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마 저택 살인사건
아마노 세츠코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범죄요? 뭔가 그런 가능성이 있는 겁니까?" 다이스케가 붉어진 얼굴로 츠유키를 보았다.

"아니, 그런 건 아닙니다...."

츠유키는 다시 현장의 모습을 떠올렸다. 명백한 자살 현장이었지만 뭔가가 마음에 걸린다. 이 막연한 찜찜한 기분은 뭘까?

오늘은 도지마 신노스케 회장의 65세 생일이다. 축하 파티를 위해 유럽의 고전적인 저택 구조를 모방한 대저택에 온 가족이 모인다. 장녀인 소노코와 맏사위 나오아키, 그리고 손자 히로키, 장남인 다이스케의 친구 타구마와 약혼녀인 카나에, 차녀인 키와코와 막내인 아카리, 그리고 아카리의 직장 동료이자 친구인 사에코이다. 거기에 가정부인 키요미와 신노스케 회장의 친구이기도 한 셰프 미야모토가 오늘 요리를 위해 저택에서 한창 준비중이었다. 음식 준비가 마무리 되고 저녁 시간이 되어 다들 신노스케 회장을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그가 나타나지 않아 식구들이 찾으러 가지만, 그는 집 안 어디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가 거실 테라스 아래에서 변사체로 발견되고, 경찰이 방을 수색하고 조사를 하지만 자살로 사건을 마무리 짓는다.

유서도 없었고, 아무런 자살 동기도 짐작되지 않아 다들 의아했지만, 딱히 범죄라는 증거도 보이지 않아 사건은 그렇게 자살로 종결될 것처럼 보였다. 나이에 비해 지극히 건강했고, 병력도 없었으며, 독극물이 검출된 것도 아니고, 우울증이었다는 증거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형사 츠유키는 뭔가 마음에 걸린다. 츠유키는 역시나 그 자살 사건이 뭔가 의심스러웠던 팀원 시마와 타가미와 함께 이상한 점들을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인의 정체는 점점 더 모호해지기만 한다.그리고 사건 일주일 후 칠일재 제사를 위해 저택에 그날 밤 거실에 모였던 이들이 모두 모인 날, 그곳에서 또 변사체가 발견되었다는 신고가 들어온다. 어찌 보면 완벽한 밀실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도지마 가의 저택에서, 다들 속속들이 알고 있는 가족들과 지인들이 모여 있는데, 대체 범인은 어떻게 살인을 저지른 걸까.

 

 

"그렇지, 이틀밖에 없어. 아니, 이틀이나 있어. 그렇게 생각하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 밤, 앞으로 남은 시간을 제대로 써야 해. 알겠나?. 모두가 단순히 주변 정황에 현혹되고 있어. 아주 표면적인 모습에 말이야. 그래서 한여름에 눈이 내리는 모순을 깨닫지 못하고 있어. 이 모순에 집착하고 있는 건 우리뿐이야."

작가인 아마노 세츠코는 무려 60세에 작가 데뷔에 성공했는데, 데뷔작이었던 <얼음꽃> 은 당시 일본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다. 이 작품 역시 후지TV에서 방영된 스페셜 드라마시선의 원작 소설이다. 일드의 여왕 나카마 유키에, 연기파 배우 야마모토 코지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방영 당시 일본에서 크게 화제를 모았었던 작품이라고 한다. 추리소설에서 전통적인 밀실 트릭의 기법에 초점을 맞추어 미스터리로 읽어도 흥미롭고, 섬세하고 세밀한 인물 묘사를 따라가며 그들의 관계와 드라마에 중점을 두고 읽어도 재미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범인이 누구이냐, 밀실 트릭은 어떻게 벌어진 것이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살해 '동기'이다. 주도 면밀하게 계획한 살인사건에서 범인이 증거들도 없애고, 확실한 알리바이도 세우더라도, 사실상 절대 없앨 수 없는 것 하나가 바로 동기이니 말이다. 무차별 살인 사건이 아닌 이상, 항상 범인에게는 동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작품처럼 범인이 특정 장소 안에 있었던 사람, 가족을 비롯해 서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인물들도 한정이 될 때는 바로 그 동기가 드라마를 만들어 내고, 극에 긴장감을 부여하고, 반전을 완성시키며, 서스펜스를 불러오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반전은 놀라움보다는 뭔가 서글프고 씁쓸한 감정이 들게 한다. 살인을 저질렀지만, 그럴 만한 배경에도 어느 정도의 이해와 공감이 생기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작가인 아마노 세츠코가 빛을 발하는 지점이고, 그래서 유독 그녀의 작품이 자주 드라마로 만들어져 사랑 받는 이유일 것이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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