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왜 완벽하려고 애쓸까 - 완벽의 덫에 걸린 여성들을 위한 용기 수업
레시마 소자니 지음, 이미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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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들은 아기 때부터 착한 아이가 되어야지, 예의 바르고 우아하게 행동해야지.라는 수백 가지의 암시를 받으며 자란다. 부모는 여자아이들에게 흠잡을 데 없이 조화롭게 맞춘(리본까지 색을 맞춘) 옷을 입혀놓고는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여자아이들은 A를 받는 착한 학생이라고, 남을 도울 줄 아는 예의 바른 아이라고, 협조를 잘 하는 아이라고 크게 칭찬받는다. 하지만 한 끗 차이로 조금만 지저분하거나, 자기주장을 하거나, 혹은 시끄러우면 야단을 맞는다(제아무리 부드럽게 말해도 꾸지람은 꾸지람일 뿐이다).   p.36

'넌 여자애가 왜 그렇니?' '좀 여자답게 행동할 수는 없니?' 라는 말을 듣지 못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 있을까. 그 말이 나에게 하든, 내 친구에게 하든, 혹은 지나가다가 다른 누군가에게 하는 말이든 말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자다움', '남자다움'을 강조하는 분위기는 너무도 당연했고, 사실 그러한 인식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답다'는 것이 남자에게는 너무도 너그러운 반면, 여자에게는 제한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근본적으로 남자아이들은 용감해지는 법을 배우고, 여자아이들은 완벽해지는 배우기 때문이다.  남자아이들은 잘하지 못하더라도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인정받고 칭찬받지만, 여자아이들은 뭔가를 시도해보기도 전에 일단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부터 자연스레 배우게 되니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레시마 소자니는 인도계 이민자 2세로,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법조계, 금융계에서 최고의 위치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진정한 성취감을 느낀 건 의회 진출 실패를 경험하고서였다고 한다. 처음으로 정답의 틀을 깨뜨린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서른세 살이 되어서야 마침내 사회생활에서 용감해지는 법을 배웠고, 덩달아 사생활에서도 용감해지는 법을 깨우쳤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너무나 오랜 세월 완벽 추구라는 덫에 걸려 옴짝달싹 못 했기 때문에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세 번이나 끔직한 유산을 했지만 인공수정을 시도했고, 코딩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첨단 기술 스타트업 회사를 설립했다. 물론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 모든 일을 시도했기 때문에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방식대로 이 세상을 바꿔나가고 있다고 말이다.

실제로 완벽의 경지에 다다르면 얼마나 허무한지 아는가? 그런데도 완벽해지려고 분투한다니 참으로 우스울 따름이다. 반면 용기는 한때 완벽함에 위협당해 빼앗길 뻔했던 모든 것을 되찾아준다. 진정한 즐거움, 성취감, 두려움을 받아들이고, 맞서는 능력, 새로운 모험과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태도, 실수와 실패, 오점을 받아들이는 태도 같은 것 말이다. 이 모든 것들을 되찾을 수 있다. 용기만 있다면.   p.124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여성들에게 어떻게 완벽함을 요구하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그녀들이 포기해야 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완벽한 학생이자 딸은 나중에 완벽한 전문직 종사자, 여자 친구, 아내, 엄마가 되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러게 바라고 바랐던 완벽한 경지에 오른 그녀들이 마음은 공허하다고 말한다. 흠 하나 없이 완벽한 상태에 도달해도, 예전보다 더 행복하지도 행복을 보장받는 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저자는 '완벽한 인생'이 실제로는 그렇게 완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말을 세상의 모든 그녀들에게 건넨다. 그리고 예쁘게, 착하게, 똑똑하게 완벽해야 했던 여성들에게 완벽의 덫에서 헤어나고 용감해지기 위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사실 완벽은 지루하다. 이는 완벽에 관한 모든 통념의 이면에 있는 가장 중요한 진실이기도 하다. 언제나 모든 것이 완벽하다면 배움이나 노력의 재미를 어디서 느낄 수 있겠는가? 자신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여야 인생의 재미와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여성들의 용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거였다. 이러한 책을 통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다양한 형태로 용기를 보여주는 세상이 되면 좋을 것 같다. 뿌리 박힌 고정관념을 거부하고, 자기주장을 펼치고, 불의에 저항하고, 유리 천장을 뚫고 올라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여자답게, 용감하게! 용기 근육을 단련해보자. 실수해도, 실패해도, 넘어져도 괜찮다. 매일 언제나 새로운 역경과 더 큰 도전이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고, 그러한 난관에 대처하려면 용기를 평생의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키워야 한다. 이 책이 바로 그러한 용기를 향해 나아가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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