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1cm - 너를 안으며 나를 안는 방법에 관하여
김은주 지음, 양현정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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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이 지루함과 동의어는 아니다. 대사를 외울 정도로 여러 번 본 영화라면 분명 당신의 인생영화일 것이다. 그 영화는 다음 장면을 예상할 수 있어도, 결말을 이미 알고 있어도, 언제 보아도 새로운 감동을 전해준다. 마찬가지로, 겨울이 지나고 매번 찾아오는 봄이 지루하지 않고 설레듯, 여행지에서 돌아와 집같이 익숙해진 사람과의 사랑은 언제나 찾아오는 봄같이 따뜻한 설렘을 준다.   p.83

7개국 80만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던 '1cm' 시리즈의 김은주 작가가 4년 만에 출간하는 에세이이다. 어쩌다 보니 '1cm' 시리즈를 처음부터 다 읽었는데, 카피라이터 출신의 작가답게 감각적이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문구들이 마음을 건드리는 시리즈라서 가볍게 읽기에 참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보면 처음 《1cm》 라는 책을 만났던 것이 2008년이니 벌써 십 년이 훌쩍 넘었다. 이후로 일센티 플러스, 일센티 아트, 일센티 미니북까지 시리즈들을 만났었고, 작년에는 세계적 포토그래퍼 에밀리 블링코와의 콜라보로 완성한 <기분을 만지다>도 읽었다.

사실 '1cm'라는 수치는 실제 측정되는 크기로 눈금 열 개짜리, 손톱보다도 더 작은 분량이다. 그런데 그 작고도 하찮은 그것만큼의 마음으로 우리는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 있다. 아무 것도 아닌 말로 상처 받고, 사소한 행동 하나로 위로 받고,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행복해지고, 맛없는 점심 한끼로 기분 나빠지고.. 지나고 나면 별 것 도 아닌데 그 당시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게 절대 아닌 그런 일들 말이다. 그래서  '1cm' 시리즈'는 너무 바빠 죽을 것 같을 때 딱 '1cm 만큼의 여유', 도저히 풀리지 않는 난관에 봉착해 있을 때 '1cm 만큼만 생각을 바꿔보는 발상의 전환', 반복되는 일상에 의욕이 사라져 갈 때 잊고 있던 내 어린 시절의 꿈, '1cm 만큼의 설레임'에 대해서 이야기했었다. 기존 시리즈에 비해서 이번 책에서는 좀 더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로 인해 성장하게 되는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들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1cm 더 사랑하는 만큼 1cm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들을 그려내고 있다.

 

낭만적 믿음에, 자주 가는 레스토랑, 자주 가는 옷 가게, 자주 가는 병원에서 얻을 수 있었던 이성적 믿음이 더해진다면, 수많은 경우의 수를 통해 이 사람이 건네는 위로는 따뜻한 수프 같고, 이 사람의 포옹은 바람 부는 날의 스카프같이 포근하며, 힘들거나 아픈 마음을 치유해줄 수 있는 사람,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진짜 확신이 든다면, 그 사람과의 사랑은 아름다움에 견고함까지 갖춘 건축물이 되는 것이다.   p.142

저자는 말한다. 행복이 가장 싫어하는 세 가지 단어가  지금 말고 그때. 이곳 말고 거기. 당신 말고 그 사람.”이라고. 내가 지금 발 딛고 서 있는 현재,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소중하다는 말이다. 앞만 보고 달려 가느라 너무 가까운 곳에 있는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사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어두운 날도, 사실 어느 정도는 밝은 날이었고, 정말 어두운 날도 그만의 괜찮은 부분이 있는 날이라는 것을, 그렇게 긍정 마인드라는 힐링이 페이지 곳곳에 묻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것의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유치하거나 평범하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따뜻해서 참 좋았다. 사랑은, 평범해도 괜찮다는 위로와 누군가에겐 특별하다는 위안을 동시에 가져다 준다. 늘 이기라고 말하는 세상 속에서 지는 게 억울하지 않다는 기분 또한 사랑만이 가져다 줄 수 있는 평온이다.

내가 일센티 시리즈를 좋아했던 이유는 너무 사랑스러운 그림들도 그렇고, 실려있는 글들이 모두 긍정적이라 책을 다 읽고 나면 어쩐지 내일은 나에게 조금 더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고, 이상하게 걱정 거리들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부정적인 내가 사라지고 마냥 긍정적인 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책 역시 짧지만 다양한, 깊이 있지만 무겁지 않은 이야기들은 지치고 외로울 때, 언제든 펼쳐서 읽으면 나를 위로해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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