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생각이 많아 머리가
아프거나, 빡빡한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싶을 때 나는 그림책을 본다.
언어가 아니라 그림으로만 스토리를 전달하는 그림책은 매우 단순하다. 그리고 그 단순함이 어른들에게 필요한 순간이
있다.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단순해지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자. 그저 마음이 내키는 대로, 행복해지는 일들을 망설임 없이
했었다. 그 선택으로 인해
오게 될 결과에 마음 쓰지 않고, 내 행동으로 인해 타인이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하지 않고 말이다.
하지만 점점 사회화가 되면서 이런 저런 신경 쓸 일들이 늘어나고 보니 어떤 상황에서든
단순해진다는 것만큼 어려운 게 없게 되고 만다.
바로 그렇게 단순함이 필요할 때 펼쳐야 하는 일러스트북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등에서 '언어를 뛰어넘은 그림', '그 자체로 언어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성공적으로 종이책을 출간한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상하이 탱고의 일러스트북이다.
이 책은 그가
5년 넘게
'꿈'을 주제로
'하루 한 점'씩 그린
1,600여 점 중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170여 점을 선별한 소장 가치 높은 컬렉션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그림 자체에 이야기와 메시지가
녹아 있어 굳이 언어가 필요하지 않다는 데 있다.
색과 글자로 의미를 한정 짓지 않고, 단순한 검은 선으로 된 세련된 드로잉만으로 언어와 국경, 인종과 세대를 뛰어넘어 유머와 위트를 전달하고
있으니 말이다. 얼핏 보면
매우 단순해 보이는 드로잉들이지만, 창의력과 역발상을 바탕으로 피로와 타성에 굳어버린 뇌를 시원하게 식혀주는 소나기 같은 반전을 선사하고 있다.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직장인들에게도, 학교와 집만
오가며 쳇바퀴 돌듯 일상을 보내는 학생들에게도,
고단한 육아와 집안일에 지쳐있는 주부들에게도... 가끔은 그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 이 책의
부제가 '두뇌 스트레칭 감성
일러스트북'인데, 딱딱하게
굳어 있는 우리의 뇌를 새로운 생각과 번뜩이는 아이디어,
창의력으로 빛나는 상상들로 스트레칭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개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상하이 탱고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것들은 이상하거나 기괴하거나 특별한 것들이 아니다.
원래 있던 것,
익숙한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을 살짝 비틀어 만들어내는 위트와 아이디어들인
것이다.
이 책은 창의적 발상을 필요로 하는
광고인들이나, 카피라이터, 마케터, 디자이너, 미술학도들에게 반전의 매력을 환기해줄 자기계발서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상하이 탱고가 광고 크리에이터로 일하던 장점을 발취해 그린 그림들이기
때문에 아이디어들이 정말 가득하다. 글이 전혀 없이 그림으로만 이야기하는 책이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도 좋을 것 같고, 스트레스 가득한 어른들에게도 힐링의 시간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에 실려 있는 상하이 탱고의
그림들이 '꿈'을 주제로
하고 있기에, 잠들어 있는
머리를 꿈꾸게 하는 것 같다. 예측 불가능한 상상력의 세계를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