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클래식 둘 - 슈베르트에서 브람스까지 더 클래식 시리즈
문학수 지음 / 돌베개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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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스스로에게 놀라운 점은 짧게는 4분, 혹은 20분, 또는 40분에서 1시간에 이르는 ‘긴’ 곡을 집중해서 듣는다는 것이다. 클래식 얘기다. 음악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토록 ‘집중해서’ 듣게 된 것은 오랜만이다. 취미가 음악 감상이라던 얘기에 통학 혹은 출근시간에 듣냐던 친구가 생각난다. 그건 ‘감상’이 아니라고, 집중해서 음악에 몰두한 듣기가 음악 감상이라고 했었다. 동의한다. 10월부터 시작된 나의 클래식 음악 감상이, 지금은 막다른 골목에 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명성이 확인된, 도이치 그라모폰 음반들을 들으면서 나름대로 공부를 한다고 펼친 책들은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다. 텍스트 자체를 이해하기도 힘들지만 사실 일독에 이해하고자 하는 욕심도 사실 없다…


클래식 입문서들은 대체로 작곡가의 생애와 알려진 곡들을 다루고 있다. 초심자 수준을 벗어난 책을 읽고 싶어서 펼친 책은 『음악의 기쁨』이었는데 문제는, ‘문화의 총체’인 ‘클래식 음악’에 대한 나의 모자란 배경지식이었다. 2권의 2/3 정도를 지나면서 휘발되는 흥미를 잡아준 것은 바로 『더 클래식 둘』이었다. 『아다지오 소스테누토』에서 익숙해진 문학수 기자의 친절한 배경 설명과 본문을 받쳐주는 자료, 그리고 추천음반까지 삼박자가 고루 어우러진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악장별 해설이다. 2악장은 안단테, 피아노로 시작해 바이올린이 이어받고 비올라가 주도하는 단조의 선율(슈베르트의 「송어」)와 같은 해설은 클래식에 무지한 이를 잘 이끌어준다.


『더 클래식 둘』은 ‘낭만파’로 분류되는 작곡가들의 음악을 소개하고 있다. 슈베르트, 멘델스존, 슈만, 쇼팽, 리스트, 베를리오즈, 브람스 그리고 무소르그스키, 차이콥스키, 스메타나와 드보르작에 이르기까지 보다 익숙한 이름들이다. 1권과 마찬가지고 34곡이 실려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고, 관심 있게 읽은 두 작품만 소개하려 한다.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21번 B플랫장조

Franz Peter Schubert, Piano Sonata B-flat major(D.960)


슈베르트, 하면 떠오르는 라두 루푸의 연주회 이야기로 포문을 연다. 기자는 지난 예술의전당 독주회에서 미스 터치를 발견했다는 관객의 말에 안타까웠다고 한다. 정제된 녹음만을 듣다보면 미스 터치가 거슬릴 수도 있겠지만 뭐, 그러한 터치마저도 공연의 일부라 생각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왜냐하면 그 시간은 다시 오지 않으니까, 케이지에 따르면 콘서트의 일부이기도 하고… 음악의 아름다움에 집중하는 편이 낫지 않나 생각한다. 미스 터치 안하려고 곡의 흐름을 무시할 수는 없잖은가 하는 생각이 들고…


슈베르트의 유작 소나타는 19번, 20번, 21번 세 작품이 있다. 앞의 두곡에서 베토벤의 느낌이 있다면, 마지막 21번은 슈베르트적인 개성이 잘 드러난다고 한다. 베토벤이 음악의 ‘구축성’을 느껴지게 한다면 슈베르트는 ‘선율의 흐름’을 따라가는 곡을 썼다. 베토벤의 음악이 ‘기악적’이라면 슈베르트의 음악은 ‘성악적’이다. 즉 소나타 21번은 입으로 따라 부르기 좋은, 노랫말처럼 들리는 작품이다. 문학수 기자는 빌헬름 켐프, 알프레트 브렌델, 예브게니 코롤리오프의 음반을 추천하고 있다. 애잔한 노래로 듣고 싶다면 켐프를, 서사적인 문학으로 음미하고 싶다면 브렌델을 들어보라고…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Modest Petrovich Mussorgsky, Pictures at an Exhibition


《전람회의 그림》은 10개의 회화 작품을 10곡의 음악으로 ‘묘사’하고 있다. 곡 사이의 간주는 프롬나드Promenade로 표현된다. 무소르그스키는 친우- 화가이자 건축가, 디자이너였던 빅토르 하르트만의 추모전에 다녀와 이 곡이 완성된다. 그는 유작 가운데 열 작품을 음악으로 옮겼다. ‘프롬나드’는 전시회장에 들어선 관람객의 느릿한 발걸음을 묘사하면서 ‘입체적 공간감’을 만들어내는데 일정하지 않다는 점도 기발하다. 이 작품은 모리스 라벨이 관현악곡으로 편곡하기도 했는데, 다섯 번째 프롬나드는 생략되었다. 1곡에서 10곡까지의 연주시간은 약 35분으로, 피아노 독주와 관현악 편곡의 두 가지 버전이 있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의 피아노 독주와 직접 편곡한 버전의 관현악, 미하일 플레트네프의 음반을 추천하고 있다. 이 작품은 ELP가 록으로 편곡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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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5-12-18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터치에 대한 이야기가 관심을 끄네요.

그러니까, 이번 여름에 서울시향하고 손열음이 협연을 했는데,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했거든요.
제가 다른 건 몰라도 그 곡은 여러번 들어서요.
손열음이 치는데....
속으로 얼마나 떨리는지. 손열음 미스터치할까봐.
정작 손열음은 여유있게,자신만만하게 치는데, 저 혼자 막.... 여름인데 달달달 떨면서....
틀리면 안 되는데...

미스터치에 대한 강박이... 음악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게 하더라구요.
미스터치 나면 어때요? 그 순간을 즐기면 되는대요.... 그죠?

에이바 2015-12-18 12:10   좋아요 0 | URL
그쵸? 누가 그러더라고요. `소리`를 듣지 말고 `연주`를 들으라고요. 저도 그 말 듣고 아차 했다는... ㅋㅋ 그래도 즐겁게 관람하셨죠? 그러고보니 단발머리님이 공연에 대해 쓰신 글 본 것 같아요. 미스터치 안 나게 할 수 있대요, 어떤 피아니스트건... 근데 그러면 음악이 안 된다는... ㅠㅠ

단발머리 2015-12-18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시는가 모르시나 모르겠지만....

에이바님은

어떤 흔녀의 고백으로 제 마음을 흔들었고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
권인숙씨에게 짜증내는 저에게 `연대`가 중요하다며 저를 말려주셨고 (말려줘서 고마워요.)
인간이야? 쥐야?로 저를 칭찬해 주셨더랬죠. (사실은 게으른 엄마인데... )

고마워요, 에이바님~~~

에이바 2015-12-18 12:14   좋아요 0 | URL
아... 기억해주시니 너무 기뻐요. ㅎㅎ 은근히 많은 일이 있었네요. 근데 정말로 인간이야? 쥐야? 는 기억에 남아요. 저도 포트노이 읽어야 하는데 리뷰의 문제점은 그런 것 같아요. 잘 쓴 글을 보고나면 제가 그 책을 본 것처럼 착각한다는거죠! 단발머리님께도 감사해요.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