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고주영 옮김 / 놀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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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알 것 같아!

혼자 있다는 건 이렇게 그냥 걷는 거야.

하지만 누군가와 이야기를 한다는 건 이렇게 풍경을 보는 게 아닐까?   p.142

<보노보노> 1986년 출간되어 1988년 고단샤 만화상 수상 후 30년 넘게 연재를 이어오고 있는 네 컷 만화이다. 이 책은 만화 <보노보노> 1권부터 30권 중 원작자 이가라시 미키오가 특별히 고른 18개 작품만을 모은 베스트 컬렉션이다. 수백 편의 이야기 중 가장 재미있는 에피소드만을 엄선해 담았고, 보노보노와 숲속 친구들이 모두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모았기 때문에 <보노보노>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이 입문용으로 읽기에도 좋다.

기본적으로 저자인 이가라시 미키오가 좋아하는 이야기들을 골랐지만, 독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이야기들도 염두에 두고 고른 에피소드들이라고 하니, 아마도 가장 <보노보노>다운 이야기들인 셈이다.

 

보노보노와 숲 속 친구들을 정리해보자. 주인공인 아기 해달 보노보노는 항상 태평하고 느긋하다. 언제나 공상에 빠져 있고, 엉뚱한 성격도 가지고 있다. 남을 괴롭히지만 다방면에 걸쳐 인생 경험이 풍부한 너부리는 숲속의 개구쟁이이다. 가끔 속 깊은 말을 던지는 포로리는 보노보노의 절친으로 암컷으로 오해 받지만 사실 수컷이다. 보노보노는 뭐든 수수께끼 같은 존재인 야옹이 형에게 물어보는데, 굉장히 성가셔한다.

똥싸개 린과 린의 아빠 지식왕 울버, 세상 모든 것이 싫기만 해 독설을 날리는 너부리 아빠, 대화법도, 사는 법도 독특한 보노보노 아빠, 달관한 성격의 무뚝뚝하고 말수가 적은 포로리 아빠,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명랑한 홰내기, 거짓말을 태연하게 잘도 하는 너부리의 친구 오소리, 너부리와는 숙명의 라이벌인 포로리의 누나 아로리가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심심한 이유는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어디론가 가기 위해서는 걸어야 한다.

그러면 할 일이 생긴다.

너부리야, 심심할 때 어딘가에 간다는 건 그런 얘기지?   p.313

너부리는 다들 시시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것이 의문이다. 어제 뭐 했고, 오늘은 날씨가 어떻고 하는 얘기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거냐는 너부리의 말에 포로리가 말한다. 다들 그렇게 재미있는 일만 있지는 않다고. 만약 재미있는 이야기만 해야 한다면 다들 놀러 왔다가도 금방 가버릴 거라고. 모두 외롭고 쓸쓸하니까 시시한 얘기라도 하고 싶은 거라고 말이다. 한참을 이런 저런 공방을 펼쳐가며 시시한 이야기를 왜 하느냐에 대해 토론하는 이들의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고, 우리들의 일상 같았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게 마련이고,,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삶을 이루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시시한 이야기가 정말 좋다고 생각하는 보노보노의 소박한 마음이 괜시리 뭉클했다.

보노보노는 소심하다. 보노보노는 걱정이 많다. 보노보노는 친구들을 너무너무 좋아한다. 보노보노는 잘할 줄 아는 게 얼마 없다. 심한 만큼 걱정도 많고, 잘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무식하고 우직하게 노력하는 그런 캐릭터. 느릿느릿,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보노보노의 행동에서 묘하게도 위로가 되는 순간을 발견한다면, 어쩌면 당신도 외로운 어른인지도 모르겠다.

 

<보노보노>가 좋은 이유는 젠체하지 않기 때문이다. 심오한 이야기를 심오하게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심오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툭 내뱉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말이다. 이 작품은 무심한 듯 툭 던지는 말 속에 담겨 있는, 단순하지만 삶의 예리한 진실들이 빛나는 그런 만화다.

<보노보노>의 오랜 팬이라면 한 권으로 <보노보노>의 세계를 총망라한결정판을 오래도록 기다려왔을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는 단 한 권만으로도 <보노보노> 속 수백 편의 이야기 중 가장 재미있는 에피소드만을 엄선해 담은 베스트 컬렉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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