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마지막 한 장을
넘기면 '그렇게 모두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동화는
늘 그렇게 말해. 나조차도
모르는 나의 결말을 다른 사람들은 알고 있는 건지 열심히 하면 성공할 거래.
왜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걸까. 작아지는 꿈을 외면했던 걸까. 마음을 열지 않았던 걸까. 그렇게 생각할 때 나에게 살포시 햇빛 한 줄기가
내려앉았어.
p.84
네이버 그라폴리오 인기 작가 유지별이의
첫 책이다. 작가는 틴에이저
일러스트 스토리 창작자 공모전에서 당선하며 데뷔했는데,
십 대 창작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감성과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누구나 거쳐온 학창 시절의 추억을 떠올려 볼 수
있는, 열아홉의 꿈과 스물의
낭만이 가득한 일러스트들이 청소년과 대학생 독자들에게 많은 공감과 위로를 안겨줄 수 있을 것 같다. 책도 예쁘고, 스토리도 마치 웹툰 처럼 이어지는 책이라
졸업·입학 시즌 선물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대학 졸업 후, 직장을 다니면서 사회인이 되고부터는 매일매일의
일상이 뭐 그리 바쁘고, 전쟁처럼 지나가는지.. 학창 시절을 돌아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 지금은 길을 걷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보면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나 싶게 딴 세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때 그 시절 3월이면 새로운 선생님과 새로운 반 친구들에 대한 설레임과 한 해 동안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봄을
맞이했었다. 새 학년이 되면서
친했던 친구들과 한 반이 되면 조금 안심이 되었는데,
그들과 반이 갈리고 낯선 친구들만 가득한 교실에 들어서면 이번에도 마음에 맞는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살짝 두렵기도 했다.
그 짧은 쉬는 시간에 도시락을 미리
먹거나, 매점에 달려가
간식으로 배를 채우던 장면, 새벽에 학교에 가서는 밤하늘에 별이 총총 떠 있을 때가 되어야 집에 돌아와서 녹초가 되던 기억, 가끔 학교가 일찍 끝나는 날 방과 후의 포근한
공기와 햇살, 시험 시작 전
교실의 긴장된 분위기, 소풍과
수학 여행을 떠나던 순간의 두근거리는 설레임 등...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 전 그 날, 그 순간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내가 빛나면 남들이 나를 좋아해줄
테니, 웃어야지. 잘해야지. 참아야지.
내가 뒤처지면 감당 못 할 외로움이 찾아올
테니, 행복해야지. 노력해야지. 높아져야지.
그런데 그냥.... 빛나지 않더라도 나를 봐주면 안
돼?
p.183
보통 그림 에세이는 남녀의 연애와
사랑을 주제로 한 책들이 대다수를 이루는 데 비해 이 책은
“열아홉의 꿈과 스물의
낭만”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어 인상적이다. 작가가 열아홉의 나이에 데뷔했고,
바로 자신이 살아내고 있는 시간들을 현재 진행형으로 그려내어 더욱 또래 독자들에게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아니었나 싶다. 새학기가 시작되는 봄에서 시작해,
기말고사,
여름방학을 거쳐 가을을 지나며 마지막 시험을 치르고, 겨울이 되고, 다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봄을 맞이하는
스토리이다. 소소하지만, 누구나 거쳐왔던 학창 시절의 추억들이라 뭉클하고,
따뜻하고,
설레이는 이야기들이었다.
작가의 말처럼, 어른이 되어도 서툰 건
똑같다. 꾸준히 앞만 보며
달려오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아무것도 모르던 때가 그리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부모님의 그늘 아래 있던 학생 신분에서 사회라는 거대한 세상으로 발을 딛고, 내가 하는 일로 인해 돈이라는 걸 벌게 되면서
우리는 비로소 한 세계를 깨버리고, 다른 세계로 나아가게 된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가면서 점점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힘들지 않은 척,
마음을 숨기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그렇게 마음의 여유를 잃어 버리고,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놓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 책은 위로와
휴식을 안겨준다.
나에게도 이렇게 빛나던 시절이
있었지, 추억하며 그 시간들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맑은 새소리,
살랑이며 볼을 간지럽히는 꽃바람, 반짝이는 빛의 조각들, 그리고 나무 그늘 틈으로 보이는 눈부신 반짝임까지.. 봄에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