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내 삶을 송두리째 뒤바꿔
놨어. 당신 때문에 내 삶은
끔찍한 지옥이 돼 버렸어. 당신 때문에 난 7년이라는 시간 동안 불행 속에서 지내야 했어.
내 열정을 포기해야 했고,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허우적대야 했어. 당신은 그게 어땠는지 상상도 못 할
거야. 그러다
결국, 난 죽음을 맞이하게
됐어. 당신이 날 죽인
거야.
p.56~57
유명 여배우 모르간 아고스티니는 어느
날 생면부지 남자의 상속인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고인의 가족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서 변호사는 유언장을 낭독하고, 고인은 여동생에게 아파트 한 채와 오래된 자동차
한대, 형에게는 카메라와
컴퓨터 장비, 어머니에게는
물질적인 값어치가 거의 없어보이는 장비들을 남겼다.
그리고 모르간에게는 아르데슈에 있는 주택 한 채를 남겼다. 보잘 것 없는 유산을 받은 고인의 형은 분노가
가득 찬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고, 그녀는 당황스러웠지만 아들이 남긴 마지막 유언을 존중해야 한다는 고인의 어머니의 말에 결국 그 집을 받기로
한다.
고인이 남긴 편지에는 당신의 영화
인생을 쭉 지켜봐 왔으며, 당신이 내게 준 감동에 대한 대가로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다는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그리고 아르데슈의 집에 당신을 위한 깜짝 선물을
준비해뒀으니 직접 가서 보라고 되어 있었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숲으로 둘러싸인 낡은 빈집으로 향하고, 고인이 그녀를 위해 준비한 복도 맨 끝에 있는
방에 가게 된다. 어두컴컴한
집 안에 있는 방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은 대체 뭘까.
모르간은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아 보이고, 그녀는 그 집으로 향하면서 이유 없이 불안해했다. 과연 고인이 된 남자는 단순히 여배우의 팬이라서
그녀에게 유언을 남긴 것일까. 그가 남겨준 마지막 선물은 무엇일까.
짧은 이야기였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임팩트 있는 한 방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그러고 나서야 모두의 눈에 내가 보이기
시작한 것 같더라고. 그때부터
난 인간인 '누군가'가 될
수는 없었지만 괴물 같은 '무언가'가 될 수
있었어.
내가 바로 공포라는 존재란다. p.148
이 책은 국내에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카린 지에벨의 단편 소설집으로,
<죽음 뒤에>와
<사랑스러운 공포>
단 두 편이 수록되어 있다.
국내에 출간된 카린 지에벨의 작품들을 대부분 읽어 보았기 때문에 단편은 어떨지 너무
궁금했다. 소설집이라 여러
편이 수록되어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단 두 편의 짧은 이야기만으로 그녀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던 것 같다. 한 편당 100쪽 남짓한 분량으로 딱 필요한 이야기만
군더더기 없이 쓰여 있는 데다, 단편만이 줄 수 있는 결말의 여운까지 인상적인 이야기였다.
카린 지에벨 하면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심리적
요소들을 끄집어 내어 복잡다단한 심리변화를 포착해내는 작가로 유명한데,
그래서인지 기존 장편 소설들은 분량이 꽤나 두꺼운 편이었다. 아무래도 '심리 스릴러'라는 장르의 특성 상 각각의 인물들의 내면에
집중하다 보니, 빠른
전개보다는 풍부한 내면의 목소리를 통한 갈등을 부각시키는 부분들이 많았고,
그래서 다소 루즈하고 지루한 면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욕망, 불안, 집착, 죄의식, 피해의식, 열등감 등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심리적
요소들을 끄집어내어 실력만큼은 탁월한 작가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지만 말이다. 이번에 그녀의 작품을 단편으로 만나 보니, 기존 작품들의 원형이 되는 이야기를 만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