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클래식 둘 - 슈베르트에서 브람스까지 더 클래식 시리즈
문학수 지음 / 돌베개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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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스스로에게 놀라운 점은 짧게는 4분, 혹은 20분, 또는 40분에서 1시간에 이르는 ‘긴’ 곡을 집중해서 듣는다는 것이다. 클래식 얘기다. 음악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토록 ‘집중해서’ 듣게 된 것은 오랜만이다. 취미가 음악 감상이라던 얘기에 통학 혹은 출근시간에 듣냐던 친구가 생각난다. 그건 ‘감상’이 아니라고, 집중해서 음악에 몰두한 듣기가 음악 감상이라고 했었다. 동의한다. 10월부터 시작된 나의 클래식 음악 감상이, 지금은 막다른 골목에 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명성이 확인된, 도이치 그라모폰 음반들을 들으면서 나름대로 공부를 한다고 펼친 책들은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다. 텍스트 자체를 이해하기도 힘들지만 사실 일독에 이해하고자 하는 욕심도 사실 없다…


클래식 입문서들은 대체로 작곡가의 생애와 알려진 곡들을 다루고 있다. 초심자 수준을 벗어난 책을 읽고 싶어서 펼친 책은 『음악의 기쁨』이었는데 문제는, ‘문화의 총체’인 ‘클래식 음악’에 대한 나의 모자란 배경지식이었다. 2권의 2/3 정도를 지나면서 휘발되는 흥미를 잡아준 것은 바로 『더 클래식 둘』이었다. 『아다지오 소스테누토』에서 익숙해진 문학수 기자의 친절한 배경 설명과 본문을 받쳐주는 자료, 그리고 추천음반까지 삼박자가 고루 어우러진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악장별 해설이다. 2악장은 안단테, 피아노로 시작해 바이올린이 이어받고 비올라가 주도하는 단조의 선율(슈베르트의 「송어」)와 같은 해설은 클래식에 무지한 이를 잘 이끌어준다.


『더 클래식 둘』은 ‘낭만파’로 분류되는 작곡가들의 음악을 소개하고 있다. 슈베르트, 멘델스존, 슈만, 쇼팽, 리스트, 베를리오즈, 브람스 그리고 무소르그스키, 차이콥스키, 스메타나와 드보르작에 이르기까지 보다 익숙한 이름들이다. 1권과 마찬가지고 34곡이 실려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고, 관심 있게 읽은 두 작품만 소개하려 한다.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21번 B플랫장조

Franz Peter Schubert, Piano Sonata B-flat major(D.960)


슈베르트, 하면 떠오르는 라두 루푸의 연주회 이야기로 포문을 연다. 기자는 지난 예술의전당 독주회에서 미스 터치를 발견했다는 관객의 말에 안타까웠다고 한다. 정제된 녹음만을 듣다보면 미스 터치가 거슬릴 수도 있겠지만 뭐, 그러한 터치마저도 공연의 일부라 생각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왜냐하면 그 시간은 다시 오지 않으니까, 케이지에 따르면 콘서트의 일부이기도 하고… 음악의 아름다움에 집중하는 편이 낫지 않나 생각한다. 미스 터치 안하려고 곡의 흐름을 무시할 수는 없잖은가 하는 생각이 들고…


슈베르트의 유작 소나타는 19번, 20번, 21번 세 작품이 있다. 앞의 두곡에서 베토벤의 느낌이 있다면, 마지막 21번은 슈베르트적인 개성이 잘 드러난다고 한다. 베토벤이 음악의 ‘구축성’을 느껴지게 한다면 슈베르트는 ‘선율의 흐름’을 따라가는 곡을 썼다. 베토벤의 음악이 ‘기악적’이라면 슈베르트의 음악은 ‘성악적’이다. 즉 소나타 21번은 입으로 따라 부르기 좋은, 노랫말처럼 들리는 작품이다. 문학수 기자는 빌헬름 켐프, 알프레트 브렌델, 예브게니 코롤리오프의 음반을 추천하고 있다. 애잔한 노래로 듣고 싶다면 켐프를, 서사적인 문학으로 음미하고 싶다면 브렌델을 들어보라고…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Modest Petrovich Mussorgsky, Pictures at an Exhibition


