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 세트 - 전2권 -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 50인 이야기 현대지성 클래식
플루타르코스 지음, 이성규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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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스파르타에서는 나쁜 생각을 하지 않는 이상 처녀들이 벌거벗는 일은 조금도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건강한 신체를 드러내어 서로 경쟁심을 갖도록 했고, 남자들에게는 용기와 명예심을 일깨워 주었다. 레오니다스의 아내인 고르고의 일화는 이러한 풍토를 잘 드러내고 있다.

어떤 외국 여자가 고르고에게 이렇게 말했다. "남자를 지배하는 여자는 당신네 스파르타 여자들 뿐입니다." 이 말을 듣고 고르고는, "남자를 낳는 것은 우리들 여자뿐이니까요" 하고 대답했다는 이야기이다.      -1 3장 리쿠르고스, p.120

랄프 왈도 에머슨은 이런 말을 했다. "만일 전세계의 도서관이 불타고 있다면, 나는 그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가 『셰익스피어 전집』과 『플라톤 전집』, 그리고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구해낼 것이다." 라고. 그만큼 이 책은 수많은 작가들과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어 왔다. 특히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등에 큰 영향을 끼쳤던 걸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2권으로 완역한 것이다. 이 책은 모두 50명의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들의 생애를 비교하면서 이야기하고 있다. 플루타르코스는 대략 105~115년에 이 책을 저술하였는데, 거의 2천 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사랑 받고 있는 작품이다. 이번에현대 지성 클래식시리즈의 통일된 디자인에 맞춰 표지가 변경되었고, 기존에 상권, 하권이던 제목이 1, 2권으로 바뀌었다.

 

 

이 책의 원제는 'Bioi Paralleloi'으로 직역하면 '비교열전'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영웅전'이라는 제목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 50인의 이야기와, 이들 중 유사한 영웅 23쌍의 비교평가를 담고 있는데, 이야기 자체가 매우 극적이고 흥미진진하다. 플루타르코스는 자신이 살던 시대의 인물부터 500년 전 시대의 그리스와 로마의 주요 인물들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여 이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가장 뛰어난 그리스 로마의 도덕적 견해와 도덕적 판단에 대한 그림으로서, 그리스와 로마의 도덕 사상의 결과에 대한 소개로서, 재난의 압력에 눌려 제시된 게 아니라 평범한 시대에 존재했고 실제로 평범하게 살았던 그 나라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지니고 있던 것으로서, 플루타르코스의 저술은 논쟁할 여지 없이 값진 것이다.

 

플라톤에 의하면, 아첨에는 모두 네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클레오파트라가 가진 아첨의 재주는 수백, 수천 가지가 넘었다. 그녀는 중요한 일이든 장난스러운 일이든 간에 항상 새로운 매력과 위로를 주어 안토니우스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그래서 안토니우스는 밤이고 낮이고 간에 클레오파트라 곁을 떠나지 못했다.

...사람들은 이런 안토니우스의 행동을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알렉산드리아 사람들은 로마에서는 비극만을 연출하던 그가 여기서는 희극을 보여 준다며, 그를 고맙게 여기고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2 44장 안토니우스, p.708

이 책은 1 964페이지, 2 960페이지의 압도적인 분량이지만, 각각의 인물에 대한 장이 하나의 단편 소설처럼 읽힐 정도로 완벽한 서사와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어 읽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 게다가 각의 영웅과 관련된 다양한 이미지 자료 수록되어 있고, 내용 이해와 몰입에 많은 도움을 주는 수백 개의 각주도 실려 있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이야기를 만나기 전에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는 전문가의해제, ‘플루타르코스의 생애를 먼저 읽는다면, 작품이 쓰이게 된 배경과 작가의 대해서 알 수 있어 도움이 될 것이다.

 

이야기에는 신화적 요소가 매우 짙게 깔려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이 책에 등장하는 영웅들로부터 용기, 지혜, 통솔력, 선과 악, 우정, 배신 등 2천 년 전에도 다를 바 없는 인간의 다양한 면모들을 볼 수 있다. 특히나 흥미로웠던 것은 영웅들을 비교 평가하는 장들이었다. 리쿠르고스와 누마의 비교 장에는 그들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그들은 악기의 현을 바로잡는 조율사처럼, 한 사람은 긴장되고 호전적인 로마 국민의 마음을 평온하게 안정시켜 주었고, 또 한 사람은 긴장이 풀려 방만하고 음탕하던 스파르타 국민을 굳게 결속시켰다" 라고. 그들 두 사람은 자제심과 신앙심, 정치와 교육에 있어 탁월한 능력을 드러내었다는 공통점 외에도 분명한 차이점이 있었던 것이다. 누마는 왕위에 오름으로써 명예를 얻었고, 리쿠르고스는 왕위에서 물러남으로써 명예를 얻었으니 말이다.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와의 사랑으로 유명한 로마의 장군 안토니우스에 대한 장도 굉장히 흥미진진했다. 안토니우스는 얼굴도 잘생겼지만 몸집도 아주 좋았는데, 그런 외모가 헤라클레스 신을 많이 닮아 있어 그의 조상이 헤라클레스의 아들 안톤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전설이 있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안토니우스가 사람들에게 그 전설을 믿게 하려고 특히 얼굴과 옷차림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하는 대목이었다.

이외에도 이 책에 실려 있는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들에 대한 에피소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인물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보여주기도 하며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만들어 준다. 이야기 자체가 워낙 방대하고 책도 두툼하지만, 읽기에 전혀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되는 서사가 아니기 때문에 읽고 싶은 장들만 골라서 읽어도 되고,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발췌해서 읽어도 좋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렇게 조금씩 읽다 보면 어느 새 이 두툼한 책을 다 읽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이 『하버드 고전 총서』, 『옥스퍼드 고전 총서』, 『브리태니커 그레이트 북스』, 『시카고 플랜』 등 권위 있는 고전 총서에 빠지지 않고 포함되는 이유가 분명 있다.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작가들과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것도 당연할 만큼, 이들 영웅들의 서사는 여전히 현재성으로 읽히는 놀라운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이는 우리가 시간을 들여 고전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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