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번리의 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리커버북 시리즈 7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정지현 옮김, 김지혁 그림 / 인디고(글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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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을 하고 싶어. 물론 학문적 업적을 남기는 일이 고귀한 꿈이라고 생각하지만, 난 사람들에게 더 많은 걸 알려 주기보다는 나로 인해서 사람들이 더 즐거워졌으면 좋겠어. 만약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자그만 즐거움이나 행복한 생각들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 앤이 꿈꾸듯 말했다.

"난 네가 그 꿈을 매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해." 길버트가 감탄하며 말했다.   p.96

우아한 패턴과 앤티크한 프레임이 아름답고 고혹적인 분위기의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리커버북 시리즈 일곱 번째 작품이다. 주근깨 빼빼 마른 소녀에서 어여쁜 숙녀가 되어 초록 지붕으로 다시 돌아온 앤의 이야기로, 자신의 모교인 에이번리 학교에서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성장해 나가는 앤의 모습이 사랑스럽게 그려져 있다.

'빨간 머리 앤'은 빨간 머리의 주근깨투성이 고아 소녀 앤이 실수로 커스버트 남매에게 입양되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성장소설인데,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으로 '에이번리의 앤'을 비롯하여 9권의 후속편들이 이어지는 시리즈이다. 이번 작품에서 선생님이 된 앤의 첫번째 부임지에서의 삶이 펼쳐지고, 이어지는 후속편들에서는 길버트와의 사랑과 결혼 생활, 아이들의 삶 등 앤의 일생이 그려진다. 이 시리즈는 저자인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자전적 성향이 반영된 소설로, 몽고메리 역시 주인공 앤처럼 어린 시절 상상력으로 외로움을 달랬고, 대학을 졸업한 뒤 선생님이 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앤은 엄밀하게 말해서는 결코 미인이 아니었지만, 앤의 외모에는 뭔가 형언할 수 없는 매력과 특별함이 있었다. 그래서 보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앤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앤의 가장 큰 매력은 앤을 감싸고 있는 가능성과 내면에 있는 잠재력이라고 느꼈다. 마치 앤은 무슨 일이 곧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걸어 다니는 것 같았다.   p.415

사실 어린 시절에 '빨간 머리 앤'이라는 작품을 읽었을 때만 해도, 이 작품이 시리즈로 이어져서 앤의 일생을 다루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 어른이 되어 인디고의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를 통해서 다시 '빨간 머리 앤'을 읽고, 이번에 '에이번리의 앤'을 읽고 있자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빨간 머리에 콤플렉스가 있었던, 하지만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초록지붕의 생활에 적응했던 앤이 어느 새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걸 보니 흘러가는 시간들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주근깨 빼빼 마른 소녀를 읽던 당시의 어린 소녀에서 지금은 어여쁜 숙녀가 되어 다시 돌아온 앤보다 훨씬 더 나이를 먹은 어른이 되었으니 말이다.

수다쟁이에 공상을 좋아하는 여자 아이는, 회초리 대신 애정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겠다는 포부를 굽히지 않을 만큼의 어른이 되었다. 물론 아직은 실패하는 것이 두렵고, 여전히 실수투성이에 덤벙대기도 하고, 여전히 혼잣말하는 어린 시절의 버릇도 고치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소녀에서 숙녀로 성장해 가는 앤의 이야기는 다이애나, 길버트 등 주변 인물들과 함께 계속 이어질 것이다. 우리의 삶이 계속 이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나 이번 리커버 에디션은 표지가 초록색이라서 더 산뜻하고 예쁘게 느껴졌다. 초록 지붕 집에 사는 빨간 머리 여자아이 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니 말이다. 기존 고전 명작 시리즈의 아담한 느낌에서 벗어나 조금 더 커진 판형으로 가독성이 높아진 점 또한 매력적이다. 인디고의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는 소장용으로, 선물용으로도 많이들 구입하는데, 그만큼 표지와 일러스트들이 너무도 아름다운 책이다. 게다가 앤의 주옥같은 긍정 어록들은 생의 경이로움을 새삼 깨닫게 만들어 준다. 이 책을 통해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사랑스러운 주인공 앤을 통해서 소박하지만 따뜻한 위로도 받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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