《전람회의 그림》은 10개의 회화 작품을 10곡의 음악으로 ‘묘사’하고 있다. 곡 사이의 간주는 프롬나드Promenade로 표현된다. 무소르그스키는 친우- 화가이자 건축가, 디자이너였던 빅토르 하르트만의 추모전에 다녀와 이 곡이 완성된다. 그는 유작 가운데 열 작품을 음악으로 옮겼다. ‘프롬나드’는 전시회장에 들어선 관람객의 느릿한 발걸음을 묘사하면서 ‘입체적 공간감’을 만들어내는데 일정하지 않다는 점도 기발하다. 이 작품은 모리스 라벨이 관현악곡으로 편곡하기도 했는데, 다섯 번째 프롬나드는 생략되었다. 1곡에서 10곡까지의 연주시간은 약 35분으로, 피아노 독주와 관현악 편곡의 두 가지 버전이 있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의 피아노 독주와 직접 편곡한 버전의 관현악, 미하일 플레트네프의 음반을 추천하고 있다. 이 작품은 ELP가 록으로 편곡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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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5-12-18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터치에 대한 이야기가 관심을 끄네요.

그러니까, 이번 여름에 서울시향하고 손열음이 협연을 했는데,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했거든요.
제가 다른 건 몰라도 그 곡은 여러번 들어서요.
손열음이 치는데....
속으로 얼마나 떨리는지. 손열음 미스터치할까봐.
정작 손열음은 여유있게,자신만만하게 치는데, 저 혼자 막.... 여름인데 달달달 떨면서....
틀리면 안 되는데...

미스터치에 대한 강박이... 음악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게 하더라구요.
미스터치 나면 어때요? 그 순간을 즐기면 되는대요.... 그죠?

에이바 2015-12-18 12:10   좋아요 0 | URL
그쵸? 누가 그러더라고요. `소리`를 듣지 말고 `연주`를 들으라고요. 저도 그 말 듣고 아차 했다는... ㅋㅋ 그래도 즐겁게 관람하셨죠? 그러고보니 단발머리님이 공연에 대해 쓰신 글 본 것 같아요. 미스터치 안 나게 할 수 있대요, 어떤 피아니스트건... 근데 그러면 음악이 안 된다는... ㅠㅠ

단발머리 2015-12-18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시는가 모르시나 모르겠지만....

에이바님은

어떤 흔녀의 고백으로 제 마음을 흔들었고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
권인숙씨에게 짜증내는 저에게 `연대`가 중요하다며 저를 말려주셨고 (말려줘서 고마워요.)
인간이야? 쥐야?로 저를 칭찬해 주셨더랬죠. (사실은 게으른 엄마인데... )

고마워요, 에이바님~~~

에이바 2015-12-18 12:14   좋아요 0 | URL
아... 기억해주시니 너무 기뻐요. ㅎㅎ 은근히 많은 일이 있었네요. 근데 정말로 인간이야? 쥐야? 는 기억에 남아요. 저도 포트노이 읽어야 하는데 리뷰의 문제점은 그런 것 같아요. 잘 쓴 글을 보고나면 제가 그 책을 본 것처럼 착각한다는거죠! 단발머리님께도 감사해요.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합니다 ㅎㅎㅎ
 
나의 조선미술 순례
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 / 반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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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서 문득, 서경식 선생의 목소리가 궁금해졌다. 서경식으로 검색했더니 창비 트위터에 팟캐스트가 연결되어 있었다. 재생시키고 잠시 다른 일을 하는데 귀를 번쩍 뜨이게 하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서경식 선생님이, 바로 프리모 레비를 한국에 소개한 장본인이라는 것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프리모 레비는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이다. 나치즘으로 비롯된 인류의 비극에 대한 '증언 문학'으로 유명하다. 레비의 말에 따르면 자신은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다고 한다. 존엄성이 짓밟히고 희망조차 없는 곳, 그는 거기서 인간의 밑바닥을 보았다. 살기 위해 나치에 협력한 다른 수감자들, 처벌받는 것이 내가 아니라 다행이라 느꼈던 잠시의 안도감은 모든 것이 끝났을 때 그에게 무거운 짐으로 되돌아왔다.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상상할 수 없는 일을 겪고 전복된 그의 인생은 결국 투신자살로 끝난다. "내가 하는 말은 증언이 아니다. 목격자는 그 때, 그 가스실에서 죽어간 사람들이다."


