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이 1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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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다는 살아남기 위해 머리를 썼다고 말했다. 만약 정말 그 정도로 두뇌가 좋다면 이곳을 나가서도 얼마든지 살아갈 재주가 있을 터이다. 그러나 아무리 똑똑해도 마치다에게는 더 소중한 것이 결여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살아가기 위해 뭘 할지 생각하는 것은 머리지만, 무엇을 위해 살아갈지를 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마음이다. 한정된 시간 속에서 자신은 그것을 마치다에게 가르칠 수 있을까.   p.63

마치다 히로시라는 소년이 인간을 구별하는 기준은 단 하나였다. 머리가 좋은 인간인가, 나쁜 인간인가. 남자와 여자도, 부자와 가난뱅이도, 선한 인간과 악한 인간도 아니었다. 바로 그가 살아남기 위해 의지해야 했던 것이 바로 자신의 높은 아이큐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에겐 가족도, 친구도 없었고, 누군가를 그리워한다거나 좋아한다는 등의 감정 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 미혼모였던 히로시의 엄마는 학교에 보낼 비용도 아깝다는 생각에 그를 방안에서 사육했다. 출생신고도 하지 않아 호적도 없었고, 당연히 학교에 가본 적도 의무 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 그는 사회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도 살아야 했고, 그는 살아남기 위해 머리를 써야 했다. 히로시의 아이큐는 160 이상이었고, 한 번 본 것은 사진을 찍듯이 기억에 새길 수 있는 직관상 기억이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뒷골목 세계를 이끄는 무로이 진이라는 남자가 있다. 그는 범죄라는 것이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불가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행복한 인간을 불행하게 하기 위해, 불행한 인간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살아간다. 마치 신흥 종교처럼 보이는 이상한 이 사상은, 평등하지 않은 세계 속에서 범죄로 인해 불평등함을 메운다는 비뚤어진 세계관으로 그를 따르는 무리를 만든다. 세상이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체감하면서 살아온 이들에게 그러한 생각은 자신들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갈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세상에 빈부가 있고, 증오나 악의나 욕망이라는 감정이 있는 한 범죄가 없는 세계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범죄는 나쁜 것이 아니라는 자기 합리화가 필요할 수밖에 없기도 하고 말이다.

 

불행한 인간을 조금 행복하게 하고 행복한 인간을 조금 불행하게 한다... 무로이는 그 말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신이 조화를 부리듯 범죄를 이용해 사회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무로이는 어떤 의미에서 범죄라는 수단으로 불평등한 사회를 바꾸려하는 신과 같은 존재이다. 그렇다면 그 일의 한 부분을 맡고 있는 아마미야 일행은 '신의 아이'인 셈이다.   p.101

사회파 추리의 강자 야쿠마루 가쿠는 매번 묵직한 미스터리를 그려냈었다.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용서와 복수라는 다소 어둡고 무거운 주제가 이렇게 술술 읽혀도 되나 싶을 만큼 쉽게 읽히고,가슴으로 다가오는 것이 그의 작품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었다. 국내에 꽤 많은 작품들이 출간되어 있는데, 최근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이 역주행 베스트셀러가 되는 바람에 아마도 지금 가장 핫한 작가일 것이다. 이번에 만나는 <신의 아이>는 야쿠마루 가쿠의 아홉 번째 국내 출간작인데, 두 권짜리라 그 중에서도 분량이 가장 많다. 그만큼 다양한 플롯과 반전,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엮여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1권의 이야기는 범죄를 이용해 불평등한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사상에 심취한 무로이 진이 소년원에 들어간 마치다를 갖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사건을 벌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히로시가 소년원에서 겪게 되는 스토리가 전반부, 그리고 그가 소년원을 나와서 부딪히게 되는 사람들과의 관계, 여전히 그에게 관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뒷골목 세계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리고 사실 히로시라는 특별한 캐릭터 외에 주연보다 더 눈길이 가는 조연 캐릭터가 있어 플롯이 풍부해지고, 몰입감을 높여주고 있다. 그래서 이후 전개가 어떻게 될 지 더 궁금해지는데, 어서 빨리 2권을 만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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