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라는 시, '풀꽃'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시를 잘 모르는 이들도 모두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한 그 시를 쓴 시인 나태주. 그가 '사랑하고
있기에 사랑 받았던' 시 106편을
가려 뽑아 만든 시집이다.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을 즐겨 보는 이들이 많을
텐데.. 극중 남녀 주인공이
서로의 마음이 더욱 깊어짐을 확인하는 장면에 등장했던 시가 있었다.
허난설헌의
<연밥 따기 노래>라는 시로 연모하는 이에게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연밥을
던지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그려진 시로 이번 시집에서도 만날 수 있다.
나태주 시인은 이 책에 대해 '가슴속에 숨어 있던 작은 사랑이 반짝일 수 있도록 빛나는 순간들을 골라 담았다'라고 했다.
기존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시들과 공개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 10편이 더해져 수록되었다. 뿐만 아니라 구전시가, 허난설헌의 한시에서 김영랑과 나희덕의
시, 그리고
한용운, 피천득, 황지우, 안도현, 김소월, 신경림, 윤동주, 백석 등
시대를 넘나드는 시인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도 든다.
“사랑 가운데서도 사랑의 시로 만나요. 여기에 드리는 시가 바로 그런 시들이에요.”
두근거리는 설레임을 가득 담은
연서 같은 시, 사랑하는 이를
보내고 난 뒤 느끼는 쓸쓸함과 애절함을 노래하는 시,
이별의 아픔을 보여주는 시 등등... 사랑과 관련되어 있는 거의 모든 시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현대 시뿐만이 아니라
오래 전 고전 시들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았던 점이 아닐까 싶다.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은 감정을 노래하고 있어 여전히 공감대가 형성이
되고, 그 시대 특유의 정취와
깊이가 묻어나서 시에서 특별한 향기가 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혼자서도 노래하고 싶은 밤입니다
누군가의 길고 긴 이야기
실연당한 이야기라도
듣고 또 듣고 싶은
밤입니다
당신, 없는 밤입니다
-나태주
'봄밤'
중에서
사실 처음에는 시집인데 두툼한 페이지의 양장본이라 조금 낯설었다.
대부분의 시집들이 작은 판형에 얇고 가벼웠으니 말이다. 이 책은 매 페이지마다 시와 함께 오른쪽 페이지를
비워두고 있다. 읽기에 좋은
시는 쓰기에도 좋을 것이라는 마음에, 손으로 옮겨 적을 페이지들을 만들었다고 한다.
필사에 도전해보고 싶었지만 소설들은 그 분량 때문에 시작하지 못했던 이들이
있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다.
사랑때문에 잠 못드는 순간을 보내고 있다면, 이별로 받은 상처에 위로가
필요하다면, 잊고 있었던 그
풋풋하고 설레는 감정을 다시 한번 찾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예쁜 색감의 빈 페이지에다 시를 옮겨 적다보면 필사를 할 때만 느낄 수 있는 그 뭉클한 감정이
고스란히 반짝거리는 순간으로 찾아올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