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더 포스 1~2 세트 - 전2권
돈 윈슬로 지음, 박산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시민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 폭력 범죄가 줄었다고 하면 돼.

선거 자금이 더 필요해? 범죄율이 올라갔다고 하면 돼.

체포율을 올리고 싶어? 부하들을 거리로 보내서 절대 유죄판결이 안 날 죄목으로 아무나 막 잡아들이면 돼. 어차피 상관없잖아.

...그건 이들이 치는 사기의 반밖에 안 된다. 숫자를 조작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피의자들의 혐의를 흉악 범죄에서 경범죄로 낮추는 것이다. 그러니까 명명백백한 강도는경절도죄’, 도둑질은분실 사고’, 강간은여성에 대한 폭행이 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한 방에 범죄율이 내려가는 거지. 이런 식으로 자기들끼리 다 해먹는다는 말씀.   1 p.61

최고이자 최악의 경찰, 데니 멀론. 그는 역사상 가장 큰 마약 급습 작전을 성공시킨 뉴욕시의 스타 경찰이다. 뉴욕시 경찰청 최고 엘리트팀 소속 베테랑 경사이자 맨해튼 북부 특수 수사팀의 책임자. 무엇보다 숨겨진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사나이이자 그중 절반을 직접 처리한 장본인이다. 멀론과 경찰들은 뉴욕 거리를 자신들의 거리로 만들어 왕처럼 지배했다. 그리고 멀론이야말로 자타가 공인하는 맨해튼 북부 지역의 왕이었다. 멀론과 특별수사대는 1퍼센트의 1퍼센트의 1퍼센트, 가장 머리 좋고 가장 터프하고 가장 빠르고 가장 용감하고 가장 끝내주는 최고 중의 최고였다. 일명 '다 포스(Da Force)'는 차갑고, 거칠고, 빠르게 도시에 휘몰아쳐서 모든 쓰레기와 오물을 쓸어버리고, 약자들을 이용해먹는 약탈자들을 날려버리는 무시무시한 돌풍이었다. 뉴욕시민들이 절대 감옥에 가지 않을 사람으로 시장, 미국 대통령, 교황에 이어 마지막으로 꼽을 만한 사람이 바로 뉴욕 형사 데니 멀론이었다. 그런데, 이야기는 바로 그 데니 멀론이 교도소에 갇힌 상태에서 시작한다. 이 도시에선 아무도 그를 건드릴 자가 없었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이 작품은 우리의 영웅 경찰이 부패 혐의로 교도소에 갇힌 시점에서 시작해서, 그가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를 회상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뉴욕에는 두 개의 동네, 두 개의 문화가 있었다. 성처럼 반짝이는 고층 아파트들과 낡고 오래된 저소득층 주택단지들. 할렘은 그저 할렘이었고, 돈 많은 백인들은 호기심이 동하거나 값싼 스릴을 맛보려 하지 않는 한 이 빈민가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살인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노상강도와 무장 강도 그리고 마약 관련 폭력 사건도 발생률도 높은 그곳에서 멀론을 선두로 '다 포스'가 마약과 폭력 사건들을 해결해 왔다.

 

"한 번에 한 걸음씩. 우린 전에는 좋은 경찰이었어. 그러다.....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우리가 우리 손으로 우리 거리에 헤로인 50킬로그램을 풀어놨어. 우린 이러려고 경찰이 되진 않았잖아. 그런 짓을 하는 놈들을 잡으려고 경찰이 됐지. 이건 마치 성냥에 불을 붙일 때 그게 해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과 똑같아. 그러다 방향을 바꾼 바람이 휙 불어오면서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걸 불태워버리는 거지."    2 p.248

데니 멀론은 경찰이라는 일 자체를 사랑했고, 뉴욕이라는 도시의 모든 것을 사랑했다. 그도 시작은 열정적인 모범 경찰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구역에서 마약과 살인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정의감으로 앞만 보고 달려가다 보니, 어느 새 그가 서 있는 그곳은 부패의 한가운데였다. 게다가 지금 그는 연방요원들이 놓은 덫에 걸려 형제와도 같다고 생각하는 동료들을 배신해야 한다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상태이다. 과연 그의 목숨과 영혼을 지키면서, 그가 사랑하는 가족과 여인과 형제 같은 동료 경찰들을 배신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가 원한 건 오직 좋은 경찰이 되는 것뿐이었는데,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지난 18년간 그는 야망과 부패로 세워진 도시에서 다치고 죽은 사람들, 피해자들, 범죄자들을 지켜보며 시민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다. 낮이고 밤이고 주말이고 상관없이 거리로 나갔다. 동료가 죽어도 장례를 치른 후 바로 업무에 복귀했다. 왜냐하면 그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도움을 기대하고 믿는 눈빛이 좋았고, 이 도시를 사랑했고, 이 일이 좋았으니까. 그런데 왜, 그는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일까.

돈 윈슬로의 신작이 너무 오랜만에 출간이 되어 굉장히 반가웠다. 그의 데뷔작이자 닐 캐리 탐정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었던 <지하에 부는 서늘한 바람>과 미국과 멕시코 마약 조직간의 치열한 전쟁사를 그려냈던 놀라운 작품 <개의 힘> 이후 무려 6년 만에 만나는 신작이다. 그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더 포스>와 같은 작품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부패, 모순되는 두 가지 규칙 사이에서 어느 쪽에 충성해야 하는지를 놓고 일어나는 갈등과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불가능한 선택들이 담긴 뉴욕의 경찰들에 대한 영화를 보고 책을 읽어 왔다고 한다. 돈 윈슬로 역시 이 작품의 주인공 데니 멀론과 같은 동네에서 태어났기에, 뉴욕의 거리와 공원, 골목골목과 건물 옥상에서 굽어보는 도시의 풍경이란 그가 실제로 보고 느껴왔던 일상의 그것과도 같다. 시대의 아이콘 같은 영화와 소설들을 업데이트한 현대판 경찰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던 그의 바람대로, 이 작품은 매우 놀라운 수준의 대작이다. 스티븐 킹은 이 작품을 가리켜 '갱이 아닌 경찰이 주인공인 <대부>'라고 표현했으며, 리 차일드는 '지금까지 나온 소설 중 최고의 경찰 소설'이라고 했고, 지금까지 뉴욕시를 배경으로 쓴 소설 중 가장 훌륭하다는 언론평을 받기도 했다. 그야말로 '최고 중의 최고' 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작품이니, 무조건 읽어 보길 추천하고 싶다. 몇 페이지 넘기기도 전에 돈 윈슬로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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