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이브스 2 - 화이트스카이
닐 스티븐슨 지음, 성귀수.송경아 옮김 / 북레시피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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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무런 전조도, 이렇다 할 원인도 없이 달이 폭발했다. 달의 붕괴는 그 어떤 평범한 천문학적 현상으로도 초래될 수 없는 현상이었다. 천문학자들을 비롯해 전문가들 역시 이 상황에 대해 딱히 설명할 방도가 없었다.

 

 

 

"제 문자는 당신이 지금 저와 같은 방에 있었으면 한다기보다, 당신의 머릿속이 저 아래가 아닌 이곳 우주, 클라우드아크에 집중해주기를 바란다는 뜻입니다. 가족은 이미 죽은 거나 마찬가집니다, 닥터 해리스."

"죽었죠. 하지만 여전히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달은 일곱 개의 큰 덩어리와 셀 수 없이 많은 작은 조각들로 붕괴되었고, 달의 파편들은 무한정 충돌을 계속하면서 점점 더 작은 조각들로 나뉜다. 문제는 증가하는 유성충돌이 '화이트 스카이'사태로 이어지고, 며칠 뒤 '하드레인' 현상이 시작될 거라는 거였다. 암석들이 지구 대기권으로 떨어지게 되면, 전체 지표면이 황폐화되고, 빙하는 부글부글 끓는 상태가 된다. 유일한 생존방법은 대기권을 벗어나는 것. 땅속으로 들어가든지, 우주로 나가는 방법 밖에 없다. 화이트스카이까지 남은 시간은 2, 그리고 하드 레인이 시작되면 향후 5천 년에서 1만 년 사이의 어느 지점까지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을 비롯해 과학자들은 2년 안에 최대한 많은 인원과 장비를 궤도로 쏘아 올려야 했고, 노아의 방주와 같은 우주선에 인류를 대변할 소수의 선택된 사람들을 태워 우주로 보낼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그렇게 달의 폭발 이후 1년까지의 이야기가 1권의 내용이었다.

2권에서는 달이 붕괴하고 예상대로 2년 후 하드레인이 시작된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갑작스런 굉음과 함께 시작된 하드레인은 화염과 폭발로 순식간에 도시들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들어 버린다. 바윗덩어리에 이어 보다 작은 유성들이 세계 전역을 뒤덮으며 쏟아지기 시작하고, 우주에서 바라볼 때 대양의 푸른빛에 구름과 빙하의 흰빛이 어우러진 구체였던 지구가 이제는 온통 오렌지 빛깔로 보인다. 지구가 불타고 있는 것이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명체뿐만 아니라 인간의 문명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클라우드아크의 지휘를 맡고 있는 마쿠스는 지구상의 모든 국가와 그 법률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제부터 클라우드아크 헌법이 발효되었다고 선언한다. 아직 지구에 살아 있을지 모르는 사람을 셈에 넣지 않는다면, 이제 전세계 인류의 수는 오직 클라우드아크에 있는 천오백 여명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들 또한 우주에서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작은 유성 충돌로 죽고, 분산되어 있는 아클렛이 희생되면서 사상자는 더 늘어나게 되었으니 말이다.

 

 

, 사람들이 널리 공유하고 있지만 입 밖에 내어 말하지 않는 합의가 있었다. 남자는 희귀 자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자들, 꼭 집어 말하면 건강하고 기능이 멀쩡한 자궁들은 귀한 자원이었다. 그런 믿음에 따라 행동하는 남자들, 아니면 더 사회적으로 생산적인 자살 방식을 선택한 남자들은 계속 위험한 업무에 자원하면서 본능적으로 여자들을 우주선 안의 안전한 공간으로 이동시켰다.

 

인듀어런스 호가 클레프트에 도달하기까지 3년 동안 인구의 대다수는 여러 가지 원인, 즉 우주 방사선, 자살, 암 등으로 사망하게 된다. 파벌로 나뉘어 싸우기도 하고, 식량이 없어지자 식인 풍습에 빠지기도 하는 등.. 여러 요인으로 인구는 점점 더 줄어 들게 된다. 그렇게 그들이클레프트라고 하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장소에 도달할 무렵 우주에는 단 여덟 명의 생존자만이 남게 된다. 이들은 모두 여성이었다. 이미 폐경기에 접어든 사회학자 루이사를 제외하면 가임기의 인구는 일곱 명, 세븐이브스로 일컬어지는 이들은 유전학 실험실을 이용하여 인류의 재건에 필요한 자원을 보유하고자 한다. 2권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이다. 곧 출간될 3권에서는 일곱 명의 여자들이 남자 없이 스스로 임신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자손을 이을 수 있는 실험을 하게 되고, 수백 년 후 이들의 프로젝트가 어떻게 새로운 종족을 만들어 내는지 그로부터 5,000년 후의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이 작품은 과학적 사실이나 법칙에 무게를 두고, 탄탄한 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쓴 '하드 SF' 장르에 속한다. 하드SF 작가들은 적어도 관련 과학지식에 관한 한 자신만만한 무장을 하고 창작에 착수한다는 점에서 여타의 작가들과 확연히 구분된다. 이 때문에 국내외 과학소설 열혈 애호가들은 하드SF야말로진정한 과학소설이라 치켜세우기도 한다. 반면 과학과 테크놀로지가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있어, 일반 독자들이 접근하기에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 역시 엔터테인먼트 대중문학이지 과학 에세이나 논문이 아니라는 것. 그러니 그리 어렵게만 느낄 필요는 없다. 특히나 닐 스티븐슨은 눈부신 상상력과 천재성으로 인류사를 다시 쓰는 장대한 스케일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 들게 만든다. 1권보다 2권이 더 긴장감 넘치고 흥미진진했으니, 아마도 마지막 이야기인 3권은 더한 재미를 주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어서 빨리 이 매혹적인 스토리의 마지막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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