레비는 이 비극적 사건의 증언불가능성, 재현불가능성을 얘기한다. 목격자들이 가스실에서 사라진 지금, 아우슈비츠로 상징되는 비극은 생존자의 증언에 기대어 추정할 수 밖에 없다. 여기서 생존자들의 주관적 기억에 대한 신뢰성과, 청자가 그 증언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같은 사과를 먹는다 할지라도 각자가 느낀 맛이 다를진대, 하물며 경험하지 못한 일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이들의 입장은 어떠할까? 이해는 그들의 상상에 달려있지만, 문제는 이 상상마저도 제한되어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감히,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범주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영화 『쇼아Shoah』는 생존자, 관련자들의 증언으로만 9시간의 러닝타임을 채움으로써 비극의 재현불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서 대두되는 문제는 과연, 아우슈비츠로 상징되는 '인류의 비극'을 미학화할 수 있는가이다. 타인의 고통을 허구적인 장르로 다루는 것이 타당한 일일까? 피해자가 생존하며, 사건의 여파가 현재진행형인 '실제로 일어난 역사'를 말이다. 아도르노는 "아우슈비츠 이후, 서정시를 읽을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이 말은 서정시를 쓰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세상에서, 서정시를 읊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인간의 이성에 대한 믿음이 어떤 결과를 불렀는가 생각하면, 우리는 서정시를 쓰되 비극을 기억하고 상기해야 할 의무가 있다.


재일한국인이라는,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은 서경식 선생이 주류가 아닌 '민중 미술'에 관심을 갖게 한다. '넋이라도 있고 없고'라는 게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재일한국인. "한국인이면 다 알아"라던가, "재일조선인은 일본인 아닌가?"라는 말은 그를 슬프게 한다. 때로는 문화적 콘텍스트를 이해할 수 없지만, 결국 끊임없이 공부하고 소통하는 것에 답이 있다는 서경식 선생님. 일본에 살면서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만 "나는 일본인이 아니"라는 그는, 주변화된 이들에게 끌릴 수 밖에 없는 운명일지도 모른다. 조국의 민주화에 휩쓸린 두 형의 옥살이, 여권발급조차 쉽지 않았던 시대를 건너 서경식 선생은 『나의 조선 미술 순례』를 통해 조선의 피를 이은 이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우리'라는 말을 삶의 맥락을 같이 해온 역사적, 정치적, 사회적 공통점 있는 사람들이라 정의하고 싶다는 그는 주변인, 경계인의 특성으로서 '객관화'를 꼽았다. 주류에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에 사회를 정확하게 꼬집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예술가 중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이는 정연두가 유일하다. 이쾌대는 월북작가라 남은 자료도 얼마되지 않으며, 심지어 신윤복은 조선시대 사람이다. 책이 작가와의 인터뷰로 구성되었음을 볼 때, 이를 드라마 『바람의 화원』 작가 인터뷰로 교체한 것은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가장 흥미로웠던 작가는 다층적 디아스포라인 미희=나탈리 르무안이다. 김별, 기무라 별로도 활동하는 그녀는 부산에서 벨기에로 입양된 이였다. 궁금해서 구글링했더니 직접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와 유투브 채널이 나왔다. 거기서 96년쯤 출현한 방송에서 송지나와 인터뷰하는 것을 보았다. 최근 업로드한 『hairy』라는 영상 작품도 보았다. 행복하지 않았던 벨기에의 어린 시절. 한국으로 와 엄마를 찾았는데 나의 반은 일본인의 피를 이었더라는 배경을 알면 그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좀 더 도움이 될까? 서경식 선생은 경계인, 디아스포라의 관점에서 작가들에 접근하고 있다. 신윤복 같은 경우, 그가 성 소수자였을 것이라는 추측에서 인터뷰가 시작한다. 설득력이 있는 가정이다. 소개된 작가들의 디아스포라는 다음과 같다. 광주의 증거자, 주부로 살다 예술가가 된 여성, 입양아, 성 소수자, 파독 간호사, 월북 작가 등…


'우리'라는 범주를 조금 더 확장해 볼만한 것으로, 서경식 선생은 분류의 폭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일본에서 미술서를 썼더니 작가가 재일한국인이니 그 서가로 가라 합니다. 해당 서가로 갔더니 미술서가로 가라고 하죠. 이것은 분류의 폭력입니다." 프랑스 서점에서 있었던 일이다. 작가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베트남사람이 프랑스어로 쓴 소설이 프랑스문학이 아닌, 제3세계 문학서가에 꽂힌 것을 보았다. 순간적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어로 쓰인 책이, 작품 혹은 작가의 국적에 따라 분류되어야만 했을까? 반대로 프랑스어로 쓰인 책은 무조건 프랑스문학으로 분류되어야 하는 것일까?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가 사미즈다트, 지하출판의 형태로 소련을 떠돌다 결국 파리에서 첫 출간되었다해서 우리가 그 작품을 프랑스문학으로 분류하는가? 작품 주제와 작가의 정체성이 서적 분류에 중요하다면 재미교포 작가인 김은국의 『순교자』는 어떠한가. 6.25라는 민족의 비극을 통해 인간의 실존을 그린 작품은 영미소설로 분류된다. 영어로 쓰였지만 한국적 소재를 다루고 있고 작가의 국적은 미국이지만 이 외 작품에서도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투영된다. 왜 한국문학이 아닌가? 내용과 상관없이 영어로 쓰였기 때문에 영미소설이라면, 같은 작가의 『잃어버린 이름들』은 한국어로도, 영어로도 썼다. 서가 어디에 분류되어야 할까?


