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데 꼭 필요한 것을 내가 이미 알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게 그리 복잡하지 않다는
것도. 나는 알고
있다. 이미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는 것과
아는 대로 사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이제 나의 신조를 소개한다. 어떻게 살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에 대해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나는 유치원에서 배웠다. 지혜는 대학원의 상아탑 꼭대기에 있지
않았다. 유치원의 모래성 속에
있었다.
어느 유치원 입학식에서 삶의 기본이 되는 진리에 관해 이야기한 소소한 연설이 사람들의 뜨거운 공감과 호응을 얻어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가더니, 결국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렇게
세대와 국적을 초월해 찬사를 받아온 이 책이 이번에 출간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표지로 다시 출간되었다. 나도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인데,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읽어 보니 시간이 흐른 딱 그만큼 더 좋았던 것 같다.
나도 그만큼 어른이 되었고,
그래서 저자의 말처럼
'인생의 지혜는 상아탑 꼭대기가 아닌 유치원의 모래성 속에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쉽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우리가 유치원에서 배우는 것들, 무엇이든 나누어 가지라, 공정하게 행동하라, 남을 때리지 말라, 사용한 물건은 제자리에 놓으라, 내 것이 아니면 가져가지 말라
등등... 일상에서 타인과
함께 지내기 위해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규칙들 말이다.
별 것 아닌 것 같고,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이런 것들이야말로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알아야 할 모든
것이라니, 믿겨
지는가. 이 단순한 규칙과
배려 속에 '황금률과 사랑과
기본적인 위생, 그리고 환경과
정치와 평등과 건강한 삶'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저 어린이를 위한 말인지, 어른들을 위한 표현인지 그 차이만 있을 뿐이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크리스마스 선물로 정말 정말 정말 바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한 시간만이라도 다시 다섯
살짜리 아이가 되고 싶다.
많이 웃고 많이 울고
싶다.
꼭 한 번만이라도 누군가 나를
품에 안은 채 잠들 때까지 흔들어주고 침대까지 안아다 주면 좋겠다.
아이를 키우면서 깨닫게 되는 많은 것들이 이 책 속에 담겨
있었다. 물웅덩이가 주는
기회라는 에피소드를 보자. 비옷을 입고 장화를 신은 꼬마가 웅덩이로 들어가 첨벙거리자,
엄마가 안 된다고 야단을 친다. 아이는 더 놀겠다고 떼를 쓰고, 엄마는 마른 땅 쪽으로 잡아
끌고, 아이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그런데 옷을
잘 차려 입은 중년 신사가 벤치에 앉아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일어서서 웅덩이로 들어간다.
구두를 신은 채로,
싱긋 웃으며.
그러자 지켜보던 다른 사람들도 신발과 양말을 신은 채로 웅덩이로 함께
들어가고, 아이도 웃으며 엄마
손을 놓고 웅덩이로 향한다. 사람들의 눈길이 엄마에게 모인다.
좋은 엄마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는 주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장화를 신었으니 웅덩이에 들어간다고 해도
크게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엄마 역시 아이였다면 벌써 웅덩이에 들어갔을 텐데,
어른이 되면 다 그렇게 되는 것일까. 아이는 어른이 될 때까지 어른이 얼마나 이상한 존재인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어른들이란 이상한
존재이니 말이다.
로버트 풀검이 이야기하는 에피소드들은 대부분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들에서 시작한다. 빨래, 화장실, 거미줄, 야생화, 숨바꼭질, 낙엽, 먼지덩어리, 샐러드 등등... 이런 소소한 일상 속에서 삶의 진실이 숨겨져
있으니, 우리는 잠시
멈추고, 감동하고, 생각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 다만 그걸 잊어 버리고
살거나, 미처 깨닫지 못하고
살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아는 것과 아는 대로 사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들어주는 멋진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