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실험실 - 위대한 《종의 기원》의 시작
제임스 코스타 지음, 박선영 옮김 / 와이즈베리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8년간의 따개비 연구가 끝났을 때쯤에는 다윈의 아이들도 아버지가 집에서 실험하고 연구하는 모습을 무척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그때 다윈의 첫째 아이가 15살이고 막내는 세 살이었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따개비를 연구하는 모습을 내내 보며 자랐다. 다윈 가족의 이웃이었던 존 러벅은 이에 관한 일화를 소개했다. 다윈의 아이 중 하나가 친구네 집에 놀러 갔을 때, 그 집에 현미경이나 해부 도구가 없는 것을 보고, 그러면 네 아빠는 따개비 연구를 어디서 하시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다윈의 아이들은 다른 아빠들도 모두 따개비를 연구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p.115~116

신이 이 자연을 설계했다고 주장하는 자연신학이 주류이던 19세기 초반, 찰스 다윈은 그러한 믿음에 의심을 품었다. 자연의 진리를 밝히기 위해 위대한 지적 탐구는 40년 동안 가족과 함께 살았던 다운하우스의 시골집 뒷마당 실험실이었다. 그의 집은 대부분 다른 사람들의 집 풍경과는 전혀 달랐다. 개구리 알을 덮은 축축한 종이로 복도가 어지러웠고, 뒤뜰 새장에서는 비둘기들이 요란하게 울어 댔으며, 온갖 씨앗을 둥둥 띄운 소금물로 가득한 항아리가 지하 창고에 수두룩했다. 모아둔 비둘기 뼈 때문에 악취도 진동했는데,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이렇게 다윈은 끊임없이 기이한 실험을 했던 빅토리아 시대 괴짜 박물학자쯤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러한 실험 덕분에 오늘날 생물학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역사적인 인물이 된 거라고 생각한다. 그가 당시로서는 혁명에 가까웠던 진화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토대를 마련하게 된 모든 과정이 이 책에 담겨 있다.

화학, 생물학, 해부학, 박물학, 지질학 등등 다윈의 호기심은 끝이 없었고, 끈질긴 관찰과 투철한 실험정신을 바탕으로 친구, 사촌, 조카, 어린 자녀들은 물론이고 집사와 가정교사까지 필요하다면 누구라도 자신의 연구에 참여시켰다. 딱정벌레를 수집하고, 전 세계에서 수집한 비둘기를 키우고, 온실에서 덩굴식물을 기르고, 벌들을 쫓아다니며, 파리지옥에 손톱과 머리카락을 먹이로 주고, 지렁이와 대화를 나누며 합주곡을 들려주는 등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실험들이 펼쳐지는데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나는 항상 바보처럼 실험한다'는 다윈이 말처럼 그의 행보는 어딘가 웃음을 자아내는 구석이 다분했다. 그럼에도 '천재가 하는 바보 같은 실험'은 결국 위대한 발견을 해내는 도약의 발판이 된다.

다윈의 관점이 언제나 옳은 사실로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기의 생각을 검증하기 위해 끈기와 독창성을 발휘하는 모습은 과학적 지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교훈을 시사한다. 그 동안 해왔던 수많은 견구처럼 분산의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그가 오랜 시간 소박한 방식으로 기발한 실험을 실행하는 모습을 보면 자연의 비밀을 밝히는 데 필요한 것은 약간의 독창성과 자원을 활용하는 지혜가 거의 전부가 아닐까 한다.   p.271~272

다윈의 <종의 기원>이 그가 청년 시절 5년간의 역사적 항해 동안 남미와 대서양·태평양·인도양을 넘나들며 수많은 동물·식물을 채집하여 연구한 것에서 바탕이 되었다는 사실 정도는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영국으로 돌아와 20여 년 동안, 진화론을 입증할 방대한 증거와 자료들을 수집했던 그 긴 과정에 대해서 아는 이들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비글호의 좁은 선실에서 시작된다윈의 실험실은 이후 그의 생애 대부분을 보냈던 다운하우스 시골집의 서재와 복도 그리고 정원에서 계속되었다. 무엇보다 그가 했던 실험들이 무슨 거창한 도구나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어려운 것이 아니라, 위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도구와 재료를 갖고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책에는 매 장마다 '다윈의 실험' 이라는 메뉴로 다윈이 했던 여러 가지 실험들을 실생활에서 직접 재현해 볼 수 있는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다. 씨앗 날리는 실험, 다윈이 변이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게 했던 따개비 관찰, 잔디밭 실험구 만들기, 벌집 분석과 비눗방울 실험, 식충식물 관찰하기 등등.. 누구라도 쉽게 구할 수 있고, 직접 참여해볼 수 있는 실험들이 위대한 다윈의 이론의 바탕이 된다니 그저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 책은 <종의 기원>을 대중들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교 역할을 해주기도 하고, 열정의 실험가이자 10남매의 아빠, 자상한 남편, 다정한 이웃으로서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찰스 다윈의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해주는 특별한 재미도 준다. 그리고 근대 과학사의 흥미로운 장면들을 직접 엿볼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로웠고, 평범한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어린아이의 눈높이로 모든 현상에서 '' '어떻게'를 질문하는 것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놀라운 과학적 발견의 탄생 과정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어 감동적이기도 했다. ‘위대한 이론의 탄생 현장에 함께하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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