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팅 게임 (한글판 출간 10주년 기념 리커버 에디션)
엘렌 라스킨 지음, 이광찬 옮김 / 황금부엉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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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말이 안 된다고? 죽음은 의미가 없지만 산 자들에게 다가온다. 삶 역시 당신이 누군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바람이 어느 쪽으로 부는지를 알 때까지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게임에 이기는 일에만 전념하라. 여러분이 찾는 것이 누구인지를 알기만 하면 해답은 간단하다. 하지만 유산 상속자들이여, 깨어 있어라! 깨어 있어라!    p.65

어느 날 평범해 보이지 않는 한 배달부가 여섯 통의 편지를 배달한다. 한 사람씩, 한 짐씩, 그렇게 배달부는 사람들을 선셋타워로 유인한다. 최신식 호화 아파트를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혜택을 받으며 임대할 수 있다는 소개에 입주 희망자들은 즐거워했고, 하루 만에 선택된 입주자들로 선셋 타워가 가득 차게 된다. 그들 가운데는 재단사도 있었고, 발명가도, 비서도, 의사도, 판사도 있었다. 선셋타워는 조용하고 모든 것이 잘 운영되는 아파트였다. 그러던 어느 날, 북쪽 절벽 위에 있는 낡은 웨스팅 저택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고 있는 것을 사람들이 발견한다. 그곳은 15년 동안이나 비어 있었다. 그렇다면 소문만 무성한 웨스팅 씨가 저 곳에 있는지, 아니면 유령이라도 있는 건지.. 세 아이들은 내기를 한다. 그렇게 그 곳에 들어가서 발견한 것은 동양 양탄자에 싸여 있는 웨스팅이라는 노인의 시체였다.

전 재산이 200만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수수께끼 사업가 웨스팅 씨의 부고 기사가 신문에 실리고, 변호사가 발송한 열여섯 통의 편지가 사람들에게 도착한다. 유산 상속자로 지명되었다는 편지를 받은 사람들은 유언장 낭독 시간에 맞춰 모두 웨스팅 저택으로 모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변호사가 낭독하는 유언 내용에 충격을 받는다. 웨스팅의 죽음은 자연사가 아니며, 자신의 목숨을 앗아간 사람은 바로 여기 모인 사람들 중 한 명이라는 거였다. 게다가 한 명의 유산 상속자를 정하기 위해 웨스팅 게임이라는 것을 제안하고 있었다.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을 사람은 누가 되었든 살인자를 찾아 내야만 하는 것이다.

 

눈 속에 갇힌 지 사흘째 되는 날 아침, 창백한 태양이 떠올랐다. 고요히 누워 있는 미시간 호수는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변했지만 잠자리에서 일어난 선셋타워의 입주자들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미시간 호수가 아니었다. 그들은 창가에 선 채 웨스팅 저택에 매혹되어 꿈속에 사로잡혀 있었다.   p.102

게임의 규칙은 이렇다. 열여섯 명을 여덟 쌍으로 나누고, 각 쌍에게는 1만 달러와 단서가 제공된다. 참가자 한 명이 탈락하면 그의 짝도 함께 게임을 포기하고 범칙금으로 1만 달러의 돈을 반납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정해지는 게임의 커플은 유언장에 기재되어 있었다. 그렇게 요리사와 재단사, 수위와 대법원 판사, 성형외과 인턴과 말을 더듬는 휠체어 소년, 걷어차기의 명수인 말괄량이 소녀와 전국 고등학교 육상 신기록 보유자, 배달원과 사장 비서 등 다양한 나이와 성격,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각자 짝이 되어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그들은 단서가 들어 있는 봉투를 하나씩 받는다. 똑같은 단서는 하나도 없다. 중요한 것은 가지고 있는 단서가 아니라 없는 단서이다. , 이제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이들 중에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 실제 모습이 다른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실제로 누구이든 간에 게임에 이기기만 하면 그만이다.

과연 웨스팅 씨를 죽인 범인은 누구이며, 그의 죽음에 관련된 비밀은 무엇일까. 그리고 과연 유산 상속자로 지정된 이들 열 여섯 명의 인물들 중에 누가 게임에 이길 것인가. 무엇보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것은 언어유희로 가득한 단어퍼즐이 아닐까 싶다. 문장 하나하나를 모두 추리의 단서가 되도록 설계해 놓았기에, 곳곳에 숨겨진 단서들을 찾는 재미도 있다. 이 작품은 한글판 발간 10주년을 맞아 이번에 리커버 에디션으로 출간되었다. 추리 소설로는 최초로 미국 최고 권위의 아동 문학상인 뉴베리상을 수상한 걸로도 유명한데, 뉴베리상은 해마다 가장 뛰어난 아동 도서를 쓴 사람에게 주는 상으로 '아동 도서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상이다. 영미권에서는 '12세 이상 어린이 및 청소년이 읽어야 할 필독서'로 선정될 만큼 현대 미스터리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저 청소년 추리 문학이라고만 치부하기엔 아쉬울 만큼 어른이 읽어도 전혀 유치하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과연 누가 웨스팅 씨를 죽인 범인을 찾고 백만장자의 유산을 독차지 할 수 있을 것인지, 당신도 웨스팅 게임에 함께 해 보길. 이 책을 읽는 순간부터 당신도 한 명의 상속자가 된 것처럼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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