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위 - 꿈에서 달아나다 모노클 시리즈
온다 리쿠 지음, 양윤옥 옮김 / 노블마인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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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건 꿈이야. 히로아키는 돌연 그렇게 의식했다.

나는 꿈속에서 잠이 깬 거야.

가마타에게서 다음 업무에 대해 듣고 그 사건의 무대가 된 초등학교 꿈을 꾸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또렷하게 꿈 속에서 꿈이라고 인식한 것은 오랜만이었다. 가마타의 이야기가 영향을 끼친 것이리라. 가마타는 항상 이런 식으로 자신의 꿈을 스스로 분석하고 있을까. , 좋아. 꿈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보자.   p.55

정신의학자 프로이트가 꿈의 해석이라는 책을 출간한 것이 1900년의 일이다. 그로부터 한 세기 이상 지나서 꿈 자체를 영상 데이터로 보존할 수 있게 되었고, 꿈을 해석하는 일을 하는 직업도 생기게 된다. 그야말로 눈으로 ''을 보고 진짜로 '꿈의 해석'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지몽을 꾸는 것으로 인정받은 일본 최초의 인물이었던 고토 유이코는 12년 전, 끔찍한 화재로 인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예지몽을 전해오던 그녀를 세상 사람들이 잊을 무렵, 기괴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고토 유이코의 약혼자였던 시게아키의 동생 히로아키는 이제는 세상에 존재할 리 없는 그녀의 모습을 발견한다. 잠깐 나타났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눈을 의심하게 했지만, 분명 고토 유이코였다. 그 즈음 전국의 초등학교 아이들이 집단 이상행동을 보이는 사건이 벌어진다. 학생들이 갑작스럽게 고통을 호소해 집단 식중독이 아닌가 했지만, 아이들은 곧 안정을 되찾았고 이후로 악몽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꿈 해석사로 일하고 있는 히로아키가 그 사건을 맡아 아이들의 몽찰을 해석하는 일을 하기 위해, 문제의 사건이 벌어졌던 초등학교 중 한 곳을 찾아 간다. 해석할 수 없는 기괴한 악몽의 의미는 무엇이며, 대체 이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내 생각에는 반드시 그런 지시 때문만은 아니야. 사람들은 말하기 싫은 건 결코 말하지 않는 법이거든."

"말하기 싫은 것이라니?"

"다들 어렴풋이 느끼고 있어. 이번 일이 자신들의 이해력을 뛰어넘는 엄청난 일이라는 것을. 학교 괴담이나 도시 전설 따위와는 완전히 수준이 달라. 어떻게도 설명할 수 없고 어떻게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면 다들 애초에 '없었던; 일로 치부해 버리는 거야. 그냥 모르는 척하다 보면 나중에는 정말로 모르는 일이 되어버리는 심리, 알지?   p.184~185

이 작품의 제목인 '몽위' '꿈에서 달아나다'라는 의미이다. 극중 고토 유이코는 수많은 사상자를 내는 큰 사건사고들을 꿈에서 목격하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을 했지만, 사실 꿈의 내용이 아무리 참혹하다고 해도 그러한 미래를 모두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예지몽의 사건이 정확히 언제 발생할지 날짜까지 알 수는 없었고, 장소나 사람을 찾는 것도 의외로 어려웠던 데다, 내용에 따라서는 프라이버시 때문에 몽찰 자체를 공개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들은 그녀에게 불길하다, 재수없다는 말로 비난하고 야유하기도 했다. 끔찍한 사건 사고를 미리 알 수 있을 뿐, 그것을 막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었으니 말이다. 꿈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시대였으니 나쁜 꿈을 바꿀 수만 있다면 좋았을 텐데.. 그 누구에게도 그런 능력은 없었다. 그리고 지금 유령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의 모습이 여기저기서 목격되고 있었으니, 아마도 그녀가 다시 꿈을 꾼 것이라고, 그것도 뭔가 중요한 재앙의 꿈일 거라고, 히로아키는 뭔가 꺼끌꺼끌한 불안을 느낀다. 아무 일 없이 지나가지 않을 것이다. 분명 뭔가 일어 나고 있었다.

 '서정적 공포' '몽환적 글쓰기'로 잘 알려진 온다 리쿠의 작품답게 이야기는 시종일관 오싹하고, 뒷골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다. 꿈을 기록하고 관찰하는 시대라는 설정 또한 인간의 무의식 가장 밑바닥에 봉인해두었던 두려움이 열리고, 꿈과 현실의 경계 그 너머에 있는 세계로 향하는 매혹적인 배경이 되어 준다. 온다 리쿠의 반전 매력은 섬뜩하게 느껴지는 공포도 아무렇지 않게 그려내고, 너무도 적나라한 표현으로 당황스럽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분명 미스터리 추리물 같은데 완벽하게 열린 결말 때문에 어딘가 모호하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이중성'에 있지 않나 싶다. 이 작품은 그러한 온다 리쿠의 기존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갖고 있지만, 여전히 서늘하고, 섬뜩하면서도 그녀만의 독특한 서정적인 느낌을 자아내고 있어 흥미로웠다.

꿈은 일반적으로 꿈을 꾸는 사람의 무의식 혹은 내면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렇게 지극히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꿈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신기술이 실제로 개발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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