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어오듯 비가 내렸다
가방에 작은 우산 하나 챙겨
다녀야 하는 곳이다. 오늘
비가 내린다면 우산을 꺼내지 않으려 한다. 흠뻑 젖을 때까지 그냥 이대로 비를 맞을 것이다.
가끔은 그렇게 내면을 바깥 세계와 만나게 해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p.121
올해는 유독 SNS 작가들의 책이 많이 출간되고, 인기를 끌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인스타그램 몇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누구누구, 혹은 페이스북 몇만 독자들의 뜨거운 공유, 또는 몇만 SNS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킨 누구 식으로
소개되는 작가의 띠지가 붙어 있는 책들을 숱하게 보아 왔다.
그 중에는 정말 베스트셀러로 오랜 기간 인기를 끌었던 작가들의 책도 있었고, 웬만한 중견 작가도 그 이름값만으로 팔아 치울 수
없는 그러한 판매율을 자랑하는 책도 있었다.
심리학과 관련된 에세이들이 매달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이들 NS 작가들이 인기를 끌게 된 이유도 아마 시대적인
흐름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사회가 불안정하고, 개인의 자존감이 낮아지고, 기댈 곳이 필요한 사람들이 이러한 것에서 위로와 감성의 코드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현재 시대를 지배하는
대중의 욕구, 독자가 원하는
이야기는 아마도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현재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아닐까 싶다. SNS를 통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짧은 글의 인기가 높아지게 된
이유도, 이들 작가들의 글들이
깊이 있고, 문장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굉장히 젊고, 감각적이며, 대중의 코드와 트렌드를 읽어내는 감성이 충만하기 때문일 테니 말이다. 사람들은 어렵고, 딱딱한 종이책을 집어 드는 대신 그들의 몽글몽글한 언어에 기꺼이 손을
내민다. 이번에 만난 책
역시 '70만 팔로워의 새벽을
함께한 작가' 라는 호칭으로
소개되는 SNS스타작가
동그라미의 신작이다.
사랑할까요
사랑합니다
사랑할게요
사랑했어요
사랑했나요
사랑이
뭔가요? 이렇게 하는 거 맞나요?
p.231
사랑과 연애, 이별에 관한 에세이답게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다. '부끄러워 꺼내놓지 못했지만 사실 가장 공감 받고
싶었던 사랑의 기쁨, 아픔, 슬픔과
그리움들을 장마다 펼쳐놓는다'는 출판사의 책 소개문구처럼, 그리고 '팔로워의
새벽을 함께' 했다는 호칭처럼
밤에 읽어야만 할 것 같은 책이기도 하다.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낮에 읽기에는 어쩐지 오글거리고 글들 투성이니 말이다.
하지만 밤이 되면 누구나 달라진다. 어떤 작가들도 그러지 않았던가. 밤에 쓴 글을 아침에 읽어 보면 이걸 내가 썼나
싶을 때도 있을 만큼 감성적이라고 말이다. 지나간 사랑이 떠오르는 어느 밤,
추억에 빠져 들고 싶은 멜랑콜리한 그런 밤에 읽기에 딱 좋은 글들이 가득한
책이다. 현재 누군가와 사랑에
빠져 있다면, 혹은 이별의
아픔에 모든 유행가 가사가 내 이야기처럼 들린다면..
그럴 때 필요한 책이 바로 이런 책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이
책은, 사랑이 일상이 되기
전의 상황들을 그리고 있다. 사랑을 많이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을 것 같고, 제대로 된 사랑을 아직 해보지 못했다면 배울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하지만
이미 충분히 사랑을 하고, 사랑의 완성이라고 하는 결혼이라는 단계를 지나 그 사랑이 일상이 되어 버린 사람이라면.. 사실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이렇게 착하고
따뜻하기만 한 사랑 이야기를 읽기엔, 우리의 삶이 이미 너무 닳고 닳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랜 만에 첫사랑과 순수했던 그 시절의 추억 속으로 떠나고 싶은 이들이라면 주저할 것
없다. 이 책이 지나온 사랑의
모든 순간들을 떠올리게 만들어 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