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존재가 소중하고 사랑 받을
만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의 존재가 굳이 소중해질 필욘 없다.
그냥 내가 나로서 살아 있어도 충분한 환경이었으면 좋겠다는 것, 그게 전부다. '장점 찾으면 좋은 거지, 좋게 생각해' 따위의 말은 지겹다. 내가 나이기 위해서 무엇이 더
필요할까? 큰돈을 벌지
않아도, 인형처럼 생기지
않아도, 모든 분야에 다재
다능하지 않아도 나는 이미 나대로 존재하고 있는데. p.17
일단 태어났으니
산다? 열심히 살기는
귀찮다? 뭐 이런 무기력한
제목이 다 있나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그럴 때 있지 않나.
충전해도 방전되는 배터리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쉽게 지쳐버리고, 일상이 무기력해지는 그런 경험 말이다. 뭐든 잘해야 한다는 강박과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는 압박을 잠시 잊고 싶은 순간, 당신은 좀 대충대충 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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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천 명 그리고 수백 명의
독자들이 선택한 독립출판물까지, 연일 화제를 일으키며 대중의 진심 어린 지지를 받은 해다홍 작가의 이야기가 새 옷을 입고 출간되었다. 이 책은 일과를 끝내고 집에 들어가는 길엔 얼른
들어가서 누울 생각에 설레고,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그래도
'일단 태어났으니 살고 있는'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웃픈'
마음을 위로해 준다.
열심히 살기는 귀찮지만 잘 살고는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세상엔 노력해서 획득할 수 있는 것보다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사실 더 많다... 열심히 하면 다 되는 시대는 지나 간지 오래다.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그래도 우리는 자신을 방어하며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 최선을 다했던 많은 사람이 노력이 부족했다는 식의
자책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의 노력이 부족한 탓이 아니다.
자책하며 땅굴 파고 싶을 땐 그냥 남 탓, 세상 탓을 해서라도 스스로를 지키기를. p.73
어른이 되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고, 상처를 받더라도
감정을 잘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어른이라고 별 수 없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쿨한 척 돌아서지만 해묵은 감정들을 한쪽에 쌓아두거나, 아무한테도 말 못하고 혼자
끙끙대거나, 결국 스트레스로
고스란히 쌓이게 된다.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왜 그렇게까지 애써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마음도 함께 비집고 나오게 마련이다. 집에서 나오자마자,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고,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얼른 퇴근하고 싶고, 사소한 것에 쉽게 싫증 나고, 사소한 것에 쉽게 동요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평범한
모습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런 책이
필요하다. 일상의 무게에 지쳐
아무것도 되지 않을 자유를 원하지만, 막상 아무것도 아닌 나를 받아들일 자신은 없는
'요즘 것들의 감성'을 제대로 저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말한다. 요즘 가장 부러운 건 절박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왜냐하면 그럼
자신의 구차한 모습 따위는 안 봐도 되니까.
품위를 잃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고, 생각보다 구차하고, 처량하다. 그래서인지 이 책 속 이야기들이 모두
부정적이고, 우울한
내용들이지만 만화를 읽으면서 그렇게 어둡게만은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누구나의 속마음이 그러하지 않을까. 매사에 불평이 많다고 해서 삶에 대한 애착까지 없는 건 아니니
말이다.
소심하지만 너무도
유쾌한, 귀여운 투덜거림들이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될 것
같다. 편안하고 친근한
그림체로 가끔은 익살스럽게 또 가끔은 진지하게 풀어내는 일상의 소소한 고민들이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니 말이다. 때로는 버겁고 비뚤어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의
일상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