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오늘은 내 인생이 먼저예요
이진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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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너무 평범할지도 몰라요.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하루를 살아요.

가끔은 이 평범함에 대해서도 잘 살고 있는 거라고 누가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내 인생. 최선을 다했다고는 못 해도 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말하고 싶은데 이런 나를 세상은 이해해줄까요? 별이 되지 않으면 어때요. 반짝이지 않으면 어때요.   p.51

한 동안 '열심히 살아라!'고 외치는 책들이 인기였는데, 요즘은 세상 신경 쓰지 말도 '나대로 쿨하게 살라'고들 한다. 그런데, 쿨하지도 않고, 신경도 많이 쓰고 예민하기만 하다면.. 남들이 말하는 편하고 자존감 높은 인생처럼 살자니 내 불안한 성격들에 구멍들만 더 크게 보일 것 같다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어떻게 살라고 나로 태어난 걸까?'를 매일 고민하는 이진이 작가의 이번 책에서는 그냥 생긴 대로 사는 게 덜 피곤하지 않을까, 라고 이야기한다. 그냥 나답게,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불안하면 불안한 대로 말이다. 그녀는 가끔 너무 예민해서 스스로가 힘들고, 너무 배려하려다가 피곤해지기도 하고, 인간관계도 좁은데다, 한 번에 두 가지를 못하는 성격이지만, 그럼에도 이런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고 말한다.

살다 보면 주위에서, 참 이래라 해, 저래야 해, 잘해야 해. 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될 것이다. 그게 때로는 참견일 수도 있고, 때로는 정말 걱정해서 일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지키면서 행복하게 사는 법이 아닐까 싶다. 집착과 예민함, 불안함, 부족함 등등을 이겨내고 고친다면 물론 좋겠지만, 그러다 한평생 노력만 하다 인생이 끝나 버릴 것 같다면.. 그렇다면 전쟁처럼 살아가는 대신에 그냥 조금 더 손해보고, 남들보다 성처 받고, 조금 더 힘들게 살면 어떠냐는 거다. 다 그렇게 산다는 말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기를 바라는 저자의 글들 속에는 사소한 실수나 서투름도 보이지만, 소소하고 평범한 행복들도 많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특별할 것 하나 없어 보이는 하루지만, 그럼에도 그 속에서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좋은 것들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문제를 앞에 두고 걱정만 열심히 하고는 자신 있게 말한다고 한다.

"난 최선을 다 했어. 뭘 더 어쩌라는 거야?"

잘 생각해보자.

당신은 그저 가만히 앉아서 고민만 했을 뿐이다.

고민은 노력이 아니다.    p.288

우리는 모두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한다. 그런데 가끔,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해 보이는 삶 말고 내가 행복해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의문이 들 때가 있다. ‘B형에 다혈질 성격을 가졌으나 A형의 소심함도 넘쳐나는 다소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은 어릴 적 화상을 입은 경험, 가난한 집안환경, 성격에서 비롯된 어렵기만 한 인간관계 등등... 많은 이들이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들이 많았다. 어린 시절의 환경이 성인이 되어서도 성격과 인간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주변에서 그런 경우를 많이 봐왔고 말이다. 싫으면 싫다고 표현하고,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짜증이 나면 짜증을 고스란히 표현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저자는 어른이 된 지금에야 그걸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러니 우리 역시 한 번씩 돌아보며 살아야 한다. 진짜 괜찮은 것인지, 아니면 괜찮은 척하며 살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언니랑 통화를 하다가 무슨 일 때문인지 너무 힘이 없어 보여서 "힘 좀 내..."라고 말했더니 언니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너 하나 기분 좋으라고 힘을 내야겠냐?" 이 솔직한 대답에서 속이 시원했던 사람이 비단 나만은 아닐 것이다. 살아보니 "힘내"라는 말을 듣는다고 힘이 나진 않는 게 사실인데, 사람들은 평소에 별 생각 없이 힘내라는 말을 참 자주, 아무렇게나 하고 있으니 말이다. 언니처럼 저렇게, 내키는 대로 막 던지면서 살고 싶다고 말하는 저자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소심한 작가의 대범한 고백이 유쾌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공감도 되고, 이해도 되는, 그리하여 누군가에게는 작은 용기도 되고, 누군가에게는 애틋한 위로도 되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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