입양아 문제를 보면,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프랑스의 문화부 장관이 된 플뢰르 펠르랭 경우를 통해 '우리'의 범주를 논할 수 있겠다. 그녀는 프랑스 가정으로 입양되어, 재능을 눈여겨본 아버지의 전폭적 지원으로 엘리트 교육을 받았다. 그이가 올랑드 정권의 첫 아시아계 장관으로 임명되자 대한민국은 다큐멘터리까지 찍어가며 그녀가 같은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했다. 정작 펠르랭은 자신이 프랑스인이며, 친부모를 찾을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엉뚱한 곳에서 '우리'를 외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경식선생은 자신이 일본어로 쓴 글을 일본인들이 멋대로 이해하는게 싫다고 말한다. 단지 일본어로 쓰였기 때문에 재일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진, 자신의 미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존중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과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외국어, 그것도 조선을 식민지로 삼았던 일본의 언어를 통해야 더 또렷하게 전달되는 아이러니가 슬프다.


이 나라의 민중미술이 퇴색되고 그 가치를 사람들이 잘 모른다며 안타까워하지만 결국, 서경식 선생은 선배의 뒤를 잇는 후배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한다. 방식은 다를지라도 인간을, 소외된 이를 바라보며 사회를 되새기게 하는 것이 바로 예술의 힘이기 때문이다. 평생을 한국과 일본의 주변부에서 보낸 노교수의 '조선'을 이해하는 과정은 아직 끝나지 않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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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이변이 없을 듯한 2015년 개봉, 발매, 출간된 작품들 중 각 분야 1위들.


-논픽션



인문서 1위, 논픽션 1위

레베카 솔닛,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음악 1위

스튜어트 아이자코프, 피아노의 역사


에세이 1위

오에 겐자부로, 읽는 인간


심리학 1위

앤드류 솔로몬, 부모와 다른 아이들 1,2


문학비평 1위

션 매커보이, 셰익스피어 깊이 읽기


-픽션 



영미소설 1위, 픽션 1위

존 윌리엄스, 스토너


러시아소설 1위

바를람 샬라모프, 콜리마 이야기


프랑스소설 1위

장-미셸 게나시아,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1,2


포르투갈 소설 1위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책


역사소설 1위

콜린 매컬로, 로마의 일인자 1,2,3


-영화



액션, 영화 1위

조지 밀러,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코미디 1위

폴 페이그, 스파이


-음반



클래식 1위, 음반 1위

조성진, 2015 쇼팽 콩쿠르 우승 실황 앨범


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 Chasing yesterday


Years&Years, Communion


Sufjan Stevens, Carrie&Lo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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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5-12-10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 너무 좋아요. 각자 자기 기준으로 매기는 순위들 말에요. 저도 따라해 봐야 겠어요 근데 아 벌써부터 고민돼요

에이바 2015-12-10 22:53   좋아요 0 | URL
한국소설이 없는게 좀 아쉬워요. 안 읽고 안 보고 안 들은 건 아닌데 푹 빠질만한 작품이 없었어요... 2015 한정이라 조금 고민했다는 ㅎㅎ
 


유로피아나, 파트리크 오우르제드니크.


열린책들에서 새로 나온 책인데 미리 알았다면 신간 추천에 넣었을 것을 너무 아쉽다. 구매할 예정. 176쪽 밖에 안 되는데 미리보기를 들춰보니 지식, 유머, 통찰 그냥 꽉꽉 눌러담은 책이다. 출판사 책소개에 '20세기 유럽의 역사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는' 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그저 딱이라는 생각... 체코 작가의 작품으로, 공산주의 정권이 무너진 후 출간된 중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체코 문학이라 한다. 다음은 읽고, 내가 사야겠다고 마음 먹은 부분.


