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이 재미있었습니다. 공전의 히트를 친 작품이었죠. 주인공 장총찬과 주인공 애인 다혜. 이름에서 느껴지는 장총을 찬~!,그리고 로멘스. 마치 서부시대를 활보하며 장총을 차고 마구 쏘면서 나쁜 악당을 물리치는 활극을 연상하듯이 오늘날의 악당을 통쾌하게 물리치는 이야기. 마카로니 서부활극처럼.
이 소설의 깊이나 문학사적인 의미를 따지는 거야 그저 문학 평론가들에게 맡기기로 하고, 독자는 소설가의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어 이입하고, 주인공의 통쾌한 의협심으로 강호에서 난세를 평정이라도 하는 것과 같은, 속이 시원한 통쾌한 기분을 만나게 된다는 점입니다. 악당에게 처철한 복수를 하고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억울함을 해소시키는 등의 권선징악에 대한 시원함을 맛보게 레퍼토리였던 거라죠. 소설의 주 메인 테마야 뻔한 거지만 여전히 나쁜 악당이 꼬꾸라져서 다시는 더러운 짓을 못하게 만드는 사회를 바라는 마음이 전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와도 같으니까요. 엄혹한 80년대. 여전히 군사독재 정부로 상징하는 억압의 시대인데 이 소설로 말미암아 억압의 탈출구의 역할도 분명 있었기 때문이었죠. 서두에서도 밝혔다시피 그래서 분출되는 열화같은 성원에 힘입어 공전의 히트되는 소설이 된 것입니다. 소설의 한계야 당연하게도 힘의 불균형이 아니라 힘의 불공정성까지 확장시켜 사회적 제도의 불완전한 시스템의 극복이라는 이상적 추구는 어렵겠지만, 그나마 힘없는 사람들이 누군가 영웅이 나타나서 억울한 구석을 말끔히 풀어내는 것은 영웅의 스토리를 기본으로 깔고 가는 것이었으니까요. 하여간 읽은지 워낙 오래되어서 다른 건 다 기억나지도 않는데 주인공 이름은 잊히질 않죠. 홍길동이 그 시대의 협객이었듯이 장총찬도 80년대의 협객이었던 셈이니 길동이를 못 잊듯 총찬이도 못 잊는 거예요.
갑자기 왠 일본판 책인가 하셨을 겁니다. 이 책은 일본어로 된 책이라서 제가 읽을 수는 없지만 기념으로 가지고 싶었습니다. 의미라는 것이 곧 소유로 나타나는 느낌이랄까요. 저야 몸에 끼고 걸고 하는 장신구 따위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책은 금속 조각보다는 다르다고 여기거든요. 그래서 이 책을 보는 순간, 장총찬을 떠 올렸습니다. 소유자 분에게 댓글로 "받고 싶은 요청"을 드리니 흔쾌히 보내 주셨습니다. 이 책은 현해탄 바다를 건너 온 책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리면서요.
책에 관한 사연은 이러합니다. 책의 소유자 분은 네씨(네이버를 줄여서) 사이트의 포토 블로그에서 가끔 사진으로 뵙는 분이고 일본에 계시는 분(일본인분이라서 한문은 읽겠는데 훈독이 안되서 무어라 이름 불러 드려야 할지는 아직 모릅니다.)입니다. 그런데 좀 놀라웠던 게 한국에 관심이 상당히 많은, 그러니까 우리나라 사람도 우리나라 책을 잘 읽지 않는데 이 분은 한국의 소설등 여러 책(번역서) 등 상당히 많은 책을 읽었더군요. 종종 올려주는 사진만으로는 여타 일반 사진 유저가 아니었던 거예요. 일본에 계시는 분이 도산 안창호의 책을 읽을 정도면, 말 다 했죠. 정말 놀랐거든요. 그래서 일반 사진가랑 좀 다르구나 했었고 관심이 없을 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일까요. 사진도 보여주시는데 미약하나마 저의 졸저인 사진 에세이 책을 보내드리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사진을 좋아하시는 분이다 보니 보내드리고 싶었거든요.
