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리커버북 시리즈 3
진 웹스터 지음, 김지혁 그림, 김양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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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요람에 누워 있던 귀여운 아기를 도둑맞은 적 없으세요?

어쩜 제가 그 아이인지도 몰라요! 소설 속 이야기라면 이쯤에서 대단원의 막이 내려지겠죠?

자신의 근본을 모른다는 건 정말이지 말도 못하게 찜찜한 일이지만, 흥미롭고 낭만적인 면도 있답니다.

진 웹스터의 <키다리 아저씨>는 고아 소녀가 후원자의 도움을 받아 대학에 진학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한 소녀의 성장 소설이자, 풋풋한 연애편지로 된 서간체 소설이기도 하다. 아마 꿈 많던 소녀 시절에 나만의 키다리 아저씨를 꿈꾸며 설레는 기분을 느껴보지 않았던 여성 독자들이 있을까 싶다. 그 이유로 이 고전 적인 플롯은 아직도 애니메이션과 영화, 뮤지컬, 드라마 등으로 변주되어 현대에도 꾸준히 사랑 받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기도 하다.

열정적이고 모험심 강한 고아 소녀 제루샤는 올해 열일곱 이다. 보통 열여섯 살이 넘으면 고아원을 나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제루샤는 고등학교에 다니며 규정보다 2년이나 더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 덕분에 손님들이 올 때면 마룻바닥이며, 침대며 청소를 하고, 아흔일곱 명의 어린 고아들을 깨끗이 씻기고, 빗질하고, 제대로 옷을 갈아 입히는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원장 선생님의 부름을 받게 된 그녀는 상상도 못했던 제안을 받게 된다. 주로 고아원의 남자아이들에게 지원을 했던 한 신사분이 제루샤가 쓴 수필을 읽고는 그녀를 대학에 보내 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학비는 물론 용돈까지 제안한 그의 조건은 단 하나, 답례로 한 달에 한 번 감사 편지를 써달라는 거였다. 그렇게 해서 제루샤는 대학에 진학하게 되고, 자신의 학업 진행 상황과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익명의 키다리 아저씨게에 편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어쨌든 다시 하던 이야기로 돌아갈게요. 최근에 알게 된 비밀 한 가지 알려 드릴까요? 절 허영덩어리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약속하실 거죠? 그럼 말씀드릴게요.

전 예뻐요.

정말이라니까요. 방에 거울을 세 개나 두고도 그걸 모른다면 완전 바보게요?

그리하여 이 동화의 주요 스토리는 제루샤가 키다리 아저씨에게 보내는 편지들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적으로 한 쪽에서 보내는 편지로 진행되는 스토리이지만 흥미진진한 이유는 바로 발랄하고, 긍정적이고, 고아라는 처지와 후원을 받는 입장 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할 말은 하는 여 주인공의 캐릭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정체를 알 수 없는 키다리 아저씨라는 인물에 대한 미스터리함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녀가 새로운 생활을 겪고, 새로운 인물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설레임이 묻어나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 또한 매력이다. 거기다 키다리 아저씨라는 존재에 대한 일본의 반전까지 더해 지면, 그야말로 소녀들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완벽한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고전 명작을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함께 다시 읽는 즐거움을 주는 인디고의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가 리커북으로 출간되었다. <키다리아저씨>는 그 세 번째 리커버북이다. 기존의 시리즈에 비해 서정적이고 따뜻한 색감의 예쁜 일러스트는 그대로, 거기에 고전적 프레임의 더 커진 판형과 빈티지한 색감으로 클래식한 느낌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나 삽입되어 있는 일러스트는 따로 한 장씩 떼어놓고 보더라도 작품으로 느껴질 만큼 아름답다. 따스하고 포근한 색감과 터치로 그려낸 세밀한 이미지들은 아무렇게나 페이지를 펼쳐도 바로 현실을 잊고 추억에 빠져 들도록 만들어 준다. 인디고의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는 소장용으로도, 누군가를 위한 선물용으로도 최고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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