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 짓다 - 듣는 순간 갖고 싶게 만드는 브랜드 언어의 힘
민은정 지음 / 리더스북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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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는 존재 이유가 있다. 존재 이유가 불명확하면 도태되고, 결국은 소멸된다. 그러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진정성 있게, 그러면서도 남다르게 자사 브랜드에 담아내는 것이다.   p.131

카누, 티오피, 오피러스, 서울스퀘어, 뮤지엄 산, 평창동계올림픽 슬로건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 브랜드의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이 책은 귀에 꽂히는 그 이름들이 만들어지게 된 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고 있다. 25년간 수많은 히트 브랜드를 탄생시킨 국내 최고 브랜드 네이밍 전문가 민은정의 첫 책이다. 브랜드 이름, 슬로건, 콘셉트, 스토리 등 브랜드를 구성하는 모든 언어 콘텐츠를 다루는 전문가를브랜드 버벌리스트(Brand Verbalist)’라고 한다. 가장 뛰어난 브랜드 버벌리스트로 손꼽히는 민은정 인터브랜드 전무는 지난 25년간 다양한 기업과 50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브랜드에 이름을 붙이고 숨을 불어넣는 일을 해왔다. 저자가 직접 진행했던 32가지 브랜드 사례를 통해 대중에게 사랑받고 오래도록 살아남는 브랜드 언어 전략을 들려주고 있어 마케터, 기획자, 브랜드 담당자들에게는 필독서가 될 것 같은 책이기도 하다.

브랜드의 첫인상과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브랜드 이름'이다. 그리고 '브랜드 슬로건'은 브랜드 이름과 함께 브랜드의 성격을 드러낸다. 한편 브랜드에 인격을 부여하는 것은 '브랜드 스토리'이다. 그러니 브랜드 메시지와 브랜드 콘텐츠는 고객과 나누는 대화와 같다. 기억하게 하는 것, 공감하게 하는 것, 인간적 매력을 부여하는 것, 영원한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브랜드 언어의 목표이다.

2000년대 중반, 프리미엄 원두 캔 커피의 출시를 앞두고 동서식품과 미팅을 할 때, '커피다움을 느낄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커피 맛에 대한 음성학적 정의로 시작해 강한 첫 맛, 부드러운 끝 맛, 아련하게 남는 뒷맛을 음성학적으로 치환해 강한 첫 음절은 격음과 경음으로, 부드러운 둘째 음절은 유성음으로, 여운이 남는 끝 음절은 받침 없는 모음이나 유성음 받침으로 끝맺어 공기 중에 진동을 남기도록 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티오피(T.O.P)'였다. 커피의 강한 첫 맛은 '', 부드러운 맛은 ',', 여운이 남는 향은 '', 이렇게 세 음절이 각각의 역할을 나누어 수행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는 최고를 의미하는 단어 TOP을 재구성한 이름이기도 하다. 이후 프리미엄 원두 캔 커피 시장은 빠르게 성장해 10여 년 만에 1조 원을 넘는 시장이 되었지만, 여전히 최강자는 롯데칠성음료의 칸타타와 동서식품의 티오피다. 음료수 시장은 '브랜드 역할력'이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기업의 언어와 브랜드 언어의 차이다. 내가 들려주고 싶은 것은 기업의 언어이고, 고객이 듣고 싶은 것은 브랜드의 언어다. 내 수준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기업의 언어이고, 고객 수준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브랜드의 언어다. 내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기업 언어이고, 고객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브랜드 언어다.

브랜드 스토리를 개발할 때 기업의 언어로 말하지 마라. 브랜드 언어로 말하라. 그래야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p.248

동서 식품의 '카누', 기아자동차의 '오피러스', 제주도의 맥주 '제스피', 피로 회복제 '액티넘' 등등 누구나 알만한 브랜드들의 이름이 탄생하게 된 스토리가 담겨 있어 매우 흥미진진했다. 게다가 차별화된 콘셉트 잡는 법을 비롯해 귀에 꽂히는 브랜드 이름과 슬로건 짓는 법, 인상적인 스토리와 메시지 개발하는 노하우 등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들을 수 없었던 독보적인 브랜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어떤 기업이든 고객에게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강조하려고 할 것이다. 고객의 마음속 깊이 새겨지고 싶다면 '무엇'이 아닌 '' 그것을 하는지 자연스럽게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브랜드 언어라는 것이다. 기능이 아닌 브랜드로 차별화되는 시대, ‘언어는 대중이 브랜드를 인식하는 가장 확실한 통로다. 특히 이름은 브랜드의 첫인상이자 운명을 가르는 기준이다. 슬로건과 콘셉트, 스토리, 메시지 등 이름에서 파생되는브랜드 언어들을 독창적으로 만들려면 남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 국내 최고 브랜드 버벌리스트가 들려주는 정교하고 과학적인 네이밍의 세계는 놀랍고도 흥미진진했다. 성공한 브랜드 이름에는 알고 보면 고도로 계산된 네이밍 법칙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도전하는 후발 브랜드가 콘셉트를 잡을 때 유의해야 할 점, 기업 슬로건을 지을 때 지켜야 할 세 가지 원칙, 오래도록 회자되는 브랜드 스토리 만드는 법 등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브랜드 언어 전략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버벌리스트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충고와 팁들이 수록되어 있다. 여러 항목 중에 '꿋꿋하게 거절당하기'라는 대목이 눈에 띄었다. 딱 한 가지 결과물이 선택되기 위해서 수백 수천 개의 아이디어가 거절당한다. 그러니 거절을 견디는 것은 브랜딩을 하는 사람들이 매일매일 경험하는 일상이라는 것이다. 물론 거절당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경험이다. 그렇지만 이 거절을 꿋꿋하게 견디는 자가 결국 최고의 아이디어를 탄생시킬 수 있다. 브랜드 언어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시장에서 성공하는 브랜드 이름이 어떻게 탄생하는 지 알고 싶다면, 그리고 듣는 순간 갖고 싶게 만드는 브랜드 언어의 힘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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