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니 - 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클라우드 5
유윤종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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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소원을 빌었는지 바닥이 움푹 팬 자리에 한 컵 분량의 물은 족히 담길 것 같다. 이 앞을 수없이 오갔을 젊은 푸치니도 소원을 빌었을까? 그랬다면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어머니와 가족의 곤궁을 면하게 해달라고 빌었을까? 그것이었다면 그는 소원을 초과 달성하게 된다. 이탈리아 대작곡가들의 찬란한 이름을 잇는 존재가 되게 해달라고 했을까? 그런 큰 소원이었더라도, 그는 이뤄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p.61

내가 푸치니의 오페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십여 년 전 한참 뮤지컬에 빠져 있었던 시기였다. 푸치니의 오페라 중에 <나비 부인>은 뮤지컬 <미스 사이공>, <라보엠>은 뮤지컬 <렌트>  큰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사실 음악극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오페라와 뮤지컬은 굉장히 다르다. 대사가 있는 뮤지컬과는 달리 오페라는 오로지 노래로 대사를 표현하고, 번역이나 개사를 하지 않고 원어로 부르는 것이 원칙이라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당시의 내게 오페라는 너무도 먼 장르였는데, 푸치니의 오페라를 듣게 되면서부터 그 장르에 대한 편견 같은 것이 깨지기 시작했다. 뮤지컬만큼이나 대중적이고, 서사가 뚜렷하고, 격정적인 드라마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감정 이입할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푸치니의 오페라는 유려하고도 애절한 정에 넘치는 선율이 유명한데, <라보엠>, <토스카>, <나비부인>, <투란도트> 등 음악에 문외한인 이들조차 그 명성을 익히 알 정도로 대중적으로 사랑 받는 작곡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라인업에 푸치니가 있어서 고대했었다. 푸치니의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오페라의 고향 이탈리아를 거닐며 그의 삶과 작품의 발자취를 좇는 특별한 여행기라니 상상만으로도 설레었다. 푸치니는 루카에서 태어나 밀라노에서 데뷔한 후 잇따른 대작으로 성공하기까지, 그는 두 도시에서 사람들과 교류하며 거장으로 발돋움했다. <라 보엠> <나비 부인>의 탄생지 토레델라고를 거치면, <잔니 스키키> <토스카>의 영광이 고스란히 남은 피렌체와 로마로 향하는 여정은 당장이라도 그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역에서부터 해안가로 걸어 나온다. 그림 같은 빌라들이 바둑판처럼 늘어서 있고, 남국의 이름 모를 꽃들이 정원마다 한여름의 향기를 마음껏 뽐낸다. 해변을 한 블록 남겨두고는 해송이 빽빽한 공원이 짙은 향기를 뿜어댄다. 공원 옆으로 해안과 한 블록 차이로 평행하게 난 기다란 길이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트 거리다. 호텔과 음식점들이 소나무 공원과 마주 보고 이어진다. 이 길가에 푸치니의 마지막 집이 있을 것이다.    p.261~262

거장의 흔적을 따라 실제 그 곳의 공기를 마시며, 직접 보고, 느끼는 이 여행이야말로 그들의 소설을, 그림을, 음악을 이해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 아닐까. 그들이 살았던 공간을 직접 찾아가 작품이 탄생했던 세계를 탐험하고, 그 세계와 작가를 새롭게 조망한다는 엄청난 기획은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가장 특별한 여행가이드'이자 '세상에서 가장 쉽고 재미있는 인문학'이다. 그 어떤 여행 가이드북이나 여행 에세이에서도 만날 수 없는 특별한 현지의 풍경들과 장소들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주고, 수백 년간 우리 곁에 존재했던 고전 명작들의 실체를 느껴볼 수 있도록 해주고 있은 말이다. 무엇보다 세계의 명작들 자체보다 그 위대한 작품 너머에 있는 한 인간의 삶과 발자취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풀어내는 스토리라 더욱 매력적이다. 거장이 살았던 시대, 그가 세상을 바라보았던 시각, 작품이 탄생하게 된 계기와 배경, 그리고 그가 누굴 만나고,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서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 독자인 우리는 몸으로 하는 여행만큼이나 더 생생한 머리로 하는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우리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읽으면서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떠나서 페소아가 사유했던 거리 곳곳을 만나고,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해 쿠바 아바나까지 헤밍웨이의 작품과 함께 배경지를 탐방하고, 도쿄 역에서 신칸센을 타고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의 첫 문장에서 묘사되는 바로 그 온통 흰색으로 세상, 터널 저쪽과는 너무도 다른 세상을 경험해보기도 한다. 잘츠부르크에서 빈까지 모차르트의 뮤직 로드를 따라가보기도 하고, 기나긴 겨울의 혹독한 추위와 어둠을 견뎌내야 하는 노르웨이에서 뭉크가 사랑했던 신비로운 여름밤 풍경을 바라보고, 오스트리아 알프스가 보이는 산악 지방 티롤의 한가운데 잘츠부르크에서 클림트의 흔적을 만나고,  '오셀로' '베니스의 상인'의 무대인 베네치아,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인 베로나 등 지중해 연안을 따라가며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입체적으로 만나기도 한다. 텍스트 안에서만 존재하던 거장의 실체를 직접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 보고 싶다면, 문학과 음악, 그림을 입체적으로 읽어내는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거장의 작품들과 그 이야기가 탄생한 배경을 직접 보고 느끼면서 체험해보고 싶다면,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적극 추천한다. 일상에 지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그러나 여행을 가기엔 현실적으로 걸리는 부분들이 너무 많을 때,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가 있다면 책상과 소파, 침대에서, 수고스럽고 비싼 여행을 가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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