1944년 노르망디에서 전사한 미국인들은 평균 신장 173센티미터의 건장한 체격이라 한 사람의 머리가 다음 사람의 발에 닿게끔 길게 이어 눕히면 38킬로미터에 이르렀을 것이다. 독일군도 마찬가지로 체격이 좋았지만 이들을 겁주기 위해 제일 키가 큰 병사들이 최전선에 파견되었으니 바로 제1차 세계 대전 시절의 세네갈 저격병들로 평균 신장이 176센티미터나 되었다. 제1차 세계 대전 동안에는 사람들이 씨앗처럼 쓰러졌다는데 그래서 나중에 러시아 공산주의자들은 1킬로미터의 시신 행렬이 비료를 얼마큼이나 생산하는지 그리고 두엄 대신 반역자와 범죄자의 시체를 쓰면 비싼 외제 비료에 들이는 비용을 얼마나 절감할 수 있을지 계산했다고 한다. (5-6쪽)



김화영의 번역수첩, 김화영.

이방인, 알베르 카뮈.


김화영 교수님의 번역수첩이 나왔고, 번역을 다듬었으리라 예상되는 이방인이 책세상에서 다시 나왔다. 그러고 보면 이방인은 한국어 번역본이 없다. 여튼 책세상에서 나온 카뮈 전집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인데, 아직 전집을 구비하지는 못해 항상 아쉽다. 읽고 난 뒤 하나씩 사 모은 건 단두대에 대한 성찰, 시지프 신화, 결혼·여름이다. 더불어 추천할 것은 작가수첩, 반항하는 인간, 페스트, 전락... 번역수첩에는 그동안의 번역 후기들을 모았다고 해 관심이 인다.



하버드 학생들은 더이상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다, 파리드 자카리아.


인문학이 어쩌고 하는 책들엔 관심도 없고 사실 꺼리는 편이다. 그런데 우연히 이책의 저자를 봤다. 자카리아는 외교 전문가인데 이런 책을 썼단 말인가? 책소개를 보면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다르지 않다. 그가 인문교육, 교양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논지를 전개하는지가 궁금해졌다. 국제관계 전문가이자 언론인, 인도의 교육과 미국의 교육 모두를 경험한 자카리아는 인문교육의 중요성을 설득하면서 어떤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할 것인가. 별 다른 내용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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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5-12-09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유러피아나 카트에 담아뒀어요. 하버드...는 인문학을 오히려 강조하는 애기일 것 같다는 느낌이 살짝드는 것 같군요. 어제 밤에 놀다가, 펭귄북스 감성,이성 세트 이북으로 각 50권씩 6만원선이길래 냉큼 샀어요. 열린책들 세트랑 겹치는 거 많은데 그렇다고 해도 완전 횡재. 정가제를 어떻게 우회했는지.. 그 가격 계속 유지될지 몰라서..

에이바 2015-12-09 20:25   좋아요 1 | URL
재밌을 것 같아서 기대중이에요. 하버드...에 대한 생각도 비슷해요. 궁금하긴한데 읽어볼지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요. 이북 세트 찾아보고 왔는데 구성이 나쁘지 않네요. 겹치는 책은 있지만은 이북리더기 있었으면 질렀을 것 같은데 패드로 읽기엔 눈이 넘 피로해요 ㅜㅜ

살리미 2015-12-10 22:50   좋아요 0 | URL
크레마 후기 감사드립니다. 저도 좀 찾아보니 다들 그렇게 말씀하시는군요. 피로도 면에선 좋고 느리고 터치가 안좋다는 단점이 있고요....
근데 guiness님 말씀처럼 세계문학 세트 상품이 워낙 저렴하니까 저도 크레마에 담아두고 싶네요. 세계문학들 찬찬히 다 읽어보고 싶은데 종이책을 다 사려면 ㅠㅠ
그리고 패드랑 달리 책 역할만 한다는 것도 장점이 될 듯 하네요.

서니데이 2015-12-09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화영의 번역수첩이라는 책 소개를 보고, 저도 이방인이 생각났는데, 새 책이 나왔네요.
잘읽었습니다. 에이바님, 편안한 밤 되세요.^^


에이바 2015-12-10 09:35   좋아요 0 | URL
이번에 나온 이방인은 양장이에요. 서니데이님도 지난 밤 편안하셨길 바라요. ㅎㅎ

살리미 2015-12-10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바님 댓글읽고 뜬금없는 질문 드립니다^^
저도 가끔 이젠 이북으로 구입해야겠다 생각하는데 (아직도 이북엔 영 정이 안가지만 보관차원에서요ㅠㅠ) 이북리더기, 일테면 크레마 같은게 가독성이 좋을까요? 저도 패드나 스마트폰으로 읽어봤지만 눈도 아프고 영 집중이 안되서요.

