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서귤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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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전에 동물원 사이트에 들어가 라이브 캠으로 판다를 보곤 한다. 화면 속 판다는 자거나 졸거나 멍때리거나 가끔 대나무 잎을 먹고 있다. 그 통통한 삼각김밥 모양의 뒤태를 보며 하루를 반성한다. 너무 부지런히 살았던 건 아닌지. 돈벌이에 눈이 멀어 나의 귀여움을 뽐내는 걸 소홀히 했던 건 아닌지. 내일은 더 대충 살자. 다리가 짧아 엉덩이 대신 허리로 앉는 판다처럼.    p.19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카카오프렌즈! 라이언, 어피치, 튜브, , 무지, 프로도, 네오, 제이지, 저마다의 개성과 매력의 사랑스러운 여덟 캐릭터와 젊은 작가들이 만났다.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그 두 번째는 바로 귀여운 악동 어피치와 울리다 웃기기 전문 악동 작가 서귤이다. 애교 넘치는 표정과 행동으로 카카오프렌즈에서 귀요미를 담당하고 있는 어피치의 핑크핑크 에너지가 가득한 책이다.

 

섹시한 뒤태와 아름다운 분홍빛을 무기로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어피치! 뒤집어진 복숭아 모양이라 엉덩이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귀염뽀짝 뽀샤시 캐릭터라 그런지, 이번 에세이의 제목도 너무 그럴 듯하다. 그런데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하다니, 무슨 뜻일까.

저자는 말한다. 길바닥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문득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토실토실 말랑말랑, 그 어떤 거친 바닥에서도 나를 폭신폭신하게 받쳐주는 엉덩이. 심한 말, 못된 말, 독한 말을 들은 하루 몽실몽실 내 마음을 감싸주는 마음의 엉덩이가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고 말이다.

너는 가장 최근에 달려본 적이 언제냐고 물었고, 나는 생각이 나질 않아 입을 다물었지. 정말 기억이 나지 않았어. 심장이 터질 듯이 뛰고,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 정도로 달려본 게 언젠지. 어느 순간 알아버렸거든. 내가 달리든 걷든 기든 이 고만고만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는 걸. 이를 테면 이번에 신호등을 건너든, 4분 후에 건너든 나의 삶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말이야.     p.182

이 글을 읽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웬만한 순간에는 달리질 않는 어른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 정도로 달려본 건 너무도 까마득하다. 단순히 귀차니즘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조금 빨리 간다고 해서 인생사 뭐 크게 달라질 거 있나 싶은 마음가짐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길을 가다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아이들을 보면 그들의 그 에너지가 눈부시게 느껴지곤 했다.

누군가에게는 다소 유치하다고 느껴질 만큼 가벼운 글들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이러한 유머와 밝음이 위로가 되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타켓층은 정확히 10 20대 사회 초년생 정도가 아닐까 싶다. 30대만 넘어가도 오글거리는 감수성으로 느껴질 테니 말이다. 어피치를 좋아한다면 무조건 읽어야 하고, 평소에 책을 별로 읽지 않는 이들에게도 추천한다.

카카오프렌즈가 사실 글보다는 라이언이나 어피치등 카카오 프렌즈 친구들이 더 눈에 들어오는 책이긴 하지만, 사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책을 집어드는 사람들도 꽤 많을 것이다. 그러니 뭐 꼭 에세이가 진지하고 심오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힐링과 위로라는 테마로 쓰인 에세이들이 모두 겉모습은 다르지만, 내용은 비슷비슷하기도 하고 말이다. 사랑스럽고 너무도 익숙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이 페이지 곳곳에 나타나서 그 귀여운 자태를 뽐내주는 것만으로 마음 속에 작고 동그란 행복들이 가득 차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책이라... 다음에 나올 카카오프렌즈 시리즈도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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