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소녀는 여느 평범한 10대들처럼 서로와 많은 것을 공유하는 단짝 친구이다.
함께 음악을 듣고,
어려운 숙제를 도와 주고,
가족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각자의 취미에 대해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낸다.
너 나
좋아하니?
엄청.
다행이다, 나만
그런 거면 어쩌나 했는데.
두 사람의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우정을 넘어, 사랑의 감정이 싹트게 된다. 서로를 아끼고 너무
좋아하지만, 그들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사이를 알리지 못하는 건 아닐까 고민한다.
아직은 너무 어려서 서로에게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도 잘 모르고, 사람들에게 밝힐 수 없는 자신들의 감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관계는 과연 어떻게 될까.
이 책은 두 10대 소녀의 사랑을 서정적으로 그린 그래픽노블이다.
틸리 월든은 영미권 그래픽노블계가 지금 가장 주목하는 작가로 <아이 러브 디스 파트>는 작가 자신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작품이기도 하다.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인 작가는 이 짧은 사랑 이야기를 통해서
'세상 그 누구보다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단 한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제목인 아이 러브 디스 파트는 좋아하는 음악을 하나의 이어폰을 나눠 들으면서 나는 “이 부분이 제일 좋다"라고 말하는 그들이 함께 했던 시간 속에서
비롯되었다. I love this part.
난 이 부분이 듣기 좋더라.
난 이렇게 하는 걸 좋아해.
난 이 넓은 세계 속에서 유일한 바로 너를 사랑해.
두 사람이 이제 더 이상 하나의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게 되지 않더라도, 그들은 함께 공유했던 그 특별한 시간을 통해서 여전히 같은 노래를 들을 때마다
서로를 떠올리고, 같은 표정을
짓게 될 것이다.
어른들의 만화라고도 불리는 그래픽 노블은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을 띤다. 만화책의 한 형태이긴 하지만 보통 소설만큼 길고 복잡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에 비해
이 책 <아이 러브 디스
파트>는 단순한 스토리를
감성적인 드로잉으로 풀어내고 있어 어렵지 않게 읽힌다.
그 동안 만나왔던 그래픽노블이 예술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문맥적으로 이해하기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거나, 글은 적고
그림은 너무 상징적이어서 가독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면,
이 작품은 굉장히 쉽게 술술 읽힌다는 장점이 있다. 보라색을 주조로 한 담백한 컬러 사용과 여백을
충분히 활용한 컷 구성도 인상적이고, 스토리 자체도 시간의 순서와 상관없이 단편적인 장면들을 부각시키고 있어 더 여운을 남겨주고 있다.
사랑하지만 더는 못하겠어. 너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았는데 미안해.
난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그렇지만 내가 널 어떻게 미워 하겠어.
누구나 이들처럼 순수하고, 풋풋했던 시절을 지나 왔을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세상에서 단 한 사람, 자신에게 유일한 존재를 언젠가는 만나게 된다. 그러니 이 작품은 누구에게나 자신의 이야기처럼
읽히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세상에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또 자신이 사랑할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계속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