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굽기의 기술 - 손질부터 굽기까지 재료별 숯불구이의 비밀
오쿠다 도루 지음, 용동희 옮김 / 그린쿡 / 2017년 6월
평점 :
일전에는 자주 음식을 만들었다. 물론 요리급은 아니었다. 와이프가 다니는 직장의 특성상 오후에 출근하여 심야 퇴근이다 보니, 늦게 마치고 오는 와이프의 배는 항상 굶주림 상태이다. 조금이라도 밤늦게 먹는 것이 건강에 썩 도움 안되는 줄도 알지만 허기를 면하기가 좀 어려워서 집에서 뭐라도 만들어서 대령? 해야 할 의무가 집에 있는 자의 역할이었다. 오늘은 무얼 해서 만들어 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하였다. 가급적이면 늦은 밤에 먹는 음식을 줄이려고 하는데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 또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직업이 먹는 것도 자유롭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현실이었다. 자연스럽게 이왕 먹을 것도 잘 먹긴 먹되 부담스럽지 않는 음식을 찾게 된다. 뭐 가끔은 음식이 요리화될 때 와이프는 요리의 테스터가 되기도 하지만 이때까지는 대부분 만들어 주면 거절하지 않고 다 먹었다. 그래서 급조된 잡다한 요리의 상식으로 급조된 먹거리는 일종의 작은 기쁨이었다. 만든 사람이 제일 먼저 보는 것은 먹는 사람의 반응이다. 표정에서 드러나는 언어를 만나게 되는 것. 맛에 대한 평가와 눈치. 맛이 성공이면 기뻤고 맛없다면 뭐가 문제였을까 되새김질을 하게 되었다. 물론 간혹 식당에 꾸우러 가기만 하면 꿉기의 담당은 전적으로 내가 하는 편이다.
인류가 진화되기 전부터 무엇을 먹을 것이고 어떻게 먹을 것인지는 활동하는 모든 생명의 숙명이었다. 아마 이 법칙은 지구상에 인간이 있는 이상, 변하지 않는 룰이고 이 룰에서 벗어나는 순간 생명은 사라지고 만다. 먹는 것의 비루함이다. 먹기에 하는 모든 활동과 고민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먹지 않을 방법을 연구하기보다는 철저하게 이 먹기의 룰을 따랐으며 이 룰에 의해서 어떻게 하면 이왕 먹는 바대로 맛나게 먹을 수 있을 것인가를 연구했다. 인간이 불을 발견하고 나서 화식을 함으로써 건강은 획기적으로 진보를 거듭했을 것이다. 날 것으로 먹기보다는 익히거나 구워 먹음으로써 먹거리를 부드럽게 해서 소화를 촉진시키고 맛의 풍미를 배가시키는데 잔머리를 굴려 왔던 것이다. 인간에게는 끊임없이 먹기에 노예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말이다.
이 책은 바로 굽기라는 화식의 기본에서 시작한다. 단순히 원재료에서 꿉는 것으로 식재료에 불과 접촉함으로써 화학적 변화의 작용이 어떻게 분자구조를 바꾸고 맛으로 변모하는지에 대한 화공적 분석까지는 아니더라도, 단순히 굽는 것의 미학을 설명한다. 굽기 그래, 구워야만이 나오는 맛의 변화는 인간의 발견은 획기적인 혁명이었는지도 모른다. 가만 생각해보면 인류 최초에 불을 발견하고 이 불로써 먹는 것을 익히거나 구웠을 때의 맛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기본 중에 하나였다. 그런 말도 있잖는가. 구워야 제맛이라고도 했다. 그러고 보면 이제는 굽기는 식당의 불판 위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이 되고 보니 고깃집에서 흔히 보는 풍경이다. 고기를 굽든 생선을 굽던 구이에 대한 냄새와 향기는 요리의 시작이자 끝인지도 모른다.
이상하게도 굽기에 있어서 특별한 점은 혼자서 구워 먹으면 맛이 없다는 점이다. 아니 맛도 맛이지만 상당히 번거롭다는 이유도 있다. 여럿이서 도란 도란 모여 불판을 중심으로 앉아 굽는 재료의 느낌과 혼자서 불판에 굽다 보면 처량하기 짝이 없는 모양새를 연출하게 된다. 모르겠다 우선 관념부터가 혼자 꿉는 모양새가 뭔가 하나 빠진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또 이상한 일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더라도 혼자 꿉는 것은 좀처럼 잘하지 않는 것과 같이 역시 최초의 인류가 고기를 잡고 장작에 불을 피워 놓고 둘러앉아서 굽고 나눠 먹었던 그 습성이 여전히 유효한 습성이 아닐까라는 추측도 하게 되는 이유이다. 어쩌면 구워 먹는 것은 함께 나눠 먹는 공통 체적인 음식인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대부분의 밥을 혼자 먹는 편이다. 딸아이는 고삼이라 늦지 와이프 퇴근도 늦으니 늘 저녁밥은 혼자 때운다. 혼자니 조절도 어렵고 안 먹자니 하루에 한 끼만 먹는데 안 먹을 수도 없다. 역시 밥은 혼자보다 누구라도 같이 먹을 때 먹는 즐거움은 생길 텐데 혼자 먹기의 고역은 이제 혼자 어느 식당에서 불판에 고기를 굽기에도 싫다. 아마 식당 장사하는 사장님도 혼자 고기 구우러 오는 손님은 그리 반갑지도 않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한적한 시골에서 마당에 불을 피워 놓고 구워 먹는 맛은 흡사 야생의 맛과 같이 유독 더 풍미를 자극하는 느낌은 홀로가 아닌 것에 대한 의식과 닮았던 것은 아닐까 한다.
따라서 이 책은 저자가 일본 요리사인 관계로 일본 요리의 생선 굽기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제시된 사진으로 설명하고 있다. 상당히 고급스러운 굽기의 기술을 보여주고 있는데, 언젠가 나도 시골로 내려가서 마당에 정교하게 세팅된 굽기 스킬을 맛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충동질을 해대게 만드는 책이었다. 굽는 것이 단순히 굽기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