그런데요. 블로그에 가끔 읽은 책을 버린다(누군가에게 드리고 싶다는표현)는 포스팅을 보게 되었거든요. 마음 같아서는 전부 달라고 하고 싶지만 거리가 거리인 만큼 모두 달라 하기에는 뻔뻔스럽게 요구할 수는 없었습니다. 인간시장이란 책을 보자 오래전에 읽었던 추억과, 그 시절이 떠올랐고 제가 받겠다고 나섰던 겁니다. 그래서 난 생 처음 받아 보는 SEA mail을 받게 되었습니다. 책이 배를 타고 오는데 한 달쯤 걸렸을까요. 보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잊고 있었습니다. 이제 기어코 받아보니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분인데 책으로 전달되는 그 느낌이라는 게 있거든요. 뭔가 책의 연륜으로 봐서 나이가 저랑 비슷하거나 선배처럼 추측이 되고 점잖음과 깊은 사유로 단련된 분이 아닌가 싶었죠. 게다가 한국에 대한 상당한 관심도 놀랍기도 하구요. 보통 일본인들은 한국에 대해 책으로까지 디테일하게 아는 경우는 드물거든요. 그저 우리가 일본에 관광으로 한 두 번 가듯이 일본 분들도 그런 것처럼 비슷한데 이 분은 한국적인 관심에 대한 심도가 다르더라고요.
시진으로 알게 된다는 것에 새삼 느껴지는 교감성이 많다고 해야 할까요. 사진은 텍스트 언어가 아니고 누구나 보는 매체이거든요. 그래서 사진은 소통의 언어는 텍스트를 뛰어넘는 거 같더라고요. 이게 사진의 특징 중에 하나입니다. 누구나 다 사진을 보여주고 찍으면 전달되는 각기 자기만의 언어가 가지는 공통적 교집합에 주목하게 되거든요. 일단은 본다는 것과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맺혀지는 시각의 덩어리가 있기 때문이거든요. 설사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 통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이미지의 심리적인 언어는 사진만이 가능하기 때문이거든요. 비록 구체적인 의사표시가 없더라도 두루 뭉실하게나마 만져지는듯한 감정의 덩어리를 말하는 거예요. 결국 사진으로 사진이 맺어주는 관계성의 확장이 되는 이유일 것입니다.
그나저나 일본어 책을 받았으니 읽어 보기는 해야 할 텐데 이참에 일본어를 배워야 하나 싶어요.(아 좀 어렵긴합니다.) 그런데 책 보내 주신 분은 한글로도 포스팅하고 있는 분인데요.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를 일본어로 배우긴 했는데 지금 다 까먹었으니 히라카나도 이젠 기억나지도 않네요.
알라딘에서 유저분들의 책 인심은 정평이 나 있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대부분의 유저들은 받은 책은 소개해 올려도 책을 드린 분들을 소개를 거의 하질않고요. 더불어 알려지기도 꺼려하죠. 저도 물론입니다. 이게 알라딘 책 나눔의 불문율이기도 한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특별한 사연이 있는 책은 소개해 올려도 될듯 해서 포스팅하게 되었습니다. ㅎㅎㅎ 하여간 씨(sea)~메일~ 받아보니 바다 내음도 등달아 따라온듯이, 책에서 간이 되어 있는 듯한 착각도 들었어요. 출간한지 오래된 책이라서 그런지 오래 된 책에서만 나는 그 특유의 냄새가 지그시 뭍어나는 기분입니다. 신간의 잉크가 덜 마른 냄새도 좋아하지만 이렇게 묵은 책에서 나오는 묵은지 김치같은 책도 좋아하게 되네요. 이책을 보니까 1988년도 출간이더군요. 이때가 제가 군대 입대 하던 해였죠. 아 뜨거운 청춘이 차압당하기 직전의 책들이라 기억이 안날 수가 없었기도 합니다.
멀리서 보내 주신 정성, 다시한번 더 감사드립니다.