에이바 2015-12-10 09:38   좋아요 0 | URL
이번에 리더기들에 e잉크를 써서 종이책 보는 거랑 유사하대요. 눈도 안 피로하고 저도 찾아보니 좋더라고요. 리디북스에서 나온 페이퍼랑 크레마 진영 크레마카르타, 교보 샘이 있는데요. 젤 좋은건 킨들이라고 하고요. 한번 고려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ㅎㅎ

CREBBP 2015-12-10 22:44   좋아요 0 | URL
제가 카르마 있는데 가독성은 괜찮은데 반응이 느려요. 세트 상품이 이북이 엄청 싸게 나와서 보험들듯 사들여 놓는 거에요. 기계 하나에 몇백권 책 있으니까 오래 여행가거나 해외 나갈때도 책 이고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구요. 이잉크는 패드와 완전히 달라서 가독성은 눈의 피로도는 매우 편한데 느리다는 단점과 터치가 병맛이라는 단점이 있어요.

에이바 2015-12-10 22:50   좋아요 0 | URL
터치감 나아졌다고 하던데 아직 별로예요? 저번에 찾아보니 확실히 국내 기기 중엔 페이퍼가 나은 것 같은데 크레마가 열린서재를 지원하고 또 이북 쿠폰도 많이 뿌려서 아마 저도 산다면 크레마로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확실한건 샤인에 비하면 크레마는 환골탈태 수준이라고...

살리미 2015-12-10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거의 크레마 카르타로 굳히고 있어요^^ 오늘도 종일 고민했습니다 ㅋㅋ
페이퍼는 열린서재 하려면 뭔가를 해야 한다는데 기계치가 감당하겠나 싶고, 킨들은 국내책이나 보는 제 주제엔 필요 없을듯 하고.... 장점이 많다면 병맛터치감쯤 쫌 참을 수 있지 않겠어요? ㅎㅎ

에이바 2015-12-10 22:59   좋아요 0 | URL
카르타 요즘 예약 받는 것 같더라고요. 근데 열린서재가 좀 불안정하다고 해야하나? 그런게 있대요. 리디북스가 이북 컨텐츠가 많다는 것도 장점인데 열린서재 지원이 정말 크레마의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저는 아직은 가끔 패드로 보는 정도라서... 오로라님 진지하게 고민중이시군요! ㅎㅎ
 
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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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닉의 주선으로 개츠비와 데이지가 재회하는 장면이었다. 짐짓 편안한 척 허세부리며 벽난로 장식에 기대었다가 옆으로 떨어지는 시계를 붙잡는 모습은, 장식으로 남은 지난 추억과 시간을 되돌리고자 하는 마음이 반영된 장면 같았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재회의 순간이니 멋있고 여유로워 보이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는, 하지만 속마음이 모두 드러나는 그런 모습 말이다. 개츠비는 유독 데이지 앞에서 서툴러 보인다. 닉과의 대화에서는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며 자신만만했다.

 

옥스퍼드 출신의 부자인양 행세하지만 사랑하는 이 앞에서는 벌거숭이가 되는 남자. 여유로운 모습은 오간데 없이, 그는 순정만이 남은 그 시절 청년으로 돌아간다. 그것은 아마도 개츠비가 데이지를 숭배하기 때문일 것이다. 데이지는 어떤 사람인가. 톰은 아내를 가리켜 웃음소리에서도 짤랑거리는 소리가 난다고 한다. 걸음걸음 돈이 연상되는 데이지는 부유한 환경에서 배양된 순수함이다. 개츠비가 사랑하고, 욕망하지만 결코 가질 수 없었던 그리고 여전히 가질 수 없는 존재. 그녀는 과연 개츠비의 순정을 받을만한 인물일까? 아니 애당초에 개츠비가 사랑한 것은 데이지의 영혼, 그 존재였을까, 아니면 부유한 배경을 포함한 그 모두였던가?

 

불법, 험한 일들을 통해 부를 쌓은 개츠비는 왜 데이지를 되찾으려고 했을까. 순전히 옛 사랑을 위해서 그 모든 일을 했단 말일까?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에 부족했던 조각이자 트로피였던 것은 아닐까? 남편에게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라 종용하는 모습은 이제껏 데이지를 대한 태도와 다르다. 공들인 시간의 탑을 무너뜨리는 미숙한 모습이다. 어째서 그런 선언을 하려 했을까. 왜 그리 자신만만했을까. 개츠비는 톰을 이겼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 가난했던 과거 때문에 그리워만 했던 옛 연인을 가진 톰 뷰캐넌은 ‘진짜’다. 외모와 지위를 모두 가진, 하다못해 스노비즘마저 그가 속한 집단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데이지가 사랑했던 개츠비의 조건들은 허상에 불과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톰을 이기고 데이지를 되찾는 것은 진정한 성공이다.

