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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빵 1
보담 글.그림 / 재미주의 / 2018년 8월
평점 :
큰길 함께은행 왼쪽 골목으로 들어와서 빨간 벽돌집을 지나면 꽃집이 하나 있어요.
꽃집 왼편으로 파란 대문이 보일
때가지 걸어오면 근방으로 은혜미용실이 나오죠.
그곳 2층에 '옥탑빵'이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옥탑빵입니다.
얼마 전에 그야말로 '인생 몽블랑'이라고 외치고 싶었던, 정말 기가 막히게 맛있는 디저트 가게에 아주 우연히 갔었다.
원래 그날 일정이던 장소에 갑자기 못 가게 되어서, 거기까지 간 김에 근처에 있는 다른 곳을 찾아보다
무심코 발견한 곳이었다. 골목
골목을 지나 주택가 안에 있는, 간판도 제대로 달려 있지 않아서 지나갔다 되돌아 오게 만들었던 가게였는데, 그 소박한 외관과는 달리 그곳에 있던 디저트의 수준은
놀라웠다. 아마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옥탑빵' 역시
그런 케이크 맛집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소중한 사람들과 만나면 어디서 밥을 먹을까.
보다 어디서 커피와 디저트를 먹을까.를 더 고민한다. 공들여 잘 만든,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는 예쁜 디저트들을 먹는 순간만큼은 세상 그 어떤 고민과
시름을 모두 다 잊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받게 되는 작지만 달콤한 위로이기도 하고 말이다. 보담 작가의 <옥탑빵>은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한 뭉클한
작품이다.
이 책은 다음
랭킹전 1위에 빛나는
웹툰 <옥탑빵>이
단행본으로 출간된 작품이다. 저자 역시 극중 지영이처럼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2년 전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예전부터 빵집을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기에, 꿈꾸던 빵집으로
그림으로 옮기게 되었고, 그렇게 <옥탑빵>이라는 작품이 나왔다고 한다. 저자가 빵을 좋아하는 만큼 심플한 그림 속에서도 포근한 빵 냄새가 물씬 나는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지영은 옥탑빵을 열기 전 작은 회사에서 일할 때 퇴근 후 사 먹던 케이크 한 조각이 소소한 행복이었다. 빡빡한 업무에 지쳐 집에 가는 길에 씻을 힘도
없다, 눈 감았다 뜨면
집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도.. 남아 있는 케이크를 상상하고 기대하는 것만으로도 그 날을 버틸 힘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회사를 그만두고 옥탑빵을 연
지금, 자신의 그랬던 마음을
담아 '오늘의
케이크'를
만든다. 계절과 재료의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그날의
기분이나 먹고 싶은 케이크로 매일매일 새로운
'오늘의 케이크'를 만든다.
인생에 답이 어디 있어. 그냥 각자의 삶을 사는 거지.
사는데 정해진 답은
없잖아.
그러니까 너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 p.95
누군가는 담백한 통밀빵을 좋아하고,
누구는 달콤한 딸기 케이크를 좋아하고, 또 누구는 향긋한 얼그레이크를 좋아하고, 또 누군가는 빵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누구나 입맛이
다르고, 하고 싶은 것도
다르고, 잘하는 것도
다르다. 그러니 인생엔 정해진
정답이 있을 수 없다. 물론
괜찮아, 잘하고
있다. 스스로
위로하다가도, 애써 외면하던
현실을 마주하게 되면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의심이 되고,
다독이던 마음마저 지치게 마련이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달콤한 케이크이다. 이렇게 맛있는데, 무엇이 걱정인가. 싶은 생각이 들만큼 그렇게 잘 만든
케이크. 고소한 빵
냄새, 향긋한 커피
향, 신선한
우유, 입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운 크림...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소소한
것들이 오늘을 버티고, 내일을
견디게 만들어 준다.
서른 셋에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작은 빵집을 차린 지영,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점점 꿈은 멀어지고,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는데 급급한 혜수, 6년이라는 긴 시간의 연애 때문에 질질 끌려온
은혜... 과감한 결정을
하더라도, 주어진 현실 안에서
어떻게든 버틸 방법을 찾더라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더라도...
누구의 선택이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 없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라는 의심이 매 순간 들더라도, 자신의 선택에 맞는 책임을 질 수 있는 건 오로지
스스로밖에 없다. 그러니
남들이 하는 말보다는 자신이 하는 말에 더 귀 기울여 보자.
그래야 힘들어도 웃는 날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만화 속 옥탑빵은 가상의
공간이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꼭 실제로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다.
사는 게 너무 팍팍하고,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고,
꿈과 현실 중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답이 안 나올 때, 그럴 때 당신만의 옥탑빵을 찾아
보자. 빵 냄새가 솔솔 풍기는
듯한 따뜻한 그림과 이야기를 통해 잠시 쉬어가자.
당신은 지금 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