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무레 요코 지음, 스기타 히로미 그림, 김현화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텔레비전에서 개나 고양이뿐만 아니라 동물의 재밌고 불가사의한 행동을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인간 외 모든 생물의 사고회로가 알고 싶어진다. 한때 화제였던 야구 방망이를 붕붕 휘두르는 곰, 꼿꼿이 서 있는 레서판다, 관객을 향해 수중에서 내도록 직립해 있는 바다표범, 자식이 가리비를 덥석 잡으면 손뼉을 치는 아빠 해달 등, 그런 동물들을 보면 궁금해서 좀이 쑤신다. 그들의 마음속에 자리한,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알고 싶다.  p.21~23

이 책의 주요 등장 캐릭터인 시마짱은, 길고양이지만 모습과 하는 행동은 딱 도둑고양이 같다. 몸은 땅딸막하고 짙은 갈색과 검은색의 줄무늬에, 얼굴이 호빵 만한 데 비해서 눈은 단춧구멍만하다. 저자에게 요 몇 년간 불쑥불쑥 찾아오곤 했는데, 모습을 드러낼 때도 '안녕하세요?'가 아니라, '안녕들 하쇼?'라는 분위기를 풍긴다고 하니 대충 짐작이 될 것이다. 무뚝뚝하고, 매사에 심드렁하고, 단춧구멍만한 눈으로 뚫어져라 바라보며 '뭐 좀 내놔보쇼.'라는 레이저를 쏘는 시마짱. 배가 고파도 다른 고양이가 먹다 남긴 건 냄새를 맡기만 하다 쌩하니 외면하기도 하고, 입도 고급이라 웬만한 음식은 줘도 쳐다보지도 않는 고양이이다. 이 책은 그렇게 다른 길고양이 처럼 밥을 얻어먹기 위해 애교를 부리는 일 따윈 결코 없는, 무뚝뚝함으로 완벽 무장한 아저씨 고양이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카모메 식당>,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등의 작품으로 만나왔던 무레 요코가 이번에는 줄무늬 아저씨 고양이 시마짱을 비롯해 그녀의 삶과 함께 해온 여러 동물 이야기들을 에세이로 펴냈다. 고양이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전부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만 담겨 있는 책은 아니다. 길고양이로 시작해, 그녀가 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모기가 나오고, 동물원에서 만난 매력 만점의 원숭이도 등장한다. 어느 집에나 있던 목각 곰 이야기는 테디 베어와 동물원의 아기 곰 이야기로 이어지고,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동물들 이야기에, 산책 길에 만나는 여러 유형의 개들, 거기다 설치류인 카피바라까지 등장하며 그야 말로 '동물 에세이'로서의 면모를 한껏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자료관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 설치류 냄새가 난다." 하고 신이 났다.

옛날에 기니피그와 생쥐를 기르던 때의 배설물 냄새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입안에 가득 퍼지는 마들렌 냄새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과는 대단한 차이가 있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소중한 생물들과 함께한 추억의 냄새였다.   p.125

무레 요코가 워낙 고양이를 사랑하는 작가로 익히 알려진 만큼 이 작품에는 길고양이의 심리가 잘 묘사되어 있다. 그래서 주인공 아저씨 고양이 시마짱은 마치 페이지 바깥으로 쓱 튀어 나올 것만 같은 생생한 느낌이 들고, 시마짱의 그 무뚝뚝한 표정이 고스란히 보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시마짱 덕분에 이제는 길에서 마주하곤 하는 길고양이들의 모습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무레 요코는 길고양이 시마짱의 일생을 이 유쾌한 에세이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동물과 가깝게 살아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뭉클한 기분이 들 것 같다. 인간과 동물의 진정한 교감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고 말이다.

나는 거의 평생을 강아지와 함께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어릴 적부터 강아지와 친숙하게 지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개를 보살피고, 개와 함께 생활을 했기에 그들의 언어에도 관심을 가지곤 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행동의 의미는 뭔지.. 무레 요코가 인간 외 모든 생물의 사고회로가 알고 싶다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더 그녀가 들려주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와 닿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책 속에서 보여지는 그녀의 일상을 큭큭 거리며 따라가다 보면, 동물도 엄연히 생각이 있는 존재이며, 그들 또한 존중해주어야 하는 가족이라는 점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개나 고양이, 혹은 그 외의 다른 동물을 한번이라도 키워본 이들이라면 다들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인데다, 무레 요코 특유의 소소하지만 따뜻한 시선이 참 예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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