 

관계에서 톰은 데이지의 우위에, 데이지는 개츠비의 우위에 있다. 톰이 개츠비에게 데이지와 함께 차를 타고 가도 아무 일이 없을 거라며 자신만만해 하는 것도 괜한 것이 아니다. 외롭고 화가 났던 데이지의 마음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예전의 모습만 찾으려했던 개츠비의 비극은 예견된 것이었다. 개츠비가 사랑했던 데이지는 현재 모습의 일부일 뿐이다. 남편의 부정에도 그를 떠나지 못하는 것은 익숙한 토양을 떠나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딸이 ‘아름다운 바보’로 자라길 바라는 모습에서 묻어나는 수동성과 체념을 보라. 데이지를 갖는 데에는 돈이 다였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하고 노력했던 것에 비해 개츠비는 연인의 마음을 보살피지 못했다. 그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순진했다. 꿈을 좇는 열정은 이리도 순수한 걸지도...

 

그에게 데이지는 다른 세계에 속한 별이다. 너무도 멀리 있는 별, 신기루 같은 별에 가까이 가기 위해 더러운 일에 손을 담근 숭배자는 몰락한다. 별은 숭배자를 보살피지 않는다. 비참했던 현실 속에 과거의 연인은 얼마나 미화되었을까. 시간을 되돌려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믿은 개츠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향해 달리기만 한 개츠비. 건너편 저택의 초록색 불빛, 은빛 후춧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별들을 바라보던 개츠비. 짧은 여름을 함께 보낸 닉만이 그를 기억할 뿐이다. 흘러간 시간을 잡지 못한 남자. 오지 않을 전화를 영원히 기다리게 된 그 남자의 순정은 갈 곳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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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2-08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생때 개츠비를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왜 이런 소설을 읽으라고 했지? 하고 이해가 안갔어요. 대체 어디가 위대한건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몇년 전 김영하씨의 번역판이 새로 나오면서 영화도 개봉하고 해서 그때 다시 읽은 개츠비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어요. 제가 그 나이가 되었고 그들의 마음을 이젠 이해할 수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네요. 닉에 의해 `위대한` 이라는 형용사가 덧붙여지잖아요. 전 그 장면이 그렇게 안쓰러웠답니다.

에이바 2015-12-09 10:21   좋아요 0 | URL
그게 고전의 매력인 것 같아요. 읽을 때 마다 새롭고, 또 얻어가는 것이 따로 있는... 칼비노가 한 얘기기도 하지만요. ^^

cyrus 2015-12-08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츠비는 잘못된 연애로 스스로 파멸한 `연못남`이었습니다.

에이바 2015-12-09 10:22   좋아요 0 | URL
개츠비의 신분상승, 성공에 대한 욕망이 데이지로 발현된게 아닌가 해요. 또 그만큼 순수했기에 `great`라고 덧붙여진 것이겠죠...

AgalmA 2015-12-11 0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츠제럴드와 젤다의 사생활 이야기도 그렇고...
<위대한 개츠비>가 물질 만능주의 시대에 대한 비판적 작품이란 평은 사후적 왕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작가들이, 예술가들이 자신이 만들어내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모른다고 종종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자신을, 시대를 폭로하는 내부 고발자이기도 하겠죠. 글이 쓰는 자의 어떤 (것/식)의 반영이라는 전제를 생각할 때. 그 간극이 객관적이든 주관적이든 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어쨌거나 독자인 우리는 제 3자이며, 작가는 소설과의 대결 속에서 독자를 염두에 둘 여유가 없죠. 끊임없이 선택과 결단을 내리며 진행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작가는 자신의 소설을 읽지 못하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블랑쇼의 말은 은유가 아니라 매우 사실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톰도, 데이지도, 개츠비도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피츠제럴드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하고요. 아무려나 제 생각입니다~_~;
좀 더 생각해 볼 문제라 제 서재로 옮겨갔어요. 댓글은 에이바님 서재에서 남겨주셔도 될 듯 :)

에이바 2015-12-11 09:25   좋아요 0 | URL
제 리뷰가 물질만능주의로 읽히나요? 다시 읽어봐도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제이에게 왜 `데이지`여야만 했을까 궁금하더군요. 제이의 심리를 유추해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연애를 할 때 상대의 존재 자체를 조건 없이 사랑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지, 조건도 그 사람을 정의하는 일부인데- 하는 생각이요. 저는 오히려 당시의 시대상에 대한 비판보다는 연애와 돈(부)에 대한, `위대한 개츠비`의 통속소설적인 면에서 글을 쓴거라 생각했는데 리뷰에선 표현이 안 됐나봐요. 초록색 불빛을 안 쓸 걸 그랬나요? 일부러 꿈, 이상 이런건 안 쓰고 데이지와의 관계만 집중했는데 좀 부족한 글이군요... 아무튼 저는 그런 면에서 cyrus님이 남겨주신 댓글 `연못남`에 동의하는데, 단지 어떤 개츠비의 `순정`이 어디서 발현된 건지 조금 더 생각해봤어요. 오히려 피츠제럴드의 여성관계와 작품을 비교해보면 Agalma님 말씀이 더 타당하죠. 이 작품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당시의 시대관이 잘 드러났고, 피츠제럴드의 변명이라고 할까 뭐 그런 점이 개츠비를 순정남으로 포장하게 된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고전의 대열에선,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보다 앞에 있지 않나요? 통속소설이지만 해석이 좀 더 열려있는...

AgalmA 2015-12-11 12:00   좋아요 0 | URL
아니요. 에이바님의 리뷰평이 그런 걸 말한다는 게 아니라 세간의 평(특히 비평가)들을 말한 겁니다.
말씀하신 대로 통속성 관점이셨어요. 피츠제럴드의 <겨울 꿈>이라는 단편이 있는데, 개츠비-데이지의 과거에 대한 프리뷰 같기도 했어요. 뭐랄까. 피츠제럴드는 이런 스토리의 원형을 계속 재현하고 싶어했다는 생각도 들었죠. 하루키가 단편을 장편으로 늘리며 구축하는 공통된 모티브를 보듯이. 그래서 저는 <위대한 개츠비>에서 시대의 통속성보다 작가 자신이 어떤 동인에서 움직이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었을까를 궁금해하게 된 거죠.

통속 소설 관점에서 <포스트맨은...>과 비교도 재미난 지점입니다. 통속성에 대해 이 작품은 파악은 하고 썼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작품의 이전인 <위대한 개츠비>가 더 모던한 건 당시의 낭만성 때문일까, 작가의 개성 때문일까 가늠해보게 되기도..

참고 말씀 감사합니다 :)

에이바 2015-12-11 15:30   좋아요 1 | URL
아 저는 리뷰에 대해 말씀하시는 줄 알았어요. 피츠제럴드 소설은 `위대한 개츠비`만 봤고 여유가 생기면 `밤은 부드러워`를 볼까 했는데요. `겨울 꿈`이 개츠비의 프리뷰 같다 하시니 그 작품도 궁금해지네요. 윗 댓글에서 어렴풋하게 느껴졌던 작가의 의식(혹은 의도)과 독자, 평론가 간 해석의 차이가 Agalma님의 설명으로 보다 명확하게 느껴집니다. 하루키가 피츠제럴드를 좋아하는 것도 말씀하신 것과 관계가 있을런지도 모르겠어요. 두 작가 다 잘은 모르지만 그냥 그런 생각이 드네요.

다락방 2015-12-14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피츠제럴드의 <겨울 꿈>을 아주 좋아해요. 정말 좋아합니다. 지난번에 이 리뷰 읽고 추천만 누르고 갔었는데 위에 보니 아갈마님과의 댓글 대화중에 <겨울 꿈> 언급이 되어서 반가운 마음에 그만 털푸덕 주저 앉아 댓글답니다. <겨울 꿈>하면 저는 `제임스 조이스`의 단편 <죽은 사람들> 도 같이 생각이 나요. 왜 그런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딱히 연관이......없는 것 같은데 말이지요. 이건 이상하게 꼬리를 잡아서요, <겨울 꿈>은 <죽은 사람들>을 생각나게 하면서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제임스 조이스`의 단편 <애러비>로도 연결되는 겁니다. 왜 그것들이 연결되느냐 누가 물으면 아무도 답할 수 없는데 그래요.

에이바님이 위대한 개츠비만 보셨다면, 아, 에이바님, 피츠제럴드는 단편이 압권이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네요. 특히나 <컷 글라스 보울>은 정말 제가 좋아하는 단편이에요. <비행기를 타기 전 일곱시간>이란 단편도 좋고요. 아..피츠제럴드의 단편은 사랑입니다. ㅠㅠ

에이바 2015-12-15 10:51   좋아요 0 | URL
찾아보니 말씀하신 단편들이 피츠제럴드 단편선에 실려있네요. 두 분께서 말씀하신 `겨울 꿈`이 궁금해요. 어떤 작품이길래 개츠비의 원형같이 느껴지고, 또 조이스의 작품까지 연상되는지 기대되네요. 다락방님의 강력 추천, 꼭 읽어볼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