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가장 위대한 모험 아폴로 8
제프리 클루거 지음, 제효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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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의 분위기도 이에 못지않게 절망적이었다. 1967년은 대 실패의 해, 최소한 미국에서 우주 비행사들이 발사대를 떠나는 것으로는 대대적으로 실패한 해라는 것이 모두의 생각이었다. 유독 허세가 대단하기로 유명했던 NASA에도 스멀스멀 의구심이 흘러 들어왔다. 당연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달 탐사 계획은 우주선에 성패가 달려 있는데 그 우주선이 죽음의 덫이 됐고 새턴 V 로켓으로 궤도에 진입한 사람은 아직까지 한 명도 없는 데다 달 착륙선은 아직 완성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1969 7, 3명의 우주인을 태운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했고 닐 암스트롱은 달에 기념비적인 첫발을 내딛었다. 그렇게 인간이 달에 착륙한 이후 거의 50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 뒤로 우주기술은 더 크게 발전하고 있다. 미항공우주국은 2030년대에 '화성으로의 여행'을 준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20년에 달 궤도선을 보내고 2030년까지 달에 착륙선을 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에게는 첫번째 우주탐사이니만큼 어려운 도전이 되겠지만, 그만큼 기대도 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더 우리의 달 탐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폴로 11호와 닐 암스트롱은 알지만, 그 성공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제작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문제와 정치적 갈등도 있었고, 아폴로 1호는 발사 테스트 중에 화재로 우주인이 사망했고, 아폴로 5호는 로켓이 추락했고, 아폴로 6호의 로켓도 엔진 이상을 보였다. 아폴로 8호는 달 궤도를 돌며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에 대비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었고, 인간의 달 착륙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책은 그러한 아폴로 8호가 탄생한 과정과 계획, 임무를 완수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폴로 8호가 어떻게 임무를 성공했고 그 배경에 어떤 난관이 있었는지 NASA의 방대한 기록을 20년 차 「타임」 수석 편집자인 저자의 눈으로 날카롭게 재구성했다. 무엇보다 이 책이 멋진 이유는, 우주 탐사를 다루고 있는 과학 도서이지만, 마치 소설처럼 쉽고,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임무 수행을 위해 달을 찾아온 이 세 명의 우주 비행사는 경이로운 광경에 온 마음을 빼앗겼지만, 그 감정을 조용히 속에만 간직했다. 그럼에도 목소리에서 드러나는 어조나 대화 사이에 머무는 긴 침묵에서 당시의 감정이 명확히 전해졌다. 입 밖으로 나온 말들은 달을 찾아온 이유와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놀라운 상황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대신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였다.

원래 아폴로 시리즈 중 최초의 유인 우주선인 아폴로 7호와 8호의 비행은 우주 비행사를 태우고 지상을 벗어났다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 몰표로, 아폴로 7호부터 9호까지는 지구 궤도를 벗어나지 않을 예정이었다. 아폴로 9호의 발사가 대략 9개월 남은 그 시점, 보먼과 동료 비행사들은 막바지 훈련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상관의 호출로 불려간 보먼은 지금까지 준비하던 계획을 취소하고, 당장 16주 뒤에 아폴로 8호로 달의 궤도로 가라는 제안을 받게 된다. 죽음의 가능성은 비행에 늘 따라다녔고, 이 임무 역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까지 터무니없는 계획이라며 비난을 했던 이 프로젝트는 어떤 우여곡절 끝에 성공을 거두게 되었을까.

 

지구에서 달까지, 37 6114킬로미터. 그렇게 먼 곳까지 인간이 날아가서, 거기서 바라보는 지구의 풍경은 어떨까. 끝내주게 멋진 광경 아닐까. 그리고 평생 영향을 받으며 살아왔던 지구의 중력에서 벗어나 달의 중력권에 들어가게 되면 그 기분은 어떨까. 달의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잉라는데 말이다. 게다가 아폴로 8호의 비행사들은 달의 뒷면을 육안으로는 최초로 보았다. 달과 지구의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같으므로, 지구에서는 영원히 달의 뒷면을 볼 수 없었다. 아폴로 8호의 비행사들이 달의 뒷면을 관찰하고, 달의 궤도를 돌면서 꼼꼼히 기록한 달의 지도와 비행 방법들은 이후에 이어지는 아폴로 프로젝트의 초석이 된다. 이 책에는 우주 비행 동안 비행사들이 식사하는 방법이나 잠자는 방법, 우주 비행사들이 입는 옷부터 어떤 원리로 로켓이 이륙하고 우주에서 우주선이 작동하는 지까지 아폴로 프로젝트와 관련한 모든 과학적 정보가 담겨 있어 우주 비행에 관해 궁금했던 많은 것들을 시원하게 알려주는 재미도 있다. 지구 궤도 단계에만 머물러 있었던 우주 비행 연구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던 아폴로 8호와 누구도 성공을 확신할 수 없었던 임무에 과감히 도전했던 세 우주 비행사들, 프랭크 보먼, 제임스 러벨, 윌리엄 앤더슨 덕분에 이제 인류는 달을 넘어 더 먼 곳으로 탐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아폴로 8호를 비롯해 이들을 꼭 기억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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