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선택한 남자 스토리콜렉터 66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이한이 옮김 / 북로드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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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브니는 총을 들었고, 버크셔를 쐈으며, 그러고 나서 그 자신도 쐈다. 그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었다. 분명하지 않은 것은, 왜 그가 그런 짓을 저질렀느냐였다.   P.15

아마도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 중 한 곳인 전 세계 FBI의 거점 후버 빌딩 앞, 값비싼 맞춤 양복을 입은 60대 남자가 걸어가고 있다. 반대편에서는 50대 후반의 왜소한 체구를 가진 여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얼마쯤 뒤에서 2미터의 거구인 에이머스 데커가 느릿느릿 걸어오고 있었다. FBI 합동 작전 부서에서 일하는 데커는 회의에 참석하러 후버 빌딩으로 가는 중이었다. 남자와 여자 사이의 거리는 가까워져 갔고, 데커는 두 사람 뒤로 3미터 정도 떨어져 있을 뿐이었다. 순간적으로 남자가 여자의 뒤통수에 베레타 권통을 겨누었고, 데커가 미처 막을 새도 없이 남자는 방아쇠를 당겼다. 보안 요원들이 우르르 달려왔지만, 남자는 미소 지으며 자신의 턱 아래에 대고 두 번째 방아쇠를 당긴다.

그 모든 일을 벌인 남자, 윌터 대브니는 FBI의 민간 도급업자로 프로젝트 회의에 참석하러 오는 길이었다고 한다. 거대한 부와 성공적인 커리어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아름다운 부인과 자식들까지..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보이는 그는 대체 왜 이런 일을 벌인 것일까. 희생자인 앤 버크셔는 가톨릭 고등학교 대체 교사로 그와는 아무런 연결점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저 무차별 살인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일까. 이상한 것은 그녀가 지역 호스피스 병동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여교사의 봉급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수백만 달러짜리 아파트에 살았고, 거의 운행도 하지 않은 10만 달러도 넘는 차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10년 이전의 행적은 전혀 알아낼 수 없었다. 과연 그녀의 진짜 정체는 무엇이며, 그녀는 어떤 이유로 FBI를 찾았다가 살인사건에 뒤얽힌 걸까? 부검으로 윌터 대브니가 뇌종양으로 죽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하지만 말기암으로 시한부로 살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가 저지른 행동에 대한 설명은 전혀 되지 않는다. 특별한 기억력과 공감각 능력으로 사건을 해결해왔던 에이머스 데커가 이번 작품에서는 목격자인 동시에 사건을 파고드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거 이상하네요."

"분명, 이 여자는 모든 게 다 이상해요."

"그럼, 무차별 살인은 아닐 수 있겠네요. 어쩌면 대브니가 그녀를 쏜 특별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P.116

이 시리즈의 독특한 주인공 에이머스 데커는 195센티키터, 몸무게는 135킬로그램에서 180킬로그램 사이를 오가는 거한이다. 그는 대학 4년 내내 미식축구 선수였고 내셔널 풋볼 리그에 진출했으나, 첫 번째 출전한 경기에서 사고로 선수로서의 경력이 끝났다. 경찰로서 20년 근무했지만, 어느 날 오랜 잠복근무 끝에 귀가했다가 아내, 처남, 그리고 딸이 잔혹하게 살해된 것을 발견하게 된다. 15개월 동안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그의 삶은 처참히 무너지지만, 어느 날 갑자기 범인이 스스로 경찰서에 들어와 자백을 한다. 데커는 그와 관련된 사건 해결에 활약한 것을 계기로, FBI 미제 수사팀에서 일하게 되었고, 그것이 이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그 동안 전작을 읽어본 이들이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데커는 미식축구 경기 중에 당한 사고로 잠깐 동안 죽었다 살아난 대가로 가지게 된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과잉기억증후군이란 어떤 기억을 찾으려고 할 때 머릿속의 영상 저장 장치를 켜면, 눈 앞에서 그 형상들을 마치 녹화된 비디오 카메라를 돌려 보기라도 하듯이 찾아 볼 수 있다. 그런 능력은 아무것도 잊지 못하도록 만든다. 거기에 더해 데커는 공감각 능력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그가 하는 수사란 일반적인 범죄 수사의 패턴과는 조금 다를 수밖에 없고, 그것이 이 시리즈 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매력이기도 하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괴물이라 불린 남자>에 이어 <죽음을 선택한 남자> 역시  군더더기 없이 속도감 있는 전개로 이 두툼한 페이지의 끝까지 달려가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매끈하게 잘 빠진 플롯, 탄탄한 구성과 특별한 능력을 가진 매력적인 캐릭터까지... 시리즈로서 가져야 하는 모든 조건들을 갖추고 있는 작품이었다. 1996년 데뷔작 <앱솔루트 파워> 이래로 지난 20여 년간 30권 이상의 작품을 발표하며 뛰어난 작품 완성도와 대중적 재미로 사랑 받는 작가 데이비드 발다치는 판매부수로만 봐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함 범죄소설가이다. 그의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무려 1 3천만 부나 판매되었으니 말이다. 대중성과 작품의 완성도를 동시에 만족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님에도, 그의 작품은 언제나 재미와 수준을 함께 보장해준다. 그리고 절대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를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야말로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러니 이 작품은 무더운 여름, 북캉스에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이기도 하다. 시원한 맥주와 재미있는 스릴러 한 권이면 에어컨도 필요없다. 더위때문에 잠 못드는 당신을 위한 최고의 선택!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를 당신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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