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긋기의 기술 -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거리 두기
와키 교코 지음, 오민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때로는 침묵이 최선의 방어책이에요.”

“네? 말을 하지 말라고요?”

“네. 이건 제가 간혹 쓰는 팁인데요. 누군가가 제게 정말 기분 나쁜 이야기를 하면, 그 사람 눈을 2~3초 정도 똑바로 쳐다보고 살짝 웃어줘요. 그리고 바로 다른 사람을 쳐다보며 다른 화제를 꺼내죠. ‘네 말은 대꾸할 가치도 없어라고 은연중에 말해주는 거예요.”

초등학교 시절 짝꿍이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가 되면, 책상 위에다 선을 좍 그어 놓고는, "넘어 오지마." 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유치하지만 그것만큼 상대에 대한 확실한 의사 표현이 있을까 싶을 만큼 아이들만의 돌직구 표현인 셈이다. 보통은 의사 표현이 비교적 확실한 여학생들이 주로 그렇게 선을 긋고는 했는데, 뭐 그런다고 그 선을 제대로 지키는 남학생들도 없었지만 말이다. 어른이 되어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직장에서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공간을 사용하게 되었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시절처럼 선을 그어 놓고는, 내 영역에 들어오지 마세요. 라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미 어른이 된 우리는 눈치도 봐야 하고, 내 처지도 살펴야 하느라 어릴 때처럼 '당당하게 거리 두기'를 선언할 수가 없다. 슬프게도 말이다.

와키 교코의 <선 긋기의 기술>이라는 책은 눈치 보지 않고, 정색하지 않고, 불편한 관계를 정리할 수 있는 팁을 알려 준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간 관계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를 해결하지 못해, 욕이라도 한마디하고 쿨하게 등을 돌리고 싶은 마음이 든 적이 있을 것이다. 앞뒤 가리지 않고,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지긋지긋한 사람들을 깔끔하게 떼어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우선 당당한 태도부터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누구에게도 겁먹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어깨 펴고 말할 수 있는 그런 태도 말이다. 이 책은 이렇게 인간관계를 정리하기 위해서 필요한 핵심 원칙부터 시작해 가족, 연인, 친구, 직장 동료라는 특정 인간관계에서 발생하기 쉬운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 사례를 통해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해결 방법들도 제시되어 있어 바로 실전에 활용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안타깝지만, 사람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달라짐으로써 상대도 달라지길 기대하는 것뿐입니다.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무엇인지 각각 정리해본 다음, 통제할 수 없는 것은 내려놓으세요. 그리고 모든 에너지를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에 쏟는 편이 현명하고, 마음도 더 편합니다.

후반부에 가면 타인과의 관계보다 더 중요한 인간관계가 등장한다. 바로 '나와의 관계'이다. 저자는 말한다. 자꾸 신경을 긁는 상대가 있을 때,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고. "어떻게 해야 내가 행복해지지?" 사람들이 의외로 남 중심 선택에서 벗어나는 게 쉽지가 않다고 한다. 유독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과의 사이에 적당한 선을 그을 수 있게 되려면, 나 중심 선택을 해야 한다는 거다. '나 위주'로 살아도 큰일 나지 않는다고 말이다. 우리가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할애하는 ''과의 관계, 스스로를 컨트롤 해야 하는 '의욕'의 문제에 대해 살펴 본다.

특히나 재미있었던 것은 중간 중간 등장하는 '선 긋기의 기술'이라는 코너였다. 직접적인 사례를 들어 놓고, 평상시에 우리가 어떻게 하는 지를 보여주고는, 그럴 때 마음과 생각을 일치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였다.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부모님이 잔소리를 할 때마다 마음으로는 "짜증나고 거슬려. 날마다 마음이 무거워."인데, 정작 생각은 "잘 되라고 하시는 말씀이니까, 내가 참아야지."이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용기를 내어 부모님에게 진짜로 하고 싶은 말, 진심을 전하는 것이다. 혹은 친구로부터 상처가 되는 말을 듣고 나서 마음은 "분하고 서글퍼..."인데 생각은 "내가 말을 잘못 꺼냈다가 모임이 깨지면 어떻해?" 라며 자기 자신보다 주위 사람들을 먼저 배려하느라 기분이 상한다. 그럴 때 그런 관계는 끊으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해 보고, 선을 넘어오는 수준의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참을 필요가 없다는 거다. 우리는 마음보다 생각을 우선시하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생각은 나를 먼저 고려하기보다는 주어진 상황이나 환경, 타인을 먼저 고려하기 때문에, 마음이 멍드는 것을 무시하기 일쑤이다. 그러느라 늘 스트레스 받고, 남의 눈치를 살피고, 내 감정을 돌보지 못하고 있다.

, 이제 선을 그어보자. 이 책에서 알려주는 팁들을 활용해 어떤 상황에서도 관계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다면, 언제나 당당하고 행복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