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규칙을 어기는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는
거야. 우리는 꾹꾹 참으며
규칙을 따르는데 너는 왜 안 참느냐, 너 때문에 질서가 망가진다, 라고 느끼도록 되어 있지. 큰 영향이 없는 규칙 위반이나 소소한 반칙이라도 화가 나.
거기에다 상대가 부끄러워하는 기색 하나 없으면 더더욱 용서가 안 돼. 집단을 위기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으니까 자신이
피해를 입든 말든 불쾌해져."
우사기타 다카노리는 젊은 기업가가 설립한 벤처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사람을 유괴하니까 제대로 된 회사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그의 담당은 지정된 사람을 끌고 오는 역할로 매입
담당이다. 30분 전에도 여자
하나를 매입해 회사의 다른 담당자에게 넘긴 참이다.
그리고는 느긋하게 아내가 퇴근하기를 기다리는데, 밤늦도록 아내 와타코 짱이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끔찍한 상상을 하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그날 밤 자정이 되기 직전에 전화가 온다.
"네 아내를 유괴했다."
유괴범의 아내가 유괴되다니, 대체 이게 무슨 어이없는 사건이란 말인가.
이사카 고타로는 이 심각한 장면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요 1년간 하늘에 대고 뱉은 침이 한 덩어리로 크게
뭉쳐서 머리에 떨어졌다.' 라고. 자, 대충 이
작품의 분위기가 짐작이 되는지. 이번 작품 역시 언제나 그래왔듯이 이사카 고타로만의 위트와 기상천외한 상상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탄생과 죽음 사이에는 이런저런 일이 있다.
그 말마따나 나쓰노메는 날마다 크고 작은 다양한 사건과 크고 작은 다양한 잡일에
힘쓰며, 지금은 이렇게 딸과
함께 걷고 있다. 우주를
기준으로 보면 찰나에 불과할 시간을 슬로모션처럼 늘려서 자신들의 인생을 영위하고 있다고 생각하자 그건 그것대로 득을 보는
기분이었다.
사실 우사기타의 아내를 납치한 것은 바로 그가 일하는 조직의 보스였다. 조직의 컨설턴트였던 오리오오리오가 경리를 꾀어 조직의 돈을
빼돌렸는데, 보스 입장에서는
조만간 거래 상대한테 돈을 보내야 해서 급박한 상황이었다.
보스인 이나바는 오리오오리오를 찾기 위해 우사기타의 아내를 납치해 그를
협박하고, 다급해진 우사기타는
사라진 컨설턴트를 쫓다 센다이시의 어느 단독주택에 침입하게 된다.
그리고 세 사람을 인질로 잡고, 경찰들에게
“오리오오리오를 찾아내라”며 농성을 시작한다. 이게 바로 일명 ‘흰토끼 사건’의 서막인데,
사실 이야기는
'유괴범의 아내가 유괴된 희대의 사건'이 시작에 불과할 정도로 기발하고 예상치 못한 반전까지 더해 놀라움을
준다.
이사카 고타로는 이 작품의
서문에서 10대 시절에
읽었던 '누워서 읽다가 어느
부분에 다다르면 놀라서 몸을 벌떡 일으킨다'는 아이라 레빈의 <죽음의 키스>처럼, 독자가
읽다가 깜짝 놀랄 만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 마음으로 완성한 작품이라 그런지 독특한 트릭과 깜찍한 반전과 구성으로 세상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인질극을 만들어 낸 것 같다.
특히나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흰토끼'와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그리고 별자리 '오리온자리'가 이야기의 중요한 코드로 작용하는데, 굉장히 흥미로웠다.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을 즐겨 읽어 왔던 독자라면
이번 작품 역시 대만족일 것이고, 처음 만나는 경우라면 제대로 이사카 월드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