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잘레스 씨의 인생 정원 -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에서 배운 삶의 기쁨
클라우스 미코쉬 지음, 이지혜 옮김 / 인디고(글담)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니클라스는 모래밭 위에 몸을 뉘였다. 하얀 구름이 눈부시게 파란 하늘을 가로지르며 흘러가고 있었다. 구름, 바다, 흐르는 강물, 아름다운 석양 같은 자연의 풍경들은 단순하기 그지없는 동시에 세상 그 어느 영화보다도 멋지고 흥미진진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노을을 바라보는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흘려 보낸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p.36~37

은행에서 투자 상담원으로 일하던 니클라스는 어느 날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게 된다. "우리 회사에는 이제 자네가 필요 없네."라는 지점장의 선택의 여지 없는, 항변 조차 할 수 없는 회사의 결정이었다. 니클라스가 은행에서 고객들과 상담하며 보낸 세월이 꼬박 여덟 해였다. 그런데 별안간 모든 게 끝나버렸다. 서른두 살의 그는 빠르게 포기하는 쪽을 택하고 합의를 받아들였다. 어차피 쫓겨날 자리에서 몇 달을 더 버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던 것이다. 니클라스는 지금껏 학교에서는 모범생이었고, 졸업 후에도 한눈 팔지 않고 대학에 입학해 학위를 따고 곧장 은행에 취직해 일해 왔다. 안전과 성공이 보장된 미래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 왔는데, 뜻밖에 닥친 회사의 해고 통보로 인해 갑작스러운 운명의 전환점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그는 고민한다. 지금껏 걸어온 길을 계속 걸어가고자 한다면 곧장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할 테고, 새 직장은 또다시 은행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다른 길을 선택한다면 어떨까? 집과 익숙한 일상으로 복귀하는 대신 뭔가 다른 걸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회사와 합의한 덕분에 당분간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기에, 그는 번잡한 도시를 등지고 회색 구름 대신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어딘가로 떠나기로 한다. 그리고 스페인의 작은 해변 마을 에스테포나에서 지내면서, 팔십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작은 텃밭에서 자연주의 방식으로 채소를 가꾸며 살아온 곤잘레스 씨를 만나게 된다. 니클라스는 그곳에서 날마다 곤잘레스 씨의 밭일을 도우면서 속도지향적인 삶에서 내려와 자연 속에서 단순한 삶의 기쁨을 조금씩 느끼게 된다.

 

 

마지막 햇살이 산 너머로 사라졌다.

"실패, 버림받는 일, 깊은 슬픔, 고통 이 모든 건 삶의 일부분이야. 그러나 이중 무엇도 영원하지는 않아. 언젠가는 인생의 다음 장으로 넘어가면서 기쁨과 행복이 되돌아올 테니까."

니클라스는 전적으로 공감했다. 굴곡과 실수 없이는 배움도 없고, 끝이 없으면 새로운 시작도 없다.   p.227

채소밭에서 일을 하는 것은 피로와 통증으로 커다란 피로를 가져왔지만, 그럼에도 니클라스는 행복감과 만족감이 자신을 채우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하나의 채소를 수확하기까지 여러 달 동안 식물을 돌보는 과정이 선행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면서, 친환경적인 채소를 심고 가꾸고 선호하는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도시에 살면서 화려함과 편리함에 익숙해진 삶 속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것들이었다. 두 손을 흙에 묻고 일하는 것이 어떤 기분을 주는지, 어떻게 영혼을 충만하게 해주는지, 그리고 그러한 노동의 강도와 가치에 대해서도 말이다.

정직하게 노동하여 번 돈으로 그날 하루를 살아내며 단순한 삶을 추구하는 곤잘레스 씨는 말한다. 앞날을 걱정하는 것처럼 무의미한 일은 없다고. 이 길로 가면 뭐가 나올까, 무슨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전전긍긍하는 것만큼 기운을 소진하는 일도 없다고. 그러다 보면 정작 오늘 할 일에 집중하는 데 쓸 기운은 남아 있지 않게 된다며, 어차피 때가 되면 모든 게 더 좋아질지 나빠질지 알게 될 거라고. 그때까지는 걱정하고 동요하기보다 다른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게 낫다고 말이다. 정원을 가꾸어 본 적도, 하물며 밭일을 해본 적도 없는 나 역시 전형적으로 도시 생활에만 익숙한 삶을 살아 왔다. 그래서 가끔 은퇴 후 시골에서 자급자족하며 산다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생각했었다. 평생 도시 생활의 편리한 혜택을 누리며 살았는데, 저런 삶은 불편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단순한 삶의 방식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느긋하게 산다는 것에 대해서, 속도지향적인 삶에서 벗어나 나만의 가치지향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곤잘레스 씨처럼 당장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오늘을 마음껏 즐기는 소박한 삶을 살아 보고 싶다면, 조급함을 내려놓고 안절부절못하며 걱정하던 것들을 버리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