 어떻게 할래?"   p.209

이 책은 안무가 리아킴의 삶과 앞으로의 비전을 담고 있는 에세이이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욕먹는 아이였다. 왕따에 전따, 지역 일대의 찌질이였던 그녀는 친구 사귀는 일이 제일 어려웠다고 한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아마도 어린 시절에 성격장애와 대인기피증의 씨앗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타인과의 만남은 성인이 되어서도 항상 두려웠는데, 그걸 티 내지 않으려고 애쓰다 보면 언제나 그들에게 그녀는 조금 차가운 사람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왕따에 찌질이였던 중학생 소녀의 삶을 한 순간에 바꿔 버린 것은 바로 마이클 잭슨이었다. 당시 마이클 잭슨의 내한공연이 텔레비전에서 방송 중이었고, 그녀에게 그 장면은 한 마디로 충격 그 자체였다. 음악에 따라 달라지는 그의 미세한 표정과 호흡, 숨소리, 목소리, 손끝, 발끝의 움직임까지 어느 하나 눈을 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그녀는 춤을 배우러 다니기 시작한다. 문화센터, 댄스팀 등 춤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면 대학 진학도 포기하고 어디든 찾아 다니게 된 것이다.

그렇게 미친 듯이 노력해 세계 댄스 대회에서 우승하고, 댄스 커뮤니티의 주인공이 되고,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속 정상에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 이후로 그녀는 댄스 배틀에서 연이어 바닥을 찍고, 눈을 돌려 도전했던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굴욕을 맛보게 된다. 그렇게 바닥까지 내려오고 나서, 철저히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비로소새롭게춤추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녀의 드라마틱한 여정과 함께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낼수록 용기는 커지고, 가능성은 더 커진다는 깨달음이 그녀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춤을 추고 싶다면, K팝을 사랑한다면 이 책을 읽어 보자. K팝과 춤을 더 신나게 하는 리아킴의 매직에 빠지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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