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양이 시리즈를 처음 만난 것이
벌써 4년
전이다. 그리고 어느새
시리즈는 여덟 번째 이야기가 출간이 되었다.
고양이나 개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야 많지만, 사박사박 소리가 들리는 듯 담백한 느낌의 연필 드로잉으로 그려진 만화라
개인적으로 콩고양이 시리즈를 가장 좋아한다.
두 주인공 고양이는 이름도 무려 '팥알이'와
'콩알이'로 그 이름만큼이나 깜찍하고 귀엽다. 그리고 그들보다 내가 더 좋아하는
시바견 '두식이'는 시리즈
네 번째 작품에서 처음 등장해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개와 고양이를 과연 한 집안에서 키울 수 있을까 싶겠지만, 이 작품을 읽다 보면 개와 고양이가 앙숙이라는
우리의 편견이 아니었나 싶을 만큼 둘도 없는 단짝들이다.
자신을 개가 아니라 고양이로 알고 자라온 두식이는
등장부터 강렬한 임팩트를 줬던 기억이 난다.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이 출간되었을 때가 '태양의 후예'라는 드라마가 한참 인기였던 시기라 번역가님이 센스 있게 두식이에게 드라마 속
유시진 대위의 말투를 그대로 살려 주셨는데...
그 특유의 말투는 이제 완전히 두식이의 성격과 닮아 있어 더 귀엽다. 사람 말을 죄다 알아듣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총명함을 자랑하다가도, 두
고양이 팥알이와 콩알이 앞에서는 꼼짝도 못하는 순진무구 두식이는 특별한 말투만큼이나 사랑스러운 캐릭터이다.
시리즈 여섯 번째 이야기에서는 너구리가
등장했었고, 일곱 번째
이야기에는 두식이를 꼼짝 못하게 하는 마성의 고양이가 등장했었다.
개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무서운 고양이 누님이라 개를 싫어하는 고양이와 고양이를 좋아하는 개의
만남이 얼마나 흥미진진했는지 모른다. 어느 날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수수께끼의 신원불명 회색 고양이는 콩고양이 콤비만 챙기고, 두식은 쳐다보기만 해도 무서운 눈빛으로
달려들었다. 우리의 순딩이
두식이는 그런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했었는데,
이번 여덟 번째 이야기에서는 바로 그 무서운 그레이 언니가 주인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레이의 진짜
이름과 대체 왜 그렇게 개를 싫어했는지에 대한 사연도 보여지며,
살짝 뭉클함도 안겨준다.
무엇보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그냥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마치 마법처럼 말이다.
이번 작품에 실린 에피소드는 특별히 재미있는 대목들이
많았다. 회사에 가기 전에
팥알이, 콩알이를
쓰담쓰담하면서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부러워 그 높고 비좁은 곳을 비집고 올라간 두식이도 너무 귀여웠고, 그레이의 비밀 외출을 따라간 두식이와의
에피소드도, 그리고 그레이가
떠난 후 남겨진 콩알이, 팥알이, 두식이가
그리워하는 모습도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두식이를 위해 비옷과 강아지용 장화를 사와 산책을 가는 에피소드는 그야말로 대공감이었는데, 아마도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밖에 없는 웃긴 에피소드였다.
거기에 더해 내복씨가 머리도 젖지 않게 하라고 삿갓을 두식이에게 씌워
주는데... 얼마나
웃기던지.. 배꼽 잡고 한참
웃었다.
가족들이 모두 외식을 하러 나가 집이
비어 있는 사이, 팥알이와
콩알이가 두식이를 이용해서 간식을 찾아내고,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마는 에피소드도 있었고, 다이어트를 시작한 마담 북슬과 함께 두식이의
다이어트도 시작되는데.. 간식은 절대 금지이고, 사료도 다이어트용으로 바꾸는데..
과연 두식이와 마담 북슬은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을까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했다.
누구나 가끔 그럴 때가 있을
것이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좀 쉬고 싶게
되는 그런 순간 말이다. 그럴
때는 딱딱하고 머리 아픈 독서대신, 가볍고 유쾌하지만 마음 따뜻해지는 이런 독서가 제격이다.
팥알,
콩알,
두식이네 일상이 소소하지만 따스한 기분과 함께 그 동안 잊고 살았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테니 말이다.
콩고양이 시리즈는 여백이 많은 프레임에 둥둥 떠있는 짧은 대사와 간간이 미소 짓게
만들고, 또 그 틈틈이
뭉클하게 만들고, 그 와중에
지나간 추억도 떠오르게 만들어 준다.
오늘도 콩고양이네 집에는 사건사고가 그치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모여
버라이어티한 대가족의 알콩 달콩한 이야기가 계속 된다.
그저 소소하고 평범하게,
반려동물들과 집에서 함께 지내며 생기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는 작품인데 단 한 페이지도 지루할
틈이 없다. 게다가 쓱쓱
그려낸 필치가 너무도 심플하고 위트가 넘쳐 중독성 있게 페이지를 자꾸 펼쳐 보게 만들어주는 만화이기도 하다. 콩고양이 시리즈가 앞으로도 계속
되길.. 벌